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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책의 맨앞은 합천에 일해공원이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일해는 전두환의 호다. 광주시민의 피를 빨아먹으며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국민의 한숨과 비탄을 삼키며 호의호식한 인간을 기리는 공원이 생겼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이 좁은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2. [21세기에는 바꿔야할 거짓말]을 보면서 과거청산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예를 들어 독일과 일본에 각각 점령을 당했던 프랑스와 조선의 과거 청산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영광이 찬란했던 선진국이었고 1940년에서 44년까지 고작 4년의 독일치하를 겪었을 뿐이었다. 반면 조선은 러일전쟁, 청일전쟁, 진주만해전을 통해 세계적 강대국임을 과시했던 일본에 비해 근대화가 무척 뒤떨어진 후진적 국가였다. 그리고 명백한 식민지 통치시기도 1910년에서 45년까지 무려 35년에 달한다.
쉽게 말하면 프랑스는 20대 청년이 30대가 되기도 전에 승전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지만 조선은 20대 청년이 환갑이 될때까지 희망의 씨앗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냉정하게 보자. 프랑스는 2차대전의 승전국이었지만 조선은 다른 강대국에 의해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약소국이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과거 청산의 잣대를 그대로 조선에 댈 수가 있는가? 나는 친일파 등등의 과거 청산에 있어서의 난맥상는 그런 근원적인 문제상황이 적절한 사회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한 채 60년이 넘도록 방치되어왔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3. 이런 잡다한 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친일파 청산에 대한 학계 또는 사회 각층의 노력을 반이라도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청산에 힘을 쏟았더라도 일해공원이 생기는 것은 막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때문이다.
나는 이런 책이 이제야 나온다는 점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생각된다. 모든 모순의 시초라고 친일파 처단에 핏대를 올리지만 이런저런 난황을 겪으며 허송세월을 하는 동안 최근의 군부독재에 대한 단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 지지 않는 나라! 자국민의 심장에 총을 쏘았던 대량학살마저 정치적인 흥정거리가 되어 주범들은 면죄부를 들고 백주대낮에 활보를 하고 있는데 그 무슨 정의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나친 시초에 대한 탐구는 오늘 현존하는 악에 대한 대결을 포기한 탓인지도 모른다.
4. 앞의 여러 리뷰에서 지적하듯이 이 만화는 허술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의견처럼 전두환 노태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희망이 과하다. 그것은 집에 난입한 강도와의 한때를 되새기며 은밀한 체온을 추억하는 어긋난 심사다.
[만화 박정희]의 리뷰에 밝혔듯이 이 책을 강준만 선생의 [현대사 산책]시리즈와 더불어 읽으시길 권하고 싶다. 이렇게 짝을 지어 읽으면 이 책의 그림이 대문이 되고 강준만 선생의 글이 앞마당이 되어 조금은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5. 앞의 리뷰 중에는 경상도와 미국을 매도하는 진실을 왜곡하는 책이라는 의견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나는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예를 들어,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민주화 운동역사상 현실 인식이 한단계 진보한 것을 보여주는 쾌거이다. 그 동안 막연히 우방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이야말로 바로 모든 비극의 한 축임을 광주를 통해 극명하게 인식했다는 것!- 이거야 말로 인식의 진보요 새로운 해결에 대한 진지한 탐구였다.
또 경상도에 대한 편견이라는 것도 우습다.
6. 그래도 이 만화가 아쉬운 것을 적지 않을 수 없다. 두 가지이다. 우선, 광주 항쟁을 사건 일지와 지도 등을 통해 조금 더 명쾌하게 보여줄 수 있었지 않느냐는 점이다. 누가 죽었다는 감정적인 전달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자료를 통한 논리적 설득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다음으로는, 전두환이 대통령 노릇을 했던 시기의 사건들도 각주등을 통해 세부묘사를 얻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점이다. 읽기에도 훨씬 시원하고 읽고나서도 활용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들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선동책자를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장면에서 약간의 여백과 참고자료를 둠으로써 독자들에게 나름의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다 읽고 나니 [만화 박정희]가 인간 박정희를 입체적으로 그린 반면 이 만화는 풍선인간 전두환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주인공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기간에 있었던 사건들의 지루한 나열은 저자가 애초 의도했던 광주와 땡전뉴스를 모르는 세대에게 진실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아예 내팽개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7. 나는 내가 이 곳에 산다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다. 일해공원 소식이 들려올 때도 그런 때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이명박씨가 전두환을 찾아가 알랑방구를 뀌는 것을 볼 때도 그런 때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울적한 심사는 이렇게 죽치고 살아도 되는가 하는 자탄에서 비롯된다는 걸 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박정희도 전두환도 저렇게 펄펄 날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오늘이란 그 누군가가 애타게 살고 싶어하던 그토록 소중했던 내일이 아닌가? 살아남은 자에게는 슬픔과 더불어 책임도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나서도 귓가에 울리는 말은 책 말미의 이런 글이었다. "아직꺼정 고 놈 뒷 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배암발 : 이 만화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노태우 부분이 책의 말미에 달려 있어 [만화 노태우]를 살 필요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이 역시 두가지 이유인데 첫째 지겨운 군부독재에 대한 책은 이걸로 족하다는 안도감이다. 두번째는 금전적인 문제인데, [만화 노태우]를 사면 아마도 [만화 전두환]을 또 사은품으로 내놓아 속을 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산 사람은 대부분 [만화 박정희]의 독자이리라고 생각된다. 차라리 1권을 사면 2권을 준다든지, 아예 한권으로 묶어 10000원이나 12000원 정도로 팔 것이지 [만화 박정희]를 사은품으로 주는 것은 [만화 박정희]를 사준 독자들을 우롱하는 무척 어리석은 판매전략이라고 생각된다.물론 [만화 박정희]를 못본 독자들은 배보다 큰 배꼽을 받아 무척 행복하실 수 있겠다.
그러나 참자. [만화 전두환]은 이런 짜증으로 집어던지기에는 너무도 수고롭게 나온 시대의 늦둥이 자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두환의 밝은 면을 보기는 거부하겠으나 [만화 전두환]의 밝은 면은 보아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