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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래리 버드 : 농구의 전설 - [할인행사]
JIM PODHORETZ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1. 래리 버드는 냉혹해 보이는 인상과 BIRD라는 이름이 결합되어 꼭 독수리같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2. 사실 요즘같이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은 세상에 철지난 래리 버드나 매직 존슨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마이클 조던 조차 세월의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나에게 묻기를 만약 농구의 신이 있어 어떤 선수가 되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매직 존슨이 될까를 한참 망설이다가 래리 버드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적어도 농구코트안에서 가장 뜨거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3. 아마도 마이클 조던 리뷰를 시작으로 했던 NBA리뷰는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 서른 네살에 농구공을 처음 사면서 시작되었던 지난 5년간의 평균 하루 3시간 정도의 농구체험과 더불어 살면서 느껴왔던 것을 같이 적어 보고싶다. 이 기록은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격한 투쟁과 패배, 역전, 승리, 고독한 연습, 슬럼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4. 운동과 무관하게 책상에만 붙어있었던 내가 이 나이에 20대의 환호를 받으며 농구장을 휘젖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지난 5년간 때로는 밤 11시에서 새벽 2시까지 때로는 새벽 4시부터 8시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아무도 없는 추운 겨울날 코트의 눈을 쓸고 시작해서 맨마지막에 대자로 쓰러져서 도장을 찍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봄비나 가을비를 맞으며 슈팅을 했고 장마비를 맞으며 실연을 겪고있는 대학생과 웃통을 벗고 게임을 한 적도 있다.
언제나 변함없는 연습에 노숙자들도 간혹 구경을 하거나 게임을 청하기도 했으며 전국체전에 참석했던 육상부 학생들과도, 해병대와도 맞짱을 떴다. 그들은 나를 아저씨 또는 형이라고 불렀다.안경은 부서지고 멍이 들고 이가 부러졌지만 다음날 다시 뛰었다. 이제 나에게는 이렇게 격렬하게 뛸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유도나 권투로 전향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나는 이 DVD를 봤고 이 리뷰를 쓴다. 지난 5년이 이 리뷰를 쓰게 했다면 나는 만족한다. 내가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리뷰를 쓸 수 없을테니까!
5. 이 DVD는 래리 버드가 인디아나 주의 프렌치 릭이라는 깡촌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대스타가 되어서도 평범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장작을 패거나 소소한 시골일을 했다는 래리 버드. 그는 마치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얼빈 매직 존슨처럼 농구 천재로 인생을 시작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형들에게 농구를 배웠지만 나이 차이가 많아서 대부분 혼자 연습으로 농구를 터득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그는 별볼일 없던 선수였다. 심지어 NBA에 와서도 외모도 볼품없고 저렇게 굼뜬 사람이 과연 제대로 농구를 할 수 있을까 의심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오로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오늘의 그가 되었다. 고등학교 코치도 증언한다. 연습이 끝난 빈 농구장에서 래리 혼자 비를 맞으며 슈팅연습을 하곤 했다고.
어떤 일이든 초반에 진척이 없는 사람은 대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앞서 나가는 친구를 보며 자신의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 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같은 길을 가지는 않는다. 지난 5년동안 NBA리뷰를 쓰며 느꼈던 것은 뛰어난 선수는 조금씩 조금씩 슈팅 폼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만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6. 래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비약적인 실력 발전이 생겨서 명문 인디아나 대학에 입학하지만 시끌벅적한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달도 못되어 자퇴하고 만다. 그는 프렌치 릭의 환경미화원으로 꼬박 1년을 살았다. 그는 그 생활을 무척 만족해 했던 것 같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자살이 아니었던들 래리라는 대스타는 환경미화원으로 평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프렌치 릭같은 깡촌은 아닐지라도 한 시간을 논두렁을 걸어야 학교에 도착했던 나도 모진 고생끝에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적응을 못하고 낙향해서 1년정도 신문배달과 노가데로만 산적이 있다. 월 15만원의 배달비가 주된 수입원이었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군대에 갔다와서 같이 일하던 목수아저씨는 "자네는 손재주가 없으니 벽돌쌓는 것이 좋겠다."며 기술을 배울 것을 권하셨는데 나도 마냥 집이 올라가는 것이 기뻤던 시절이었다. 관념적인 언어의 유희보다는 중간에 막걸리도 마시는 보이는 생활이 그냥 좋았었다. 공치는 날 주변 저수지에 가서 하루종일 빛나는 물결무늬를 보는 것도 얼마나 황홀한 경험이었던가?
