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랩소디
정운영 지음 / 산처럼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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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우연히 TV자막을 통해 정운영 선생님이 돌아가신 걸 알았을 때 너무도 슬펐다.

<저낮은 경제학>부터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선생님께서는 항상 너 넓고 깊게 사고하라고

채찍질을 하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그 깊은 상식과 따스한 정감.....

이런 분에 있어 세상이란 얼마나 딱딱하고 서글픈 곳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을 대신하여 세편의 인용문을 덧붙인다.

문학평론가 김갑수 선생  함께 일하는 방송팀들과 채석강에 놀러갔던 주말, 경제학자 정운영 선생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애석함에 앞서 그 느닷없음에 황막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었다. 깊숙한 만으로 들어앉은 부안 앞바다 물살에 죽음이라는 머지않은 절차가 자꾸만 눈에 얼비쳐 보였다. .....
방송국 로비에서 악수나 나눈 정도일 뿐, 고 정운영 선생과 이렇다할 교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이는 내가 사회적 존재로서 각별히 좋아한 몇몇 중 한분이었다. 가는 데마다 마다 ‘쫓겨나는’ 낭인의 삶에서, 특히 그이를 두고 빈정거리는 표현인 ‘와인에 심취한 마르크시스트’라는 별명 때문에 애착의 강도가 더했다. 한국사회에서 와인은 안락한 중상류층을, 마르크시스트는 궁핍한 자를 위해 자기를 헌신하는 사람을 뜻하는 기표다. 존재의 모순과 다층성이 용허되지 않는 우리 사회. 그이는 이 한국이 몸에 맞지 않은 지적 에트랑제(이방인)였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박정희 장군이 만들어내고 전두환, 노태우 장군이 지속시켰던 이른바 '개발독재'로서의 박정희 체제, 그 일부인 재벌 체제와 관치 금융을 긍정한다는 것은 민주화된 오늘날의 이 사회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운영 선생께서 연초에 중앙.일보에 '강철규 공정거래 위원장, 우리 '국민 경제를 위하여' 변절합시다'라는 반개혁적 칼럼을 썼다가 혼쭐이 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지 않은가! 

소설가 조정래 정 형, 운영 형!

세상은 당신을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경제평론가' '당대의 대표적 재사'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 '진보'라는 짐이 당신의 평생을 고달프게 했습니다. 두 번이나 신문사와 대학에서 쫓겨나야 했던 것입니다. '진보'라는 게 뭐 별것입니까.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리고 진실의 편에 서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정치가 왜곡되고 있는 분단된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곧 죄악시되고 범죄시됩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외롭고 힘겨운 그 길을 평생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당신은 한국이라는 땅에서 쉽게 출세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사람의 사람다운 세상을 사람답게 살려고 한번 택한 길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당신이 남긴 재산은 전세 아파트가 전부입니다.

이런 말 한다고 눈을 부릅뜨는 당신의 서늘한 눈길을 느낍니다. 압니다. 당신의 그 증류수 같은 결벽증을. 사람들은 당신을 깐깐하다 못해 까탈스럽다고 합니다. 그건 흉이 아니라 칭찬입니다. 그만큼 당신은 이 세상을 꼿꼿하고 꿋꿋하고 깨끗하고 당당하게 살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마지막까지, 몇 번씩 입원 퇴원을 거듭하면서도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떠나갔습니다. 어찌 그리 단호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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