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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ㅣ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1
키류 미사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이 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고 묻고 싶다.
답부터 이야기하면 젊은 이다.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편의상 이야기하자면 20대라고 해야겠다. 조숙한 10대 후반도 읽을만 하지만
변태적 성행위에 관한 내용이 범람하는 책의 특성상 추천이 조금 꺼려진다.
그렇지만 20대 특히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즐겁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잘못된 기억인지는 모르지만 이 책은 얼마 전까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책이었다.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갑다. 내가 특별히 변태적인 취향의 사람이 아닌지라 이 책을
볼 수 있어 반갑다고 말하는 데는 거의 10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진정 그렇다.
그리고 이제 왜 이 책을 긍정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하려 한다.
만약 이 책을 잘 아는 이야기에 대한 비틀기를 시도한 작품이라고 본다면
1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무슨 세계사라는 이름의 책이었는 데 몇 편의 인상적인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창세기로부터 비롯되는 책인데 중간에 소경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곳에 소경이 살고 있었는데, 소경 눈을 떠주는 신기한 무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을 떠난다.
예수를 만나 소경은 마침내 눈을 뜨게 된다. 그런데 소경이 눈을 뜨고 본 세상은 참으로 참혹한 모습이었다.
굶어죽은 시체들과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처절한 살육과 폭력의 현장 등.
그래서 그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한 예수를 저주하면서 눈을 스스로 후벼버린다.
어떤 의미에서 [알고보면...]과 이 이야기는 메세지가 같다.
섣부른 구원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단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 속의 구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이야기 속에서의 구원은 이런 것이다.
"착하면 상을 받고 악하면 벌받는다.그리고 이 세계는 정의롭다.
선한 사람은 비록 고생을 할지라도 결국 더 큰 행복의 문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니 아이들아 이 아름답고 감명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예쁜 꿈 꿔라."
그런데 그렇게 사랑을 담아 부모님들이 들려줬던 그 이야기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듯 그저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일까? 그리고 이야기 속의 세상이 진실일까?
여하튼 이런 성찰 또는 열린 생각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두 책은 같다.
그럼에도 [..세계사]는 [알고보면...]에 비해 그다지 폭력적이지도 않고 충격이 크지도 않다.
왜냐하면 성경이 애초부터 아이들을 위한 환상을 심어주는 책도 아니고 성인용이기 때문이다.(특히 구약은)
또 성경을 비틀은 [...세계사]는 소경이 설혹 예수를 저주한다고 하더라도 던지는 질문자체는 무척 윤리적이다.
[알고보면...]이 충격적인 이유는 어렸을적 부모님이 아름답게만 들려주었던 동화들이
사실은 무척 성적이고 변태적이며 폭력적인 세상의 현실을 깔고 있다는 참담한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기좋은 꽃으로 치장된 문뒤에는 죽은 개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새앙쥐들이 있었다!
참고로 구약성경의 이야기들 중에는 실상은 역겨울 정도로 변태적이고 외설스러운 장면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좀더 학구적인 책이 있는데 까치에서 나온 [길섶의 창녀들]이라는 책이 그렇다.
그렇다. 성경 속의 상황도 [알고보면...]보다 심하면 심했지 낫지는 않다.
사실 레위기 18장만 보아도 우리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것도 야훼의 말씀으로 근친상간의 리스트가 읊어진다.
"아무리 같은 핏줄을 타고 난 사람을 가까이 하여 부끄러운 곳(하체성기)을 벗기면 안된다.
나는 야훼다.
네 아비의 부끄러운 곳도 어미의 부끄러운 곳도 벗기면 안된다.
네 어미인데, 어찌 그 부끄러운 곳을 벗기겠느냐?
....
네 누이의 부끄러운 곳을 벗겨도 안된다.
이복 누이든 동복 누이든, 와서 낳았든 낳아 가지고 왔든,
그녀의 부끄러운 곳을 벗기면 안된다....."
(이상의 번역은 도올 [요한복음 강해])
이런 인용은 성경이나 유대인에 대한 훼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야훼의 율법이 절절한 이유는 이런 적나라한 현실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발견되기 어렵다.
기원 전 유대인의 문화나 역사가 근친상간과 살육, 굶주림이 범람한 상황이었다면
18세기 유럽의 모습도 그에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이 있으니
로버트 단턴의 유명한 책, [고양이 대학살]이 바로 그것이다.
[알고보면...]을 읽으셨다면 반드시 [고양이 대학살]까지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왜 고양이들은 학살을 당해야만 했는가?'라는 무화과 나무님의 리뷰와
'고양이 죽이기'라는 쭈글님의 리뷰를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특히 무화과 나무님의 리뷰는 무척 훌륭하다.
역사학자의 손에서 쓰여진 [고양이 대학살]을 본다면
이 책 [알고보면...]이 변태스럽고 추악한 작가에게 쓰여진 저질스러운 책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유럽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두 여류 작가가 ,꼼꼼하게 역사 및 그림동화의 문헌을 고증한 후
세심하게 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진실을 보라. 그런데 그 진실은 때로 고통스럽다.
또 다른 비틀기를 시도한 책으로는 로버트 짐러의 [파라독스 이솝우화]가 있다.
시원스럽고 간단한 삽화가 인상적인 이 책은 이솝우화를 정신분석적으로 비틀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최근의 평범한 상식에 맞추어 재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솝 우화를 한쪽 방면 즉 처세술 또는 세상살이의 교훈으로만
읽어내었던 자신을 한번 돌이켜보는 깨우침은 있다.
