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당한 혁명
레온 뜨로츠키 지음, 김성훈 옮김 / 갈무리 / 199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운영 선생의 '레테를 위한 비망록'에는 당시 번역된 이 책에 대한 서평이 나오는데, 선생에 대한 추모와 함께 이 책의 소개로 서평을 인용합니다. 성의를 봐서 삭제되는 거나 피했으면 합니다

"11개장 280여쪽의 본문가운데 관료라는 말이 빠진 페이지가 거의 하나도 없을 만큼 트로츠키는 배반당한 혁명의 암호를 푸는 열쇠로 관료주의를 지목한다. 혁명적 노동자국가 소련을 '퇴보한 노동자 국가'로 전락시킨 관료주의의 출현은 우선  국제 정세의 결과이다. 유럽 혁명의 불발로 1920년대의 대외 정세가 혁명의 휴지기에 접어들자 러시아만이라도 지키자는 '일국 사회주의'노선이 국가 기구의 강화와 관료주의의 확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혁명 후의 공적 소유를 떠받치지 못하는 생산성 낙후의 문제가 있다. 상점에 물건이 많으면 손님은 아무 때나 찾는다. 그러나 물품이 모자라면 줄을 서야하고, 이 줄이 아주 길면 질서 유지를 위해 경관이 달려온다. 이때 경관이나 당 간부나 정부 관리는 줄을 서지 않고도 물건 사는 '비결'을 배우는데, 트로츠키는 이것이 관료집단이 누리는 권력 특혜의 출발이라고 비판한다.

스탈린이 관료주의를 만들기보다는 관료집단이 스탈린 같은 인물을 필요로 했다는 말로써, 트로츠키는 관료주의의 원죄를 스탈린 독재의 앞에 세운다. 그리고 사회주의, 경제 계획, 대외 정책, 사회 관계, 문화와 예술 분야까지 소련 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무지와 오류와 부패를 모두 이 관료 주의의 책임으로 돌린다. 과도기적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국가의 소멸을 독려하는 대신 관료 지배를 강화하고, 이 관료 집단이 퇴보한 노동자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 세계 혁명의 대의를 제국주의 세력에 팔아버렸다는 것이 관료주의 매도의 핵심이다. 거기서 혁명을 구출한 대안은 물론 소비에트 민주주의이고 '연속혁명'이고, 제 4 인터내셔널이다. " ( 303쪽)

"번역은 두번 읽지 않아도 뜻이 통할 만큼 부드럽다. 다만 몇 개의 용어는 낯이 설었는데, 이를테면 '유럽식 공산주의'나 '레니주의자 의무금'(Leninist levy)따위는 '유로코뮤니즘'이나 '레닌 추모 입당'처럼 구시대의(?) 역어가 낫지 않을까? 번역서에서 색인을 삭제하는 폭거가 출판의 관행으로 굳어진 풍토에서 '찾아보기'를 붙여준 수고는 아주 고맙다. 평자로서는 30여쪽의 '역자 서문'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그것이 내부비판이라면 무척 반가우나 어떤 분열의 조짐이라면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304쪽)

*** 원래 '시사저널'에 1996년 1월 25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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