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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이고로는 손발이 찌부러진 그리고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원숭이로 덤불 속에 버려져 있었다. 사진작가인 남편 오타니 준코가 데려와서 오타니 가족의 사랑 속에 겨우 생명을 부지하였지만 오래살지 못하고 그만 죽고말았다.
그런데 이 맑은 눈의 조그만 원숭이의 짧은 삶이 이렇게 책으로 읽힌다는 것은 진정 신비로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사진작가인 오타니 준코 덕분으로 우리는 다이고로의 삶의 단면들을 따라가 볼 수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겠지만, 다이고로의 천진난만한 눈망울과 힘겨운 고투를 볼때 나는 두살박이 막내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1910년생이셨던 선량한 할머니의 눈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것이 다만 나만의 경험일까? 여하튼 다이고로의 모습은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여린 눈망울을 떠올리게 만들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무엇이 참된 삶인지에 거듭 묻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다이고로를 옆에서 돌봐준 오타니 가족은 오히려 다이고로로 부터 많은 위안과 충만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한다. 사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10여년 전에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일년간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한적이 있다. 그 체험을 통해 나는 내 삶이 구원받는다는 경험을 절실히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다. 분투하는 장애인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고달픈 현재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나약함에서 벗어나 참된 삶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도움을 받았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여인을 보라]의 나카무라 히사코 여사였다. 그는 손발이 없어서 입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다이고로와 같은 모양의 오뚜기를 그려 자신을 나타냈었다. 다이고로도 히사코 선생님도 아마 지금은 영원한 평화를 얻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기서 불안한 꿈을 꾸며 허덕인다. 잠시 이런 책을 만날 때만이 구원의 빛이 비춰오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