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영한대역
미치 앨봄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반 년동안 이 책에 중독되어 읽고 또 읽고 자다가 일어나서 책표지를 만져보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고는 모리선생님의 서재 창가에 있었다는 히비스커스가 무궁화의 일종이라는 거랄지-그러니까 끝없이 피고지는 분홍 무궁화를 보며 모리 선생님은 삶과 죽음의 끝없는 윤회를 떠올린 것인지도 모르겠다.-선생님의 집에 있었다는 참나무 마룻바닥이나 버드나무 의자, 단풍나무 가구의 질감을 알기 위해 집옆의 산을 돌아다니며 나무이름을 보고다니기도 하고 루게릭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 결과 나는 집옆 공원의 나무를 다외우게 되었고 이제는 어떤 나무 이름을 들어도 전보다는 조금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가 있다.그리고 루게릭이 뛰어난 야구선수라는 것도 실제 동영상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모리선생님 옆에 있는 미치 앨봄이 되어서 내 삶을 돌이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난 이 책을 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왠지 싱거울거 같아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우연히 EBS에서 방영된 애미상을 탔다는 TV영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보고나서는 모리가 혼자 수건을 목에 걸고 춤을 추던 장면이 끊임없이 떠올라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아! 한줄 한줄 가슴에 꽂히는 충격이라니! 난 지나간 많은 교수님과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에게 인생의 비극이 닥쳐 모리선생님과 같은 처지가 된다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내가 눈이 보이지 않고 온몸이 마비되어 평생 누워있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떠올리며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할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 지금까지 내가 내것이라고 생각했던것,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헛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맙소사!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작은 파도 이야기는 그렇게 느껴지긴 하지만 다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역시 모르는 얘기다. 다른 파도가 해변에 부딪혀 물거품으로 부서지는 걸 보고 두려워 하는 작은 파도에게 "너는 모르는 구나. 우리는 그냥 파도가 아냐, 우리는 바다의 일부라구."했다는 이야기.모리 선생님이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인간 가족을 생각하고 서로에게 연민을 가지라고 책임감을 느끼라고 했던 것도 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라고 누누이 말했던 것도 안다. 그것이 바다와 파도의 비유임도 안다. 그런데 난 진정 모르겠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그 이야기를 알면서도 어제처럼 조그만 거에 속썩고 옆에 있는 사람을 쥐어박고 싶고 할 수 있겠는가? 모리 선생님과 나 사이엔 너무나 넓은 틈이 있다는 걸 점차 깨닫게 된다.

난 내가 사랑하는 책에 대해 진정 잘 쓰고 싶었는데 감정이 엇갈려 더 쓸수가 없다. 장례식장에서 모리의 아들 롭이 읽었다는 E E 컴밍스의 시를 인용하면서 글을 맺을 수 밖에. "아버지는 우리를 지나가셨네. 나무의 새 잎새마다 노래하면서/(그리고 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면서/아이마다 봄이 춤춘다고 믿었네)"비록 나의 몸과 마음이 얼음처럼 차가울 지라도 모리 선생님의 가르침을 씨앗으로 싹이 돋고 꽃이 피기를 내심 바라게 된다.

*** 내 둘째 아들 하님이는 모리선생님이  돌아가신 날에 태어났다는 걸 세번째 읽을 때 알게 되었다. 나에게 모리가 시공을 초월해서 미소를 짓는듯 느껴졌다. 그렇다. 모리의 가르침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 아 바램이 하나 있다. TV영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DVD가 수입되었으면 좋겠다. 모리 선생님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정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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