예를 들어 처음을 장식하는 여우의 신포도 이야기만 해도 동생 여우가 투덜대면서
물러날 때 경쟁심에 휩싸인 오빠 여우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싫다. 넌 지금 저 포도를 따지 못하는 네 무능을 그런 식으로 합리화하고 있는거야.
하지만, 난 달라. 난 관념론자가 아니니까 기꺼이 현실과 맞서겠어.
저 포도는 분명히 지금까지 먹어 본 어떤 것보다 달콤할 거야.
난 약간이라도 맛을 볼 때까지 단념하지 않아."
그런데 이쯤해서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요즘에 처세술 책들은 모두 이런 식의 우화를 깔고 있다.
또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깔고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겨놨을까][마시멜로 이야기][달란트 이야기] 등등....
그리고 우리는 책이 내놓은 달콤한 처세술의 교훈을 향해 달려간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게 자본주의의 덫이요 신자유주의의 덫이 아닐까?
달콤하고 조그만 이야기 밑에는 구더기들이 우글우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파라독스...]나 [알고보면...]은 유별나 보이고 설혹 불편한 심정을 야기하지만
이런 베스트셀러처럼 우아하게 탐욕을 향해 뛰자는 식의 모순된 언사를 행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우리가 생각하는 옳음이나 선함, 정당한 이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 틈도 없이
한 방향으로 달려가기를 권하는 이런 책들이야말로 타락을 부추기는 책일지도 모른다.
이런 현대판 동화책이야 말로 진정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책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맨 마지막으로 꺼내 읽은 책이
제임스 핀 가너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이다.
코메디언이었다는 저자는 세상의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동화를
나름대로의 절묘한 비틀기를 통해 유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알고보면...][고양이 대학살][정치적으로...]는
같은 동화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어 곁들여 읽는다면
동화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터득할 수가 있다.
어떤 이는 인문학이란 것이 세상의 선입견과 터부를 깨뜨리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거로구나 하는 느낌을 느끼며 약간의 자유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그런 걸 희망한다.
끝으로 참혹한 동화의 조그만 부분을 맛뵈기를 해드리면 이렇다.
[알고보면...]의 '백설공주'는 중세 유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우아한 동화의 뒷면에는 무수한 처참한 현실이 그늘져 있다.
(1) 일찍이 근친상간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특이한 행위가 아니었다.(26쪽)
(2)인육을 먹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근이 자주 발생했는데,
특히 13-14세기 동안에는 날씨에 의한 대규모의 기근이 자주 발생했다.
....처참한 모습으로 야윈 사람들은 길이나 광장에서 힘없이 죽어갔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시체를 먹었다.(38쪽)
(3) 쇠구두는 중세 유럽에서 마녀를 고문할 때 자주 사용하던 도구였다.
죄수에게 새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기고 해머로 그 구두를 찌그러뜨리는
지옥 같은 처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특히 16세기 말에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 6세가 이 기구를 이용해서
마녀사냥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66쪽)
(4) 전혀 모르는 미녀의 시체에게 한눈에 반해서
자기의 성으로 유리관을 운반하게 한 왕자의 행동에 대하여
모리 요시노부는 '궤도를 이탈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말 한 번 나누어본 적도 없는 낯선 사람의 시체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식사조차도 그 옆에서 했다는 왕자의 행동은
뭔가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72쪽)
이런게 끝이길 싫어서 [정치적으로...]의 백설공주의 끝을 적어본다.
백설공주와의 유대를 회복한 왕비가 독사과를 토해내며 성차별주의자들인 난장이들에게 외친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거동불능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그리고 네놈들이 성차별주의자답게 실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동안,
나는 개인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앞으로 나는 여성의 영혼과 육체 사이의 균열을 치료하는 데 내 인생을 바치겠다.
육체의 타고난 모습을 받아들이고,
영혼과 육체가 조화를 이룬 통일체로서 다시 완전해지는 법을 여성들한테 가르칠 것이다.
백설공주와 나는 바로 이 자리에
여성을 위한 휴양 및 회의 센터를 세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 자매들을 위한 연수회와 지역 위원회
그리고 난소 연구회도 개최할 수 있겠지."
백설공주와 왕비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
여권운동에 이바지한 공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 것으로 동화는 끝이 난다.
그렇다. 이런 것도 구원이라면 구원이다.
과거는 참혹하되 미래는 밝아야한다. 그 밝음이 꼭 틀에 박힌 무엇일 필요는 없겠다.
[정치적으로...]는 상투적 비틀기를 통해 자유를 선사한다.
이야기의 결말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선택을 하라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정치적으로...]가 절판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어느 헌책방에서 먼지낀 이 책을 발견하거든 서슴없이 구입하시길 권하고 싶다.)
결국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닿게 된 생각은 이런 거다.
진부한 감이 있긴 하지만 좀더 절실하게 느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세상은 단하나의 해석을 강요할지라도 우린 그 강요에 머무르면 안된다.
그리고 어두움 속에서 빛을 찾아야 한다는 모순을 우린 살아야 한다."
짜증이 나서 책상받침으로 쓰던 [알고보면...]이란 책이
알고보니 실로 진실한 책이며, 새로운 깨침의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새삼 완전히 나쁜 책도 완전히 좋은 책도 없다던 헌책방 주인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