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운다 [dts]
류승완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1. 내년의 계획은 춘천 마라톤 완주와 유도복을 다시 입는 것이다. 나는 이런 세상이 좋다. 거친 숨소리와 역한 땀에 절은 운동복...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게 미안한 것은 나이만큼 성숙한 주름살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2. 이 영화를 보면서 류승완 감독이 역시 움직이는 배우를 잡는데는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투 장면을 오랫동안 잡는 것은 무척 힘들다고 생각이 된다. 지루한 성룡의 마지막 격투 장면 같은걸 떠올리면 스트레이트와 잽, 어퍼컷과 훅, 크린치 등의 몇 가지 조합만으로 액션을 만들고 그런 것을 실감나게 찍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그런 걸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새삼 우리나라의 영화는 세계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3. 그리고 이 영화의 매력은 퇴물복서 강태식과 범행자 류상환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신인왕전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마흔 넷의 강태식이나 스무살 류상환이나 결국은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마당에서는 신인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슬프거나 고통스럽거나 새롭게 맞이하는 시작은 헐거워진 운동화를 질끈 동여메고 글러브를 꽉 쥐는 그런 선택일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선택은 진부한 것이 아니다. 이런 선택은 진실한 것이다.

4. 강태식은 다만 그 링의 마지막까지 서 있을 수 있기만을 바라지만 류상환은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승리를 쟁취하길 바란다. 나는 어느새 마지막 까지 서 있고 싶다는 소박한 강태식을 더 공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란 무얼까? 나는 누군가를 꺾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나는 절망 속에 주저앉아 어제와 같은 또하루를 반복하고 싶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5. 마라톤 연습을 할때나 다시 격투기를 시작하는 그 시점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안의 절망이나 한계를 잊고 그것 자체에 몰입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몰입의 끝에 아마도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런 나의 열망을 명쾌하게 비춰 주었다. 오늘 이 순간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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