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포 콜럼바인 : 재출시(2disc)
마이클 무어 감독, 마이클 무어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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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헤비메탈을 매일 10시간 이상 들은 결과 심한 두통과 현기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웨스 몽고메리의 Old Folk를 듣다가 꼭 큰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후 이병우나 조동익도 황병기 김해숙 가야금 산조의 멋도 만날 수 있었다. 15년간의 재즈음악의 여정에서 또 하나 느낀 것이 있다면 비싼 것이 꼭 큰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일즈 데이빗의 Kind of Blue나 짐 홀의 Concerto 냇 애덜리의 Something else같은 음반은 가끔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특가품이지만 이런 앨범을 놔두고  재즈를 듣는다고 할 수 없으리라.

작년에 2500원에 구입했던 DVD-재즈 다큐멘터리 calle 54나 팻 매스니의 앨범secret story, 딥 퍼플의 봄베이 공연이나 오스트레일리아 공연은 어떤가? 메탈리카의 cunning stun역시 좋았다. 반면에 2만원 넘게 구입한 앨범 중에서 개판 5분전인 것도 많아 속쓰린 일도 적지 않다. (물론 사람이 언제나 모든 걸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10년쯤 지나서 진가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예를 들어 존 스코필드의 Quiet같은 앨범은 나팔 소리를 감내할 수 있는 지금에나 들린다.10년 전에는 지루함과 짜증의 연속이던 음반이 지금은 전율섞인 감동을 준다.그런데 잘 들어보면 김해숙 선생의 가야금 산조 비슷한 느낌이 든다.아! 조오타! ) 

이 DvD역시 특가로 구입한 것이지만 감동있는 작품이었다.이 다큐멘타리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뒤뚱거리는 걸음과 총을 사들고 좋아서 번쩍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라? 콜럼바인 고교의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루는 영화인 줄 알고 있었는데 총을 들고 이렇게 좋아하다니... '이런 당혹감에서 이 영화는 시작한다. 마이클 무어는 비극의 원인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양파껍질처럼 층층히 둘러싼 원인들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총격의 가해자들이 즐겨들었다는 헤비메탈 그룹 매를린 맨슨과의 인터뷰는 무척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나서  가해자들이 사건을 벌인 아침에도 볼링을 쳤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왜 매를린 맨슨은 총격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볼링은 상관없다고 하는거지?"라고 묻는 것은 감독의 재치를 보여줌과 더불어 우리의 인과관계에 대한 선입견을 되묻는 깊은 성찰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십계나 벤허의 명배우로 잘 알려졌으나) 현재는 전미 총기 협회장인 찰톤 헤스턴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인 것 같다. 어쩌면 또라이 같은 질문을 명배우이자 꽤 지체높은 명사에게 퍼붓는 장면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마이클 무어가 달아나는 찰턴 헤스턴에게 한 이야기와  찰톤 헤스턴의 집을 떠나기 전에 한 일은 정말 압권이었다. 아! 모세와 벤허로 언제나 내 머리 속에 존재하던 명배우의 뒷모습에서 엿보이던 우상의 허망함!

그러나 그것뿐인가?  미디어에 대한 비판이나 명곡 What a Wonderful World가 깔리는 장면에서의 절망같은 눈에 띄는 감동외에도 이 영화는 뭔가 더 있는 거 같다. 자유로운 비판 정신과 열려있는 생각, 주눅들지 않는 맷집-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뒤뚱거리는 뚱보 감독의 뒷모습이 인상적인 영화!- 놓치지 마시길! (참고로 난 오이뮤직에서 음반이나 DVD를 사는데 저가 상품쪽에서 종종 수작을 만나고 있다.  언젠가 친한 헌책방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헌책방이란 건 말이야. 쓰레기 같은 책도 많지. 하지만 많은 사람이 선택한 책은 반드시 들어 오지. 또 좋은 책도 들어오지. 왜냐? 좋은 책을 선물받고도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꼭 있거든."오호라 천리마는 항상 있었으나 천리마를 알아주는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로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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