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저자인 이윤기 선생은 국내 최고의 번역자이자 유명한 신화학자이고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하다. 또한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미시건 주립대학교에서 비교문화를 강의하시기도 한 모양이다. 따라서 2000년 6월에 54세의 나이에 처음 찍어낸 이 책은 원숙한 신화학자가 비교문화의 시각을 가지고 써내려간 인문 서적이면서, 노련한 소설가의 글솜씨로 그리스 로마신화를 생동감있게 빚어낸 고도의 창작품이기도 하다.

2. 나는 이 책이야말로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그리스 로마신화 읽기의 판도를 깨뜨린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은 단지 박식한 지식과 뛰어난 글솜씨에서 오는 읽는 재미만 있는 책이 아니다. 거의 매 페이지에 나오는 총천연색의 사진과 그림이 책읽기를 한없이 즐겁게 만든다.

3.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걸 왜 읽는가? 아이들은 재미있으니까 읽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번잡한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 단지 재미만으로 신화를 읽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이윤기 선생은 무어라고 대답하는가?

우선은 각박한 생활에서 벗어나 상상하기 위해서이다. 신화를 읽는 인간은 어쩌면 상상하는 인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상상은 개인적이다. 또 상상은 주체적이다. 게다가 신화는 미로처럼 복잡하기에 신화의 상상은 모색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화읽기란 감성적이고 주체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모색하는 우리의 삶의 양식을 지시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곁보기에는 많이 다르지만 우리의 이야기와 상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짝 신발이라는 주제는 달마대사와 콩쥐 팥쥐, 신데렐라, 테세우스를 동일한 이야기로 이어준다. 풍요의 뿔은 성기숭배와 조개, 동지의 버선과 크리스마스의 양말을 비슷한 경험이라고 묶어준다.

부언하면, 이러한 묶음은 단일한 핵심으로 요약되거나 정통적인 유일한 해답으로 귀결될 수가 없다. 유사성과 더불어 차이를 인정할 때 문화적인 편협함을 벗어날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 누군가는 상징의 의미를 더 압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책이 더 명쾌하게 쓰여질 수 있다고 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혼잡을 용인하는 것이야 말로 이윤기선생의 뛰어난 감각 때문이다. 신화를 수능 써머리집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오만한 야만이다.

4. 중고등학교 다닐 때나 대학교 다닐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았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온갖 신과 낯설은 지명이 쏟아져 나오는 탓에 심적으로 위축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할 때쯤 되어서 A4 용지 몇장에 도표를 그려가며 씨름을 한 결과 이 신이 이렇게 이렇게 연결이 되는 구나 하고 겨우 감이 잡혔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도루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감사했던 것은 예를 들어 이아손이 Jason이고 모노산달로스가 mono+sandal이라는 식의 설명이 자세해서 이름을 외느라 받았던 고통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로 바꾸어 주었다는 것이었다. 또 그림과 사진이 신화를 생생하게 만들어주어 창백한 글자만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좋았다.

5. 끝으로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게 느껴졌던 부분은 예를 들어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를 설명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도 어린 시절에 산적이 있다는 식으로 가볍게 언급하는 대목이었다. 이 대목은 클뤼메네가 태양신 헬리오스와 동침을 한 후 건실한 남자인 메로프스와 결혼을 하여 열 달이 되기 전에 아기를 낳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런 서술은 동정녀 잉태라는 기독교의 신화를 그리스 로마 신화와 재미있게 대비시키는 부분이다.

사실 이런 작가적 재치는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음험하게 숨겨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즐기며 훨씬 유쾌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리뷰를 이정도에서 갈무리 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