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정희 1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 뉴스툰 기획 / 시대의창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0년전  경제학과 마지막 해에 동양 경제사를 듣고 있었다. 당시 강의자셨던 안병직 교수님은 일본 식민지시대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발언으로 신문지상에서 곤욕을 당하고 계셨다. 신문이 나오고 학생들이 교수님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며 힐난했을 때 교수님은 탄식하셨다. "여보게. 난 경제사학자일세. 또 다산 전문가이지. 내 평생은 조국의 근대화와 자생적 근대화론을 위해 바쳐졌다네. 그러나 이렇게 정년이 가까워진 지금 난 학자로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하나의 사실을 발견했네. 조선말과 해방당시의 인구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가 있었다는 사실일세. 내가 아는 한 그러한 사실은 생산력의 획기적인 증가를 뜻하는 걸세. 나 스스로도 그걸 인정하기 싫었지. 그러나 내 평생을 허물어뜨리는 그런 고통조차도 나는 학자이기에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사실 그런 절절한 실존적 고백 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반면 역사란 사실앞에서  편견을 무너뜨리고 나아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몇년간 나는 박정희에 대한 책들을 읽어 왔다. 그중에는 강준만 선생의 글도 백무현 선생의 글도 진중권 선생의 글도 조갑제 선생의 글도 있었다. 그 결과 나에게 있어 박정희란 '역사란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 진실인가?'하는 화두가 되어버렸다. 최근에 읽은 가장 절절한 글로는 '쾌도난마 한국경제'가 있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어떻게 볼것인가?'라는 장면에서 너무도 고통스럽게도 이렇게 끝맺음을 한다. '박정희라는 인물이 꼭 필요했는지는 모르겠다. 독재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도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 개발이 필요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도 박정희의 경제 개발과 같은 적극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방식의 개발이. 그 과정에서의 착취와 저 임금 구조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했으면 좋겠지만 역사적으로 볼때 가능한지 모르겠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소개하는 방송중에서 진중권선생과 장하준선생이 박정희 문제로 싸우듯이 토론했던 것이 떠오른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저자와 "쾌도난마'가 싸우다니! 참 흥미로운 일이다. 어쨌튼 박정희를 어떻게 보느냐가 결코 쉽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 나에게 박정희 보기는 마치 이런 느낌이다. 이웃집에 정말 성미고약한 놈이 살고 있었다. 이 놈은 가끔 내 돈을 털기도 하고 매일 밤에는 술을 퍼먹고 시끄럽게 고성방가를 하거나 내집 담벼락에 오줌을 싸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집은 수 차례 강도가 들었는데 성미고약한 놈이 밤낮으로 설치는 통에 우리 집만 강도가 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성미고약한 놈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박순찬 선생 그림 매우 뛰어나다. 또 친일파 연구가 임종국 선생의 후배인 민족문제 연구소의 연구성과 믿을만 하다. 아니, 그림이 엉성하다고? 아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핵심을 잡으려 오랫동안 고투한 사람의 흔적이다. 재미가 없다고? 아니다. 역사는 진실을 말해야하기 때문에 드라마로 억지로 가두어서는 안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즉, 이 글은 절절한 현실의 반영이기에 화려할 수가 없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재미가 아닌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적어도 여기서는 재미를 찾을 것이 아니라 진실을 추적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 밖에 대고 욕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을 성찰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에 갈채를 보낸다. 이 책과 더불어 성찰하는 이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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