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정희 2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 시대의창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 역시 장 자끄 상뻬의 '속깊은 이성 친구'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처절한 만화 '쥐'보다 좋아합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다룬 명작 '쥐'를 손꼽히는 수작이라 여기면서도 다시 펼친다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꼭 '쥐'를 보기를 권해왔습니다. 만화라는 가벼움과 박정희라는 무거움이 교차하는 '만화 박정희'- 이제 저는 이 책을 권해야겠습니다.그러고 하나 더 당부드린다면 이 책 옆에 강준만 선생의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70년대'를 펼쳐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이 글의 저자들은 박정희에 대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가지고 살아오신 분들일겁니다. 그럼에도 후반을 제외하고는 그 속내를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후반 조차도 사실만 적을뿐 담담하기 그지 없습니다.목격자의 증언만 인용할 뿐이고 감정을 지워버리고  객관적인 서술로 한 두줄 쓸뿐입니다. 몇몇 장의 최종결론을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36쪽 인혁당 사건..억울한 죽음이었다.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법학자협회에서는 사형판결이 확정된 4월 8일을 "사법 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선포했다. 

142쪽 정인숙 피살사건..그녀는 과연 누가 죽인 것일까. 더구나 숨겨진 정인숙이 아들(성일)이 박정희의 아들이냐, 총일 정일권의 아들이냐 라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졌다. 대통령, 총리 할 것 없이 함께 엽색행각을 벌일 만큼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고 있었다.

160쪽 김형욱 실종사건..그리고 사건발생 26년 만인 2005년 김형욱의 가족은 김형욱이 한국에서 피살되엇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파리 근교 양계장에서 김형욱을 직접 살해했다는 전 중정 요원의 고백이 있어 김형욱 실종사건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195쪽 10.26사건...(박정희 시해 장면을 증언에 따라 담담하게 묘사한 후 단 한줄) 박정희 정권 18년은 마침내 이렇게 막을 내렸다.

정말 담담한 역사서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 속에 "이자식들이 감히 박정희 각하를 욕해?"라는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이 책에서 연신 박정희에 대한 증오를 끄집어 올릴 것입니다.그러나 보시라! 담담한 사실 서술에 동요하고 있는 당신들 마음 속의 콤플렉스를! 반면 마음 속에 박정희에 대한 감정적 증오만을 가진 분들은 이 책에서 판결내리지 않는 무미건조한 서술만을 볼 것입니다.그러나 보시라! 우리의 증오가 부족한 근거와 냉철한 판단이 결여된 허망함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바로 그것이 우리가 아직도 박정희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또다른 축은 아닌지!

사실 제가 이 책에서 뜻밖에 놀란 것은 1권 130쪽에 있는 청년 박정희의 처절한 절규였습니다. "소령직 파면, 급료 몰수...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행은 연이어 찾아왔다. 동거녀 이현숙이라는 여인이 박정희의 좌익 연루와 결혼 전력을 알고 떠나버렸고 어머니마저 죽은것." 이 때 술병을 내던지며 주저앉은 박정희의 절규가 눈앞에 선합니다."아, 왜 이토록 불행의 연속이란 말인가! 절치부심 쌓아올린 노력이 또다시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다니....아....어무이...." 박정희는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그런 게다가 애증으로 점철된 박제된 인물입니다. 그를 되살려내 이렇게 절절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분들이 경이로왔습니다.

이 책을 쓴 모든 이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의 갈채를 보냅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널판지에 썼던 '민주주의여 만세' 옆에 이제는 이런 글도 써야할 땝니다.  '이제는 떠나라! 다카키 마사오! ' 이제 애증만으로 역사를 볼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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