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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여자 -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의 길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지음, 강미경 옮김 / 가야넷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1. 정진홍 선생님의 [완벽에의 충동] 153-158쪽에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1975-)의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스물 두살의 줄리아가 '루나'라는 천년된 삼나무가 벌목되는 것을 막고자, 삼나무 루나 위에 오두막을 짓고 꼬박 2년동안 살았다는 너무도 믿기힘든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1997년 12월 10일 나무에 오른 줄리아는 목재회사가 루나를 영구히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받고난 뒤에야 루나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1999년 12월 18일, 나무에 오른지 정확히 738일째였습니다. 저는 제 영혼에 12월 18일 또는 738일이라는 숫자를 오늘부터 각별하게 새기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무척 가치있는 기념일이오 나를 일깨우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2. 불행히도 책이 절판되어 구할 수 없으니 [완벽에의 충동]에 나와있는 두 대목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 책의 재출간을 기원합니다.
(1) 하지만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줄리아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두려운 것은 다름아닌 바람이었습니다. 61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서 맞는 폭풍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두막은 거미줄처럼 처진 밧줄과 방수포로 간신히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거친 폭풍우 속에서 줄리아는 루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천년된 나무 루나가 자신의 나뭇가지 사이에 깃들어 살며 자신이 목재회사에 의해 베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는 줄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줄리아, 폭풍우 속의 나무들을 생각해봐 나무들은 폭풍우 속에 절대로 똑바로 서 있으려고 하진 않아. 휘면 휘는 대로, 바람에 날리면 날리는 대로 가만히 자신을 바람에 내맡겨요. 똑바로 서 있으려고 애만 쓰는 나무들은 결국 부러진답니다.
줄리아, 강해지려고만 하지 말아요. 그냥 자연의 바람에 스스로를 내맡겨둬봐요. 그래야 폭풍우를 헤쳐나갈 수 있어요. 그것이 삶의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2) 2년 가까이 나무 위에서 살면서 줄리아의 손바닥 여기저기에는 굳은 살이 박혔습니다. 마치 루나의 옹이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손가락에는 갈색과 초록색 물이 들었습니다. 갈색물은 나무껍질 때문에, 초록물은 이끼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