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레스 연인 - [할인행사]
미디어소프트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리뷰에 올렸듯 '도대체 얼마나 찐한 연인이기에 매트리스mattress일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보게 된 영화다.알고보면 '매트리스 연인'은 정말 절묘한(?) 번역이다. 원래 제목은 메트레스Maitress로 '정부 情婦'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메트레스'는 독특한 문화적인 뉘앙스가 포암되어 있는데 단순히 불륜관계는 아니고 각자 독립된 삶을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사랑을 향유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들 마음 속의 열정 또는 사랑과 결혼관계와의 모순을  그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원작은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상당히 지명도가 있는 배우인듯 하다. 특히 여주인공인 카와시마 나오미는 무척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래저래 이미숙과 이정재가 주연한 훌륭한 영화 [정사]가 떠올랐던 영화이다.

내용은 무척 진부한 편인데 그럼에도 남녀의 사랑은 아름답다. 긴자의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소몰리에로 일하는 30대 초반의 슈코가 50대의 유부남인 대학교수 슈헤이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 레스토랑에서 퇴근한 슈코가 슈헤이의 차를 타고 별이 총총한 들판에서 야영을 하는 장면은 무척 아름답다.

나 역시 저런 별이 쏟아지고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들판에서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도 슈코처럼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요.'라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사람과 체온을 나눈다면 모든 것을 잊어버릴 것 같다.내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영화의 미덕은 이런 진부한 순정만화를 편안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다. 극적인 드라마는 없다. 줄거리가 아니라 슈코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영화의 주제를 보자. 영화의 초반에 슈헤이를 너무도 사랑하는 슈코가 "우린 이렇게 사랑하는 데 왜 함께 할 수 없나요?"라고 묻는다. 슈헤이는 "각자의 일에 충실하면서 자유롭게 만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대답하는 데 영화의 끝에는 이 질문이 역전된다. 똑같은 질문을 슈헤이가 슈코에게 한다. 그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사이에 슈헤이는 가정도 직장도 잃은 상태이고 슈코를 젊은 남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상태이다.

영화의 결정적인 순간은 슈헤이의 위기감이 슈코를 독점하겠다는 소유욕으로 변하는 그 순간에 슈코가 서있는 위치이다. 슈코는 너무도 순수한 사람이어서 마지막까지도 슈헤이가 선물한 별자리 시계를 보며 사랑하는 슈헤이를 떠올린다. "북극성이 저쪽이니까 슈헤이 당신은 이쪽에 계시는군요."라고 혼자말을 하며 자신의 사랑을 지속한다. 이런 면에서 슈코는 슈헤이와 같이 숨쉬는 존재인 한 언제까지나 함께 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슈코와 슈헤이는 헤어지게 되는가?

소몰리에인 슈코는 무척 순정적이고 심미적인 사람이다. 영화의 첫 장면으로 돌아가면 슈헤이는 별이 눈부신 들판에서의 정사가 너무도 황홀해서 자꾸 "눈을 떠봐. 정말 멋있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슈코는 "눈을 감고 아무 것도 보지 않을 거에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리고 오직 당신만 있으면 되요."라고 말한다. 이 모습은 눈을 가리고 포도주를 음미하는 소몰리에 훈련중의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슈코의 가슴 한가운데 숨쉬는 이 심미적인 정체성을 슈헤이가 침범하기 시작할 때 슈코는 버틸 수가 없다. 결코 변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를 숨쉬게 한다. 숨쉬지 않고 사랑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이 슈코의 마지막 대사와 주제가를 들으며 떠올랐다. 요즘에 읽는 책이 [남편 성격을 알면 행복해진다.]인데 이 책 식으로 말하면 기질과 성격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나레이션은 이렇다.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일을 버릴 수 없었다.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아내에게 버림받은 그는 싫었다.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로만 남는 것은 싫었다. 미안해요. 이젠 안녕." 내가 조금 더 정확하게 나레이션을 바꾸면 이렇게 되겠다.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성격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슈코. 행복하길 바래요. 언제까지나! 정체성을 잃지말고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길 바래요."

사랑했던 두 남녀가 서로 뜨겁게 사랑하지만 서로 헤어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슈헤이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멀어져 가는데 그런 것도 좋았고 슈코가 한참 서있다고 돌아가는 모습도 무척 좋았다. 슈헤이처럼 뜨겁기도 어렵고 슈코처럼 순수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사랑과 이별이란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여하튼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하나 더 늘었다. (직관형 인식형인 분들께 더 잘 맞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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