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를 위한 비망록
정운영 / 한겨레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올해 선생이 돌아가시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지 못해

다시 이 책을 읽고 있다.

레테를 위한 비망록이란 레테가 망각의 강이듯이

문민정부 시절의 잊고 싶은 상황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레테는 구원의 길 중에 건너는 강이므로

마땅한 통과의례이기도 한 것! - 선생은 아직도 희망을 말한다.

 

이책에서 나오는 95, 96, 97년이란 IMF이전의 풍전등화같은 시절이다.

돌이켜 이 글을 읽으면서

선생이 뜨거운 가슴과 찬 이성을 지닌 참 경제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파해가는 한국호에 대해 비감을 느끼면서도

서민들에 대한 안스러움과 애정을 잃지 않는다.

어쩌면 선생이 그 높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가난과 병고로 점철된 인생을 사신 까닭에 

낮은 곳에 대해 더 가깝게 느끼셨던 것 같다.

선생의 아름다운 글을 맛보기로 세 단락만 인용한다.

 

1)  이제 암금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일례로 저임금은 수출 한국의 신화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억압과 수탈의 침통한 기록인데

   아직도 그 신화에 매달리려고 한다. (문민 경제를 중간 평가한다)

 

2) 직장이 주는 희망과 고통은 인생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다급한 것은 물론 밥이지만, 퇴직으로 잃는 것은 밥이 아니다.

  무대를 떠나는 배우처럼 직장을 떠나는 사람은 인생을 잃기 때문이다.

  세월이 바뀌고 시절이 변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은 사람 사는 법이다.

  그중에도 중요한 것이 함께 사는 길이다.

  전체가 편안할 때 개인이 행복한 것이지,

  전체가 불안할 때 개인이 행복할 수 없기 ‹š문이다.(명예아닌 명예퇴직)

 

3) ...코스모스를 보라.

  누가 심고 가꾸지 않아도 길섶이 메어지도록 피어나는

  그 한량없는 자유와 방황이 정말 좋지 않은가?

  코스모스는 본래 질서를 뜻하는 말임에도

  그것이 드러내는 외양은 완벽한 혼돈이다.

  그 혼돈의 카오스가 선사하는 미적 질서, 무질서의 질서 역설은 진짜 근사하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가 생기고, 코스모스가 다시 카오스로 흐트러지는

  창조의 신비를 우리는 이꽃에서 깨닫는다.(꽃 이야기)

 

선생의 글은 왜 아름다운 울림을 주는가?

그것은 아마도 선생의 애정어린 시선과 깊은 사색 때문일것 같다.

선생은 가시고 절판되거나 품절된 책에 글을 보태는 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진다.

 

절판이 되어서 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아서 볼수 없는 선생의 글은

daum의 blog 인 megaaction에서 볼 수 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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