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 [초특가판] 애니메이션
쿠로다 요시오 감독 / 플래닛 엔터테인먼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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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망설이다가 산 DVD이다. [플란다스의 개]는 아름다운 주제가로 언제나 내 마슴 속에 있었던 영화였다. '먼동이 터오는 이른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로 시작되는 가사는 외로울 때면 흥얼거리기도 하는 십팔번이었다. 그리고 어렸을적 TV를 볼 때를 생각해보면, 인자한 턱석부리 할아버지와 착한 네로와 아로아,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개 파트라슈가 마치 여기에 같이 있는 사람인듯 여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너무도 서글픈 마지막 장면 때문에 가슴이 멍해져서 사기가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오늘 이제는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새삼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 만화영화치고는 고운 선처리와 색감이 좋은 영화이고 특히 네로가 정성껏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각별한 감명을 준다. 또 어렸을 적엔 깊게 생각지 못했던 네로의 가난과 추위, 배고픔 그런 것들에 자꾸 주의가 기울여진다. 화가가 되고 싶었고 재능도 있었지만 네로는 꿈을 이룰 수가 없었고 주변의 비웃음과 냉대를 받았다. 그럼에도 꿈을 잊지않고 자신의 양심도 속이지 않았던 네로...이런 것이 가슴에 감동으로 와 닿는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 그런지 천사들에 둘러싸여 하늘나라로 가는 네로가 잘 되었다고 보는 눈치다.

네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던 페터 파울 루벤스의 그림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1612)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그리워했고 배고픔과 추위로 괴로와했던 네로가 생계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장식하기에 걸맞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네로는 이웃들의 차가운 마음에 사랑을 심고가는 그리스도로 죽어가는 것이라.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꼭 비극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림대회에서 1등을 하고 하고싶은 공부를 하게되어 행복해하는 네로로 끝내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 무척 깊다는 생각이 든다.

배암발 : 미술책을 뒤져보니 가난한 네로가 우러러보던 화가 루벤스는 당대 군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값비싸고 신화적인 장엄한 그림을 그려서 그의 그림은 주로 왕실 소장품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네로와 루벤스의 모순이 결국 네로를 죽게한 것이 아닐까? 네로가 얼어죽게된 이유는 주위의 냉대와 몰이해, 그림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해서 낙심한 탓이었는데, 네로를 물리치고 1등으로 뽑힌 그림은 루벤스풍의 장엄한 인간 군상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새삼 울적해지는 대목이다. 네로는 차라리 렘브란트나 고호의 작품아래서 얼어죽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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