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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유학자가 스님에게 묻기를 " 불교의 핵심이 뭐요?" 스님이 대답하시길 " 나쁜일을 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겁니다." 그러자 다시 유학자가 " 그거야 일곱살짜리도 아는 얘기 아닙니까?" 라고 하니까, 스님이 "그렇지만 일흔살 노인도 실행하기는 힘들지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살아가는데 핵심이 되는 진리가 어려운 철학이어야 할 이유가 없겠지요. 누구나 잘 알지만 자칫 잊기쉬운 이야기를 이 책은 해 줍니다. 그 이야기란 성공을 위해서는 당장의 쾌락과 유혹을 인내해야 한다는 겁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요. 그것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라니 이거 대단히 중요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앞의 이야기 식으로 만들자면 운전사 찰리가 사장인 조나단에게 " 당신 성공의 비결이 뭐요?"라고 묻자 사장이"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유혹을 참아내는 거지."라고 대답한 식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거야 말로 뻔한 뻔자 이야기지만 실천하는 자는 살것이요 한귀로 흘기는 자는 형편없는 자로 남을거다."라고 한거지요.
조나단 사장의 마시멜로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운전사 찰리는 교훈을 실행해 갑니다. 찰리가 자기 방 한 켠에 써 놓았다는 좌우명은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1) 눈앞의 마시멜로를 즉시 먹어치우지 말라.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 그 적당한 시기가 반드시 온다. (2) 눈부신 유혹을 이기면, 눈부신 성공을 맞이한다. (3)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감동을 통해 설득하는 것이다. (4)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가는 사람이 성공에 이른다. (5) 성공은 나의 과거나 현재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성공은 오늘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모든걸 만약 한줄로 줄인다면 " 내일의 성공을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성공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해야 한다."가 될 것입니다. 책 속에서 찰리는 자신이 운전기사로 번 돈을 저축하고 ,아깝긴 하지만 썩고있는 야구카드를 팔아 대학에 입학합니다. 상당히 의아한 내용이긴 한 데 이왕 가는거 명문대학에 가야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엄마아빠가 얘기하면 짜증나는 얘기를 멋진 제목과 표지, 약간의 이야기를 버무려 읽을 만한 상품으로 만들어 낸 저자가, 봉이 김선달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부모님이 사춘기 자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여하튼 이 땅의 부자들이 조나단 사장처럼 마시멜로를 먹어치우지 않고 모으고 그것을 다시 찰리 같이 성실하고 의욕이 있는 젊은 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 부자인 사장의 이야기를 고깝게 듣지 않고 자신의 교훈으로 삼아 매일 매일 실천해서 꿈을 이룬 찰리 같은 사람이 많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피나는 노력과 인내만으로 모든 걸 가질 수가 없는게 분명하지만, 우리의 소박한 부모님의 이야기 " 근면, 성실"이 정말 소중한 가치임을 느낀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정말 책값은 하는 책입니다. 다 읽는데 1시간 반이 걸렸으니 이 책의 교훈대로 라면, 대형 서점에서 서서 읽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조금 인내하고 더 가치있는 책을 사는것도 괜찮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과 반대의 위치에 있는'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같은 책이요. 정말 짝을 지어 읽으면 더 풍성한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 책은 성공만을 향하던 미치가 무언가 잃은 걸 찾아서 스승 모리를 만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까놓고 이야기 하면 이 책은 '성취할 목표를 설정하고 유혹을 억누르고 노력하라' 이상의 어떤 구체적인 방법도 기법도 없는 책입니다. 다만 '야휴 내가 너무 게으르게 살았구나. 분발해야지.'하는 동기부여를 효과적으로 유발하는 책인 것입니다. 그 절박한 심정을 실천과 결부시키려면 다른 책 - 예를 들어 '공병호의 자기 경영 노트' '안상헌의 자기 발전 노트 50' '서른살 경제학'을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 읽고 그만둔다면 도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끝으로 너무도 인상적인 이 책의 세계관을 인용해 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이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현실이란 말입니까? 흐휴.. 조나단 사장은 사자고, 찰리는 가젤인데 굶어죽음의 공포 속에서 서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잔혹한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사실 -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찌 마시멜로를 즐기고 있겠습니까? 사실 이런 세계관은 최근 경제서에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인 것 같습니다.예를 들어 '서른살 경제학' 서문은 똑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고령화와 저성장은 이제 30대를 갈라놓을 것입니다. 살아남을 30대와 도태될 30대, 품위있게 늙어갈 30대와 돈도 힘도 없이 버틸 뿐인 30대...고통스럽게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 남는 시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답으로 제시한 찰리가 명문대를 졸업해서 조나단 사장처럼 되는 그 길을 누구나 택할 수 있는 걸까요? 어쨌튼 너무도 매끄러운 이야기 뒤편으로 이런 현실인식이 있다는 것이 공포스러운 느낌도 주는 책입니다. ('그래 우린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거야. 사실은 성공과 생존의 양자택일인 셈이지.'- 끄덕이는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씁쓸함을 느낍니다.)
무한경쟁시대의 바탕 있는 모범생들을 위한 책 - 마시멜로 이야기,...여기까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