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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숫자기억법
유제완 지음 / 무한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1. 저자는 기독교 신앙에 투철한 분으로 이 조그만 책자가 기억법책인지 선교용 책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저자의 포근하고 진솔한 인품이 느껴져 좋은 느낌을 받았다.
2. 나는 내 자신의 기억력이나 학습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고 이 분야의 책을 20권 정도 독파하면서 자신을 단련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고등학교 이후니까 이런 분야의 책을 읽은지는 25년정도 된다. 하지만 그때그때 유용한 정보이니 활용해보자는 식의 독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뇌과학과 학습법, 기억법의 대가가 들려주는 실제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습득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수십년의 학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목표이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은 이유는 작고 만만해서 였다. 처음엔 단순한 숫자기억법으로 책 한권을 소진했다는데 조금 열받았는데 저자의 삶의 자세나 새로운 기억법을 창안하는 과정을 볼수가 있어서 점차 흥미롭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케가야 유우지의 말대로 중요한 것이 방법기억이라면 이 책의 이 단순한 기억법을 습득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몰고 올것이다. 비록 소박하지만 숫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방법인 까닭이다. 학습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교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고 단순하여 지니기 편한가라는 것이다.
3.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적을 물리친 명량대첩이 있었던 1597년을 외운다고 하자. 인터넷을 보면 1592년부터 1598년에 걸쳐 임진왜란이 있었는데 특히 1597년에 일어난 2차 침략전쟁을 정유재란이라 한다고 한다. 만약 이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유재란의 첫해에 명량대첩이 있었다는 걸 연결하면 된다.
이런 상식은 없고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이겼다는 것을 안다면 3이란 숫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1600-3=1597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특별한 해로 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조차 모른다고 하면? 저자의 삼행시 숫자 기억법을 활용할 만하다.
4. 사실은 이 삼행시 숫자 기억법은 아주 보편적인 기억법이다. 숫자는 그 자체로는 무척 관념적인-즉, 특별한 이미지가 없는 표기법이기 때문에 1111이나 1234 또는 3030같은 특이한 숫자가 아니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우리들의 비밀번호가 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언저리, 특별한 기념일 또는 1004,0909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맹맹한 글자를 어떻게 이미지화 하는가를 기억법에서는 반드시 다루었던 것이다. 그런 기억법의 대표적인 것은 숫자와 자음을 대응시키고 그 자음이 들어간 단어를 대응시켜 외우는 것이다. 이 기억법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저자가 삼행시라는 운치있는 방법을 결합한 점이다. 기분좋은 시도라고 생각이 된다.
5. 나는 지은이가 1은 십자가니까 'ㅅ' 2는 이모니까 'ㅇ'...하고 대응시키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은이의 기억법을 더욱 단순하게 변화시켰다. 숫자 자음 대응법도 바꾸고 응용이 쉽지않은 숫자 모음 대응법은 포기했다.
그러면 나의 숫자 자음 대응법은 어떤 것인가? 0과 'ㅇ'이 모양이 비슷하니까 쉽게 떠오른다. 0을 제외하고 보면, 1은 처음 나오니까 'ㄱ' 2는 다음이니까 'ㄴ'또는 'ㄹ' 3은 'ㄷ'이렇게 대응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발음에 따라 대응시키면 된다. 그러면 4(사)는 발음에 따라 'ㅅ' 이 된다. 5(오)는 ㅇ 이어야하는데 'ㅁ'이다. 왜냐하면 0과 'ㅇ'을 대응시켰기 때문이다.(ㅇ을 0에 맞출수도 있고 5에 맞출수도 있는데 나는 0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6은 벌써 5와 0이 ㅁ과 ㅇ을 선점하였으므로 모양에 따라 'ㅂ' 을 대응시킨다. 그러니까 5, 6은 예외이긴 하지만 대응은 자연스럽다. 5는 가운데니까 네모'ㅁ', 6은 비슷한 형태의 열쇠통'ㅂ'이 되는 것이다.
7은 발음에 따라(칠) 'ㅊ'또는 'ㅈ' 8도 발음에 따라(팔) 'ㅍ'이 된다. 9는 발음에 따르면 ㄱ이 되는데 벌써 1이 선점하였으므로 가장 끝이라는 것에 입각해서 'ㅎ'을 대응시킨다. 9도 끝에 있고 ㅎ도 끝에 있으니까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그러면, 1,2,3, 9는 순서에 따른 대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만든 숫자-자음 대응법은 순서와 발음, 형태라는 단순한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있는 대응법이 된다.
끝으로 ㅋ과 ㅌ이 남는데 2에 다시 ㅋ을 대응시킨다. ㄴ과 ㄹ이 단어가 부족할 수가 있고 ㄱ다음에 ㅋ을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ㅌ은? ㄷ과 비슷하므로 3에 대응시킨다.
