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홍글씨 - O.S.T.
이재진 작곡 / 이엠아이(EMI)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연초와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를 두 편 보았다. <달콤한 인생>과 <주홍 글씨>! 두 편다 너무도 멋진 영화이지만 슬프고도 처절해서 연초부터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느낌이다.
이은주가 영화 속에서 부른 주제가 Only When I Sleep은 너무도 사랑하지만 친구와 결혼해서 같이 밤을 보낼 수는 없는 한석규에 대한 바램과 자신의 고독을 잘 표현해 준 곡이다. 이은주는 원곡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잘 불렀다. 그런 것과 무관하게 이제는 고인이 된 이은주의 마지막 독백처럼 들려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당신은 사랑에 빠진 저를 빙글 빙글 돌려 놓아 온통 혼란스러운 느낌을 들게 했요. 온통 당신 생각 뿐이지만 당신을 볼 수 있는 건 오직 제가 잠들때 뿐이죠.....전 낮엔 종일 일해요. 그리고 이렇게 쉴 때가 되면 침대에 눕는 답니다. 심장 구석에서 떨어지는 제 숨소리를 듣지요. 오직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만, 전 메마른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래도 잠을 자는 내내 당신이 없다는 상실감에 울고 있어요. 잠이 들면 하늘 저 높이, 당신이 있어 천사들이 날고 있는 천국처럼 행복한 그 곳으로 가요. 오직 잠을 잘 때만 전 결코 죽지 않아요.꿈속에서 당신을 만나는 그 동안만 저는 살아 있답니다." 고독감과 우울감 속에서 죽었다는 이은주의 인생이 오버랩되는 곡이 아닐 수 없다.
또 이은주가 한석규에게 그렇게 거칠게 살지말라고 들려주는 Lysdal의 A Matter Of Time역시 듣기 좋은 명곡이다. "이제 막 태어나는 아이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싸울 필요가 없어요. 왜 우리가 싸워야 하나요? 우리는 쓸데없는 상대에 대한 증오감으로 우리의 참된 인생의 빛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예요." And if you believe in a Life at first sight, There are reasons enough not to fight. Why do we fight? We,re blocking the Light. "당신은 왜 그렇게 다른 사람과 투쟁하나요? 왜 당신은 저주의 감정을 품죠? 왜 당신은 당신을 그토록 괴롭히는 일들을 벌이는 거예요? 그대여! 제발 눈을 감아요. 제가 이렇게 애원하는 것은 제가 잘 알기 때문이죠. 당신이 그토록 하길 원해왔던 것이 무엇인지를요. 제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Why do you struggle? Why do you feel this woe? Why do you things that hurt you so? Baby just close your eyes. the reasons I ask you is because I know. You always wanted to have that flow. Baby, Just look up to the sky!
사랑하는 이가 참되게 살기를 바라는 이은주의 마음이 묻어있는 좋은 곡이다. 생각해보면 이은주는 끝내 사랑하는 이의 생명을 낳지 못하고 유산을 하고 만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과 밤을 지샌 것만으로 너무도 감사한다. 사실, 한석규는 이은주를 사랑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단물을 빨아먹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놈을 평생의 연인으로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자신이 얼마나 밉겠는가? 그럼에도 너무도 뜨거운 이은주는 트렁크 속에서 오줌싸고 똥을 싸면서 서로에 대한 추한 추억을 남길 것을 꺼려해서 자신을 죽여줄것을 애원한다. 트렁크 속의 현실은 처절하지만 이은주의 사랑은 결코 시들지 않고 불타오른다. 그러니 내 어찌 그녀와 한석규의 트렁크 연기를 잊을 수 있겠는가?
끝으로 영화의 처음에 한석규가 씩씩하게 부르고 내달렸던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에 나온다는 Pace, Pace, Mio, Dio는 "평화를 , 평화를, 나에게, 신이여!"라는 뜻이라 한다. 두 여자를 소유하려 했던 남자는 결국 그 속에서 평화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은주의 죽음 속에서 진정으로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죽음으로 사랑을 채운 이에게 "미안하다"라고 할 수 밖에 없고, 같이 죽을 수도 없다는 것, 이처럼 처절한 비극이 어디있을까?그럼에도 살아난 그가 기껏 한 일이란 그녀가 자살을 했다고 진술하는 일이었다. 다시 자신의 평화를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중성을 깨닫고 전쟁같은 싸움터를 벗어낫다는 점에서 한석규 역시 평화를 얻기는 했다. 그러나 너무도 초라하고 외로운 평화이다. 두 여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의기양양하게 질주하던 한석규가 풀죽은 초라한 남자로 추락하기까지 너무도 가슴을 저미며 보아야 했던 영화 <주홍글씨>! 이 영화를 그 속의 음악들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 배암발: 음반은 영화 속의 세 곡이 너무 좋아서 특별한 불만은 없었지만 클래식 곡과 재즈 곡이 섞여있어서 어수선한 감을 줍니다. 특히 영화 속의 클래식 곡은 불안하고 불편한 곡이 많아서 더 불편한 거 같습니다. 또, 영화 자체도 내용이 잔인하고 처절하며 중간 중간 야한 장면이 있어서 어르신들이나 10대들과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적어도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볼 영화는 못 되죠. 또 너무 우울하신 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