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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Potts - One Chance (Repackage)
폴 포츠 (Paul Pot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 지난 주에야 Paul Potts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감동적인 동영상을 보았다. Paul은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교통사고와 종양 등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다가 Britain's Got Talent를 통해 꿈을 이룬 인물이다.
특히 감동적인 동영상은 역시 예선전 모습으로 초라한 행색의 Paul이 다소 무시하는 듯한 심사위원들앞에서 Nessun Dorma를 부르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감동을 받아서 기립박수를 했으며 심사위원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Paul의 노래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결국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참고로 내가 아는 가장 깨끗하게 편집된 동영상 주소는 http://blog.naver.com/musictim?Redirect=Log&logNo=40043927198 이다.
2. 예선전 동영상을 보면서 새삼 '테너의 목소리가 지상에서 부르는 천상의 소리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Paul의 조금은 육중하고 볼품없는 몸에서 그런 맑고도 신성스럽기까지한 소리가 흘러나오다니! 나도 그렇지만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감동을 받아서든 Paul의 노래솜씨에 반해서이든지 그의 앨범을 기대하게 된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음반 제작자 사이먼과 1주일도 안되서 뚝딱 만든 앨범이 [One Chance ]이다. 제목의 뜻은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한번의 기회는 오기 마련이니까 희망을 가지자'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음반이 워낙 인기가 있어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O Holy Night, Silent Night, Ave Maria 등 크리스마스 음악 5곡을 실은 CD2를 보너스로 실어준 앨범이 이 앨범이다.
3. 이 음반의 CD1을 보면 대회에서 불렀던 Nessun Dorma, Time To Say Goodbye가 처음을 장식한다. 좋지만 대회때의 감동보다는 조금 부족한데 반주를 조금 줄이고 Paul의 소리를 더 내세웠으면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Amapola인데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서 어린 제니퍼 코넬리가 발레를 할 때 틀어놓았던 곡으로 좋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유명한 Caruso랄지 My Way가 이어진다. 참 좋다.
그렇지만 사실 내게 가장 좋았던 곡은 자신의 변함없는 후원자인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Cavatina였다. 소년처럼 청명한 목소리와 단순한 기타 위주의 반주가 조화를 이룬 좋은 곡이었다. 더 바란다면 아예 기타 한 대만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앨범의 끝은 오페라의 유령의 유명한 테마곡인 Music of the Night이다. 내가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긴 리뷰를 쓰고 앨범을 들었기 때문에 훨씬 각별하게 느껴진다.
4. 이 음반은 추천할 만 하다. 물론 부족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Paul Potts가 플라시도 도밍고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완숙미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사람이다. 또 Paul의 진실한 목소리가 우리를 울렸던 그 감동을 이 음반은 묘하게 흩트려 놓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실망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더 많은 음반이다. 전체적으로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굉장히 유명하고 감동적인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좋다. 나는 우리 아기들이 잠을 잘때 자장가로도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도 잠결에 이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나에겐 어떤 기회가 남아있을까?'하는 느낌이 들어 좋다.
5. 사실 나는 아내의 허락을 받아 2일간의 인생휴가를 보냈다. 지난 10년 동안 알고지내던 옛 애인들을 방문했다. 오페라의 유령 리뷰를 마치고 그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5명을 만났는데 한 명은 선배의 아내, 또 한명은 후배의 아내, 또 한 명은 나의 아내였다. 남은 두 명은 아직 미혼인데 둘 다 결혼 직전이었다.
그때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 것이 이 앨범이다. 공교롭게도 CD가게에서 빨간 장미모양의 포장을 해 주어서 마치 리뷰를 읽은 사람인듯 느껴졌다. 여하튼 내가 이렇게 싸돌아다닌걸 알면 친구들은 날 잡아먹을려고 하리라.^^
6. 마지막으로 만난 후배와 결혼한 친구는 딸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같은 날 같은 시 바로 옆 예식장에서 결혼을 올렸다는 것! 서울 사람인데 지방에서 결혼식을 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새삼 인연은 인연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밤늦게 예전에는 용기도 못냈던 친구와 팔짱을 끼고 공원을 걷기도 했는데 너무 좋아서 밤도 늦었으니 잠좀 재워달라고 졸랐다. 친구는 눈을 흘기며 "결혼도 안했는데 유부남 껴안고 자는 내 신세도 좀 생각해 주라구!"하고 웃었다.
나도 "옛 애인하구 삼겹살 구워먹는게 좋지, 배 다른 자식 나아서 인생을 모험으로 만드는게 좋나? 나도 그쯤은 안다구. 얼어죽지 않고 싶다는 거지 뭐."하고 웃었다. 친구는 "니가 장가 잘 갔다는 생각이 드네. 내 남편이 이렇게 천방지축이면 걱정되어서 살겠니?"하며 또 웃는다.
여하튼 죽어도 좋은 날들이었고 이런 추억을 빛내준 앨범을 나는 사랑한다.
7. 여러 개를 사다보니 신나라 레코드에서 크리스마스 이디션을 사고 알라딘에서 리팩을 샀는데 결국은 같은 앨범이었습니다. 그러니 싼 걸 사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