다시 정리하자. 1=ㄱ 2=ㄴ,ㄹ,ㅋ 3=ㄷ,ㅌ 4=ㅅ 5=ㅁ 6=ㅂ 7=ㅊ,ㅈ 8=ㅍ 9=ㅎ 0=ㅇ
(1) 순서에 따라 1=ㄱ, 2=ㄴ,ㄹ,ㅋ, 3=ㄷ,ㅌ, 9=ㅎ (2) 형태에 따라 0=ㅇ. 5= ㅁ, 6= ㅂ (3) 발음에 따라 4=ㅅ, 7=ㅊ,ㅈ, 8=ㅍ (5,6만 기억하면 모두 쉽게 대응이 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6. 이 방법에 따라 명량대첩의 연호를 외워보자.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다. 명량대첩이 1597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면 우선 명량대첩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순신 장군이 적은 숫자로 왜군을 대파했다는 사실같은 이미지가 있으면 좋다. 그런 것조차 모른다면 '명랑한 대첩'하는 식으로 비슷한 말짓기라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외우려는 주체의 이미지가 없다면 실마리가 없어서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리뭉수리한 허깨비는 외울수 없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
(참고로 이런 이유로 마인드 맵이 정리의 도구로 이상적인 것이다. 명확한 중심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연상작용을 확보하고, 선연결을 통해 요소간의 구조적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정리와 복습, 기억, 발상 모두에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꼭 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절박하게 생각하라. 나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그분의 전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명량해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울돌목(명량=진도)에서 있었던 명량해전의 연도를 외울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결연한 마음이라면 훨씬 쉽게 외울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패스워드로 삼아서 활용까지 해보라. 명량해전은 자신의 삶과 실제로 관련된 숫자가 되므로 더 잘 외워진다.
7. 이젠 실제로 명량대첩의 연도를 외워보자.
먼저, 숫자를 단어로 대응시킨다. 1=ㄱ, 5=ㅁ, 9=ㅎ, 7=ㅊ,ㅈ 이니까 ㄱ ㅁ-> 까마귀 ㅎ ㅊ -> 홍차 라는 식으로 대응을 시킬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색상과 모양이 확연히 떠오르는 단어를 택해야 이미지 연상이 잘된다는 점이다. ㄱㅁ을 까마귀가 아니라 가망(=가능성)이나 고민, 건망증, 기만 등으로 대응시키면 회상력이 떨어진다. 반면 가면이나 구멍, 골목길, 거미, 꼬마 등과 같은 대응은 좋다. 이미지가 확실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실한 이미지로 삼행시를 만들면 영화처럼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이순신... 명량해전...1597 ->까마귀, 홍차
(3행시) (이순신 장군이13척의 배로 대승을 거두고) .....까마귀(15)가 시체를 뜯어먹는 바다에서/ 홍차(97)를 그윽하게 마셨다네. 진도개도 (명랑하게) 춤을 췄던 명량대첩 !
8. 참고로 15를 거미, 97을 회초리로 대응시켰다고 하자. 이순신 장군이 수고하는 병졸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거미를 잡아 회초리로 때려서 춤을 추게 만들었다고 상상을 해보자. 이런 것이 명랑한 해전이라고 할수가 있다.
(3행시) 이순신 장군은 명랑하여/ 거미(15)를 잡아 똥꼬를 매달아놓고/회초리(97)로 춤을 추게 했네.(너무 가학적인 것 같아서 조금 거시기 하네요. 저자는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것, 우스운 것을 상상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대체로 첫번째 삼행시가 훨씬 잘 떠오른다. 두번째 삼행시는 이순신 장군과 거미를 연관시키는 첫번째 고리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좋지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첫번째 삼행시는 이순신...명량대첩...왜구가 많이 죽었다....까마귀가 시체를 뜯어먹는다...라는 식으로 훨씬 연상작용에 부담없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굳이 이순신과 거미를 이으려면 약간 연상을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이 사실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식으로 상상을 하는 것이다. 특이한 생각이므로 잘 떠오른다.그러면 이순신...스파이더맨...거미...회초리 식으로 순조롭게 연상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자신이 외워야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있다. 대상의 이미지와 여기에서 처음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를 끈끈하게 결합시키는 스토리를 짜내는 것이 삼행시 기억법의 관건임을 강조하고 싶다.
9. 끝으로 자신의 우리은행 통장의 비밀번호가 7834라고 해보자.
우리-> 오리 78...ㅈ ㅍ...지팡이 34...ㄷㅅ...똥싸다
(삼행시) 우리은행에서 발음이 비슷한 오리를 연상한다. 오리가 시끄럽게 울어서/ 지팡이(78)로 때렸더니/ 똥싸고(34) 도망가네.
반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숫자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따라서 새롭게 비밀번호를 1597로 바꿔서 기억의 부담을 덜어보자. "우리은행은....우리나라를 살린 명량해전....명량해전은 어떻게 되더라. 아하! 까마귀가 나는 바다에서 홍차를 마시는 이순신 장군!...까마귀는 15 홍차는 97이니까 비밀번호는 1597이구나!'
이런 전략을 이용하여 꼭 필요한 숫자들을 삼행시로 만들어 두세번만 반복하면 통장번호 전화번호 비밀번호 연도 등을 쉽게 외울수가 있다. 정서적으로도 풍요롭고 재치도 증가되니 일석이조 삼조의 학습법이라고 할만하다. 좋은 지혜를 주신 저자께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