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해가 저물기 전에 숙제처럼 집어든 것이  이 책인데, 3- 4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이해가 잘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몇몇 부분에서는 감동적이었고 저자인 김성오 사장과 나 자신의 삶과 비교해보고 새로운 시작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리뷰를 쓰자니 우선 별점 먹이는 것부터가 힘들다.  

정말 이런 류의 책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단 본인이 이런 책을 썼는지 부터가 의심이 된다. 시작부터가 물음표인 것이다. 바쁘신 사장님이 몇푼 벌려고 이 책을 쓴다는 것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또 이런류의 책은  자화자찬을 벗어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20년전에 유행했던 김우중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나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류의 책이 그렇듯 성공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란 것은 자신의 밝은 면을 강조하고 어두운 면은 감추는 왜곡된 책이기가 쉽다. 그래서 누군가의 글처럼 자서전이란 모아니면 도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쁘신 회장님의 책이란 의심이 더 가는 부류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를테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가 좋은 책인가 자문해 본다. 스물에 읽었던 그 책은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넓은 미래에 대한 진취성을 가지라는 채찍질이 되었다. IMF 이후 김우중 회장의 몰락으로 또다른 그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만 책 자체의 감동을 거짓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리라. 적어도 나는 그랬었다. 어찌보면 몹쓸 인간에게서도 깨달음의 빛을 발견한다는 것이 희망이지 않을까?  삶도 그렇고 내가 보는 삶의 해석도 중층적인 것 아닌가? 저자에 대해 모든 걸 알 수가 없다면 책에 나오는 진정성을 따라 상식적인 글읽기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어떤 의미에서 책이란 저자와 다른 또다른 생명체이다.

저자인 김성오 사장의 메세지는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실한 경영, 돈보다도 사람을 위주로 생각하는 감동을 주는 경영, 원칙을 고수하는 정직한 경영, 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서로 돕는 경영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은 진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나도 그렇지만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볼때 내가 양심을 지킨다는 것이 곧 도태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절절한 고민이다. 또한 고객들은 단기간에 이런 성실함을 알아주지도 않으며 가끔은 비웃기조차 한다. 그런데 그럴 수록 자신의 뜻이 옳음을 밝히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자신을 비우고 양심과 원칙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이런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다짐한 내용이다.

4.5평의 조그만한 약국을 종교적인 이유로 6일만 열겠다고 육일약국이라고 이름하는 데서 나는 이 책의 묘미를 발견했다. 이 책이 진부하다고 생각한다면 4.5평과 6일이라는 이 긴장을 경험하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처절한 생존본능과 목사이신 아버지의 인내교육에 순응하며 각고의 노력을 다했던 어린 시절의 내공 덕택이리라.

책값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되었으나 수익이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고 하니 연말에 한번쯤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내용이 경쾌하고 쉬워서 어떤 연령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오늘부터 다시 마음을 추스려서 내년은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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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7-12-21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이켜보면 내가 읽은 가장 추악한 위인전은 [전두환 장군 일대기(?)]였던 것 같다. 핏빛 광주와 체육관 대통령 사이에 출간되어 일방적으로 배포된 이 책은 초반에 골키퍼 전두환이 그날의 패배를 잊지못해 울부짖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어려서 그랬는지 달빛 아래 슬픔에 젖은 반짝이는 머리가 조금은 운치있게 느껴졌었다. 아버지가 대머리셔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이런 책은 정확한 정황과 더불어 읽힘으로서 살아있는 역사 시민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교과서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누구였나 궁금해진다. 이런 걸 추적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 않나? 어떤 면에서 책이란 참으로 더러운 것이다. 그것을 쓰는 자들이 더러운 것일 테지만! 여하튼 요즘 휴게소마다 진열된 [황소 이명박]도 이런 씁쓸한 느낌으로 추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