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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곽원갑
우인태 감독, 이연걸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1991년 영화 [황비홍]을 본 후 그의 팬이 된 후 이연걸의 영화는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마흔이 넘은 그가 은퇴 무대로 고른 영화가 이 영화 [무인 곽원갑]이다. 20세기 후반 중국 무술영화를 생각해보면 이소룡 이후에 결국 이연걸이라고 생각한다. 취권으로 사랑받은 성룡은 무술가로서의 이미지는 약하다. 결국 그 외로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은 왕우나 유가휘, 좋아하는 견자단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두 명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소룡의 간소하고 날카로운 격투술과 이연걸의 전통적이고도 유장한 무술이 전혀 다른 스타일이면서도 20세기 중국무술영화를 지배했다.
이소룡의 최고작을 [정무문] [용쟁호투]와 [사망유희]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연걸의 최고의 영화로 4개를 고르고 싶다. [황비홍1] [정무문] [태극권] [곽원갑]! 그 중 최고를 나는 이 영화 [무인 곽원갑]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는 이연걸이 녹아있고 중국 무인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무술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시각적인 재미로 보아도 이 영화는 최고의 영화로 [매트릭스]와 [킬빌]의 무술감독인 원화평과 최고의 무술배우 이연걸의 결합을 통해 뛰어난 무술 장면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 영화 이전에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토니 쟈의 [옹박]을 의식해서 더더욱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이 영화의 격투 장면은 생생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렇지만 역시 이연걸의 진가가 나타나는 부분은 맨마지막의 태극권으로 춤을 추는 장면같은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출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춤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 이제는 더이상 이런 장면을 볼 수 없다니! 그렇지만 이연걸은 아마 '다 이루었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은퇴 무대를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하다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연걸 당신은 정말 최고다!
아마도 이연걸이 굳이 곽원갑을 연기한 이유는 곽원갑이 이소룡의 영화 [정무문]의 주인공인 진진의 사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써 자신의 무술 철학과 더불어 이소룡 보다 뛰어난 무술가임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여하튼 이연걸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무술가로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힌바가 있다. 그 메시지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산골의 장님 아가씨 문의 이야기가 그 대답이 되지 않을까? 곽원갑이 다른 사람보다 서둘러 모내기를 하다가 너무 바짝 모를 심자 문은 다시 모를 심는다. "모는 제각기 생명이 있어요. 서로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만 살 수가 있지요." 이 장면은 곽원갑과 일본 무도인 안노 타나카와의 대화에서 변화되어 나타난다. "모든 무술은 약하고 강하고의 차이일뿐 근원적인 차이는 없소. 무술가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어디까지 성숙하느냐가 문제가 될 뿐이오."무술가는 군인이 아니다. 무술가는 자신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는 것은 곽원갑의 비극과 무술가로서의 성장이 잘 조화된 드라마 때문이다. 알다시피, 곽원갑의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이 진사부를 격투 끝에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보복으로 처자가 죽게된다. 분노에 차서 찾아간 진사부의 집에서 슬픔에 찬 진사부의 처자를 보게 된 곽원갑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 자신이었음을 알고 미치게 된다. 따라서 산골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위로를 발견하고 문과의 만남에서 참된 인생을 발견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으면서도 애절한 인생의 드라마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곽원갑과 문과의 이루어지지 못한 재회랄지 슬픈 가족사 같은 것이 잠시 슬픈 느낌에 잠기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고통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길을 갔던 한 무도인의 삶은 아름다운 인생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삶의 한자락에는 어떤 시련과 슬픔이 자리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통해 우리는 또다른 자신과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리라.
끝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라스트 사무라이] 역시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이상하게 짝이 되는 영화같은 느낌이 든다. 이연걸이 바람 속에 서있듯 대장군 켄도 바람속에 서있다. 바람속에 모도 흔들리고 사쿠라꽃도 흩날린다. 영화를 보시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그렇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불어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를 흔들고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