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보았다. 내가 정말 알고 싶었는데 뒤로 미뤄두었던 책이 무엇인가? 예를 들어 [블루오션 전략]이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책이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같은 예전의 전공과 관련된 책은 올해가 가기 전에 읽고 싶다. 특히 [성공하는...]은 몇 번 읽다가 중간에 그만 두게 된 아쉬움 때문에 먼저 읽고 싶은 책이다. 사실 많이들 추천하기에 읽자고 다짐은 하건만 실상은 정독하거나 완독하지 않아 스트레스로만 남게 된 책이 어디 한두 권인가? 공허한 독서인의 실상이 이러하다.   

2. 그러다가 문득 눈에 띤 책이 이 책이다.'황우석 사태?' 황우석 사태가 그렇게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건만 나는 황우석 사태의 전말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던가?

황우석 폭풍이 몰아치는 그 시간에 나도 관심을 가지며 신문을 읽었으며 스크랩도 해 놓았다. 의대를 다닌 적도 있었기에 1년간 생화학 수업을 들었고 한달간 원심 분리기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실험도  했었다. 그래도 생명공학 실험실 분위기가 어떻다는 것도 알고 생명공학의 기초적인 개념은 조금 알고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신문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중구난방의 신문 특집기사는 나름의 사실을 전해주고 있었지만 실상 그 기사를 작성한 전문기자라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 베껴먹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돌이켜보라. 매주 새로운 주장이 거듭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공학 용어가 융단폭격처럼 쏟아졌었다. 처녀생식이니, 수정란 배아줄기 세포니 하다가 갑자기 테라토마가 나오고...

그러다가 서울대 조사위가 등장하면서 그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런데 조사위의 발표란 것이 또 얼마나 난삽한 발표였던가? 발표야 간명했을터이지만 황우석 사태의 본말을 꿰지못한 상태였던 나는 멍한 느낌뿐이었다. 게다가 황우석씨는 끝까지 줄기세포와 원천기술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기 때문에 과연 그가 정말 악당인지 조차 나는 혼란스러웠다. 

결국 나는 황우석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슬그머니 놓아버리고 말았는데 첫번째는 내 지식으로는 체세포 복제기술 공방을 이해못하겠다는 식의 패배적인 자포자기가 원인이었고 두번째는 황우석 진실 공방이 명확한 해결을 보지못하고 허우적되는 상황 정도에서 세째 아이가 태어나서 이래저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3. 그렇지만 2년이 되는 지금 이순간에도 황우석 사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의 책을 이틀 밤에 걸쳐 읽게 되었다. 최초의 제보자 K와 황학수 PD가 만나는 그 순간부터 빨려 들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수가!"

4. 이 책은 단순히 황우석의 사기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황학수의 진실 추구에 대한 이야기이며 거짓된 대한민국의 실태 보고서이다. 여기서 책의 끝머리에 있는 황학수 PD의 절절한 고백을 들어보자. 

"나는 황우석 씨의 논문에 대한 최초 제보를 접하고 나서 두려웠다. 그러나 이 사안을 온갖 두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밀어붙여 보았다. 갈 데까지 가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열한 언론인, 술수에 능한 과학자, 가면을 쓴 정치인, 충격에 빠진 대중'들을 만났다. 대한민국은 하나씩 하나씩 발가벗겨졌다. 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가 남김없이 드러났다. 거기에는 '과학계와 정부 그리고 언론의 삼각 동맹'이 똬리를 틀고 있고, 미시권력의 다양한 범주에서 여전히 '비민주적 질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번 파문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진보'든 '개혁'이든 '보수'든 간에 그 사상적인 깊이가 얼마나 얕은지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파문 속으로 한 발짝만 비집고 들어가 보자. 거기에는 봉건적 질서 속에 도제처럼 지내는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있고, 거역하기 힘든 교수 사회의 위계 속에서 감히 자신의 학문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자들이 있고, 남의 논문에 버젓이 편승하는 교수들이 있다. 잘 나가는 과학자의 신용카드를 받아 쓰는 언론인이 있고, 명절 때면 쇠고기 선물을 챙기는 기자도 있다. 학맥과 지연의 끈을 이용해 권력의 중심부에 접근하는 과학자와 정치인이 있고, 스타를 키워 이공계 위기의 본질을 감추려는 약싹빠른 전략가들도 있다. 줄기 세포가 있는지 없는지 너무나 뒤늦게 파악한 무능한 정보기관도 있고, 사태를 파악한 이후에는 오히려 이를 덮고자 배후에서 온갖 모사를 일삼은 권력자들도 있다."(501-502쪽)  

5. 나는 이 책을 누구보다도 젊은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데 황학수 PD의 행보가 참된 지식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의 첫머리에서도 밝히지만 그는 경영학 석사 출신의 PD이고 생명공학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한 두달이 지나서는 황우석 사단의 논리적 허점을 포착하기 시작하고 서 너달이 지나서는 논리에 필적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는 전문영역이라는 높은 담을 쌓고 얼토당토 않는 성과를 부풀여 포장하는 인간들이 많다. 그러나 보라! 많은 경우, 생소한 영역조차 상식과 탐구심, 적절한 도움을 잘 엮어나간다면 우리는 서너달이면 최고의 성과를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탐구심과 추진력을 겸비한 지적인 비판 능력이야말로 대학에서 그토록 요구되는 지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을 인문, 사회, 자연 등등의 전공을 떠나 모든 젊은 학도들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6. 솔직히 이 책조차 생명공학에 대한 부분은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황학수 PD가 누군가? 바로 'PD수첩'의 제작자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으로 KBS에 들어가서 5회분량의 황우석 관련 PD수첩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황우석사태와 해당 생명공학 지식을 파악할 수가 있다. 이런 걸 생각해보면 황우석 사태를 전반적으로 이해함에 있어 이 책보다 더 나은 동반자를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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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ing 2007-12-0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허한 독서인인 저의 서재에도 하나 올려둬야겠습니다. 파란색으로 인용해주신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