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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이 책을 너무도 잘 읽었다. 도대체 멈출 수가 없었다.
놀라운 것은 중학교도 못나온 우리 60노인인 부모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거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있는 특이한 세상 체험!
너무도 처절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참된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
아는 동생들에게 선물한 것도 세 차례다. 그렇다면 나도 시골의사의 팬인 셈이다.
오늘은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
우선 두 가지가 눈에 띤다.
먼저 저자는 정말 말수가 좋은 사람이지마는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저자의 열린 마음이다.
예를 들어 여호와의 증인 신앙에 따라 수혈을 거부하여 환자를 곤경에 빠뜨린
여자 후배의 뺨을 때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의사일 테지만
그녀의 주장을 조목조목 옮겨 적고
그녀 역시 자신의 신앙 속에서 참된 의사가 되고자하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은 참 드문 광경이다.
시골의사는 끝에다가 이렇게 한마디 남긴다.-
"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사로서
수혈거부라는 종교적 신념과 맞닥뜨릴 때 의사는 과연 무엇을 먼저 존중해야 할까.
참 난처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
둘째로 재차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 책이 보통 사람에게 불친절한 책이라는 거였다.
물론 나도 그렇고 우리 부모님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수많은 전문용어의 숲에서 이야기 줄거리를- 적어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치지는 않았지만 예를 들어44쪽 하단 11줄 에서만 다음과 같은 엄청난 용어가 쏟아져 나온다.
" 기도 삽관, 엠부마스크, 직장 프로브, 아스페직, 수액, 면역 글로불린, 오더.."
중심정맥압은 cvp로 갑자기 변환되어 나오기도 하고 하여
나는 지금 네이버 의약학 사전과 야후 백과사전을 오고가며 열심히 퍼즐을 맞추고 있다.
그래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오해마시라. 당연히 나도 알고 있다.
저자는 분명 이 책으로 의학공부를 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고
참된 인간의 길을 그려내고 우리 함께 가는 양심적인 길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훌륭하게 전달된다.
그것도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어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나 빈번히 등장하는 외상성 기훙과 기도삽관 또는 낯설은 약물에 대한 약간의 설명과
병원에서 쓰는 카테터나 엠부마스크 그림이 있었다면
더욱 생생할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튼 시골의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독자들이여.
아직은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려면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끝으로 하나 더 쓴다면,
의사라는 직업이 상당히 치열한 직업의식 속에 이루어지는 거 같아도
결국은 사람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두 아이의 동병상련'을 보면
아빠가 의사고 손님들이 의사인데도 아이는 방치되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게다가 소아과 병동이 아닌 성인 병동에 입원하여 잘못된 투약을 받는 바람에
약이 아닌 독약을 마신 꼴이 되어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그나마 아빠 친구인 저자가 뒤늦게 잘못된 처치를 시정하면서 아기가 살게 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신의 병원에서 교통사고난 아이를 치료하게 된 아빠를 보자.
회생할 가능성도 없는데 앓는 아이를 가진 아비의 동병상련때문에
무모한 치료를 하게 되었고 결국 아이를 살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 것은 '성심을 다하면 하늘이 이루어 주신다'는 진실의 확인인지 아니면
섣부른 판단으로 지금까지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여왔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의사는 머리도 있어야 하지만 능숙한 손과 불타는 투지,
아픔에 대한 끊임없는 연민이 있어야 하는 직업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이 반드시 자신의 실수를 정정할 수 있는 실력있는 의사를
또는 양심과 성의를 다할 선량한 의사를 만나는 행운을 항상 누리는 것이 아님도 알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시골의사같은 사위나 아들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시는구나' 하고 나는 탄식했다.
그것은 돈이나 위세 문제를 떠나서 적합하고 책임있는 의료를 받아
더 오래 더 해피하게 살 수 있느냐에 대한 안전망이 되기 때문이리라.
'아! 의사들이 모든 환자들을 가족처럼 애정을 가지고 책임과 성의를 다해 치료하기를
그런 세상이 되기를 나는 간구합니다.'
(시골의사에 대한 감동은 저 앞에 리뷰를 쓰신 분들과 같습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더 많이 느낄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조금 삐딱하게 적었습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서문에서 본 글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이 부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간을 갖고, 당신의 온 존재를 실어 읽어 주기 바란다...'
이 책도 천천히 깊이 생각해 가며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니면 누군가 리뷰에 쓰신 것처럼 남의 불행을 훔쳐보며 즐기는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