이런 시간들은 평생의 위로요 안식처가 된다. 아마도 래리는 험난한 투쟁의 와중에서 겪는 고독한 순간에 프렌치 릭의 생활을 떠올렸으리라. 젊었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것은 고생이 아니다. 화려한 무늬를 수놓을 바탕을 마련하는 그 순간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온전한 자신만의 뿌듯한 순간이다. 이때가 자신과의 평온함과 인내, 투지 등이 체득되는 순간이다.
7. 표면 상으로 보면 마이클 조던의 챔피온쉽 6회 우승, 매직 존슨의 5회 우승에 비해 래리 버드의 2회 우승은 조금은 광이 안난다. 그렇지만 래리 버드의 보스톤 셀틱스는 과거의 영광에 비해 너무도 약체로 전락한 팀이었다. 래리 버드가 다시 우승의 궤도에 올려놓았을 때 너무 많은 나이와 숱한 부상으로 다시 우승에서 멀어졌다. 게다가 농구 역사상 최강팀이었던 매직 존슨의 LA 레이커스가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보잘 것 없는 12척의 배를 지휘했던 이순신 장군같은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것이 래리 버드이다. 그는 다른 선수보다 1시간 전에 연습을 시작해서 연습 끝나고 다시 2시간을 더 연습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뛰어난 패스와 어떤 순간에도 터져나오는 슈팅으로 유명한데 슈팅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손가락이 굽어진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보라! 진정한 대가나 천재의 모습이 이러하다. 래리 버드 덕분에 보스톤 셀틱스는 언제나 우승권을 떠나지 않았다.
8. 이제 리뷰를 끝내려 한다.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끝내려 한다. 다만 마지막으로 지난 5년이 나에게 이야기한 것을 들려주고 싶다.
농구는 농구장에 뛰어들어 배워야 한다. 너무 나이가 먹었다거나 함께 할 또는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 무엇도 언제나 친구와 함께 하지는 못한다. 또 누가 반드시 술뚜껑을 따야만 술을 마시겠다는 사람은 술꾼이 되기는 힘든 사람이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은 해야된다. 그리고 쏟아부으면 길이 열린다.
혼자라구?당신 자신이 함께 하며 저 깊은 곳의 울림과도 같은 신이 함께 한다. 당신도 어두운 새벽 공이 바운드되는 소리와 자신의 격렬한 호흡만이 함께 하다가 저멀리 해가 뜨는 그 순간이 되면 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되리라.
여하튼 농구는 단지 놀이만이 아니다. 그것이 단지 농구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무엇도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자신을 쏟아 부으면 그 순간부터 시간은 풍성한 이야기를 그대에게 건네 줄 것이다.
*** 배암발 : 제 생각에는 사람들은 영화는 영화로 보고 스포츠는 스포츠로 봅니다. 그리고 어제와 다름없이 살아갑니다. 이런 것이 상상력의 고갈이고 해석의 편협함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제가 지난 시간 NBA를 붙들고 있었던 것은 소위 땀흘리기 싫어하는 먹물인 제가 변화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했지만 가장 자본주의적인 잡기로 전락한 농구를 조금만 더 해석하면 사람살이에 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는 에로영화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지 않고 사색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 인문학의 모토인 이상 이런 부분이야말로 일상사의 한부분으로 반드시 도전해야 할 과제입니다.
특히 18미리 에로같은 부분은 우리의 간절하면서도 동시에 누추한 욕망과 사회적인 억압이 만나는 장소이고 달리 말하면 사회에서 억눌린 왜소한 현대인이 자신의 욕망조차 왜곡시켜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워올린 꿈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끌림과 안스러움이 교차하는 이 영역이 다양한 해석으로 열릴 때 우린 좀더 생동하고 자유로운 사람살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담을 하면 저는 transformer입니다. 그러나 누군 변태라고 부릅니다. 변태가 없이 자유없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