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평전 미다스 휴먼북스 8
양구오롱 지음, 이영섭 옮김 / 미다스북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1-

'맹자사상을 굵직한 문제로 나누고 유가사상의 내적 흐름과 제자백가의 횡적 비교를 통해 차분히 설명해준 책'

1년동안 맹자를 잡고있었으나 맹자의 이야기가 맥락에 닿지않고 뒤숭숭했는데 한 동생이 '맹자를 반이나 외웠는데 이 책 한번 읽는 것이 더 나았다'며 권하기에 읽게 되었다.
홀로 어렵게 맹자를 키우던 맹자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의 고사를 대부분 아실 것이므로 이 고사를 이용해서 이 책의 내용을 어설프게나마 소개해보려 한다.

맹자가 무덤가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학교로 이사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맹자 생애의 스케치로 느껴진다. (1)무덤가는 숙명이고 어찌할 수 없는 외부상황이다. 그러나 맹자는 숙명의 문제에 선을 긋고 도덕적 주체로서 성인이 되는 길을 택한다. 따라서 맹자에게 천명이란 본마음을 되찾아 성인의 경지를 이루는 것일뿐 결코 숙명적이지 않다.

(2) 시장은 이해득실의 세계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삶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인의의 세계로 이해와는 무관한 독자적인 도덕적 당위인 것이다.나아가 맹자가 지향했던 인의의 정치는 백성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백성 모두가 자신의 선한 성품을 살아가게 함으로써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려 한 것이었다.

(3) 끝으로 학교에 간 맹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맹자에 의하면 사람은 본래 선하고 밝다. 따라서 그는 타고난 자질을 바탕으로 확고한 의지로 성인이 되고자 매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환경에 주눅들지 않고 오로지 하늘이 부여한 마음의 무궁한 가능성을 발현하고자하는 노력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호연지기요 대장부의 기개가 되지 않겠는가?

-2-

나는 초보 동양학도로서 공자에 대한 갈증은 몇권의 <논어>와 <중용><주역>으로 풀었지만, 맹자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수는 없어 답답한 심정이었다.공자와 성리학자 사이의 다리이리라 생각되지만 성선설, 불인지심, 인의, 호연지기, 대장부 등의 이야기는 어떤 의도로 또는 어떤 맥락에서 논의되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나와 같은 심정을 느끼는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이책 제목이 평전인 까닭에 맹자의 일대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하신다면 차라리 소설가 조성기님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맹자사상에 대한 평론은 많아도 맹자전기는 아주 적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가) 맹자사상의 흐름을 천인관계로 부터, 천명과 자유의지,개인과 집단, 현실과 이상, 완전한 인간에 이르는 굵직한 문제들로 나눈 다음 (나) 한편으로는 공자,맹자,순자,성리학자라는 유학사상의 연장선상에서 문제풀이의 흐름을 보여주고 (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주, 묵자, 노자, 장자, 법가, 농가라는 제자백가의 다양한 문제풀이를 비교하여 보여준다. 딱딱할 것 같지만 의외로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1) 그렇게도 공감할 수 없던 맹자의 논변이 이성과 감성, 개인과 집단, 주체와 천명 같은 매우 단순한 개념을 통해 쉽게 설명된다. 고전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현재화할 것인가 라는 면에서 좋은 모범인 셈이다. (2) (나)와 (다)의 시공간적인 구조가 잘 조화되어 맹자를 통해 동양철학을 유가중심으로 파노라마식으로 읽어 볼 수가 있다. 하나만 알면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던가. 비교를 통해 맹자를 얼마나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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