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책을 읽으니 셸 실버스타인의 [다락방의 불빛]이 떠오른다. 조금은 장난스러운 글과 재치있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책이었다. 

2. 중 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리면 온통 깜깜하게 느껴진다. 폭력적이고 지루했다. 우리 아이들은 문맹이어도 좋으니 그런 학교는 안다녔으면 좋겠다. 답답했던 나는 시험기간처럼 오전으로 학교가 끝나는 날엔 종일 모르는 골목을 걷다가 서점에 들러 셸 실버스타인을 읽곤 했다. 그런 낙도 없었다면 어땠을까?

3. 이 책[끌림]의 끝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지방 사는 친척의 결혼식에 부모님 대신 참석하기 위해 기차를 탔다. 눈 내리는 날이었다. 그때 내 안주머니엔 축의금 봉투가 들어 있었는데 나는 목적지에 내려서도 결혼식장으로 가질 않고 눈 오는 길을 걷고 또 걷다가 다시 기차를 탔다. 일주일 동안을 집에 들어가지 않았고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이었고, 단독이었던 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죽을 것처럼 두들겨 맞았지만 그래도 좀 살 것 같았다."(epilogue)

4. 학창시절 선생님은 우리에게 묻곤 했다. "장래의 희망이 무엇인가?" 나는 어제까지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문득 희망이 생겼다. 내 대답은 이거다."마음을 끄는 길을 걷다가 이름없는 골목길에 머물고 싶어요."

5. 언젠가 빈민들이 사는 마을에 산 적이 있다. 비가 오면 진창이 되는 그 냄새나는 골목에서 옆집은 아이스께끼통을 끌고 행사장을 찾아다니는 아저씨집이었다. 어느 날 아저씨는 교통사고로 몸저 누웠다. 그래도 그 집 담장에는 통조림통을 집삼은 채송화가 피어있어 슬프지 않았다.

그때 나는 눈물이 핑돌아 멍하니 담장 위의 채송화를 보았었다.그렇다! 내가 살고 싶은 골목은 이름없음이 지극한 희망과 심미성의 뿌리가 되는 삶이다.

6.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신다면 당신은 이 책을 펼쳐도 된다. 아마도 당신은 첫장을 펼치자마자 울고말지도 모르는데 이런 글귀가 당신을 마중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7.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음악이 들려왔다. 신해원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였다. 동병상련! 사람은 결국 모두 다르나 아주 다르지는 않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