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dts 1disc) - [할인행사]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데니스 퀘이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재난 영화를 고른다면 어떤 점이 중요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볼거리가 풍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로 재난에 처한 사람들이 이루어가는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로 재난이란게 결국은 사람이 극복할 수 없는 숙명같은 거란 걸 생각해보면 삶과 죽음을 돌이켜 보게 되는 성찰의 의미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1) 볼거리 : 빙산이 녹아 해류가 바뀌면서 엄청난 눈보라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모습을 멋지게 담아내었습니다. 새들이 떼지어 하늘을 검게 물들이며 이동하는 모습, 호박만한 우박이 쏟아지는 모습, 토네이도로 자동차들이 신문지처럼 날리는 모습, 해일이 뉴욕을 강타하는 모습... 이 영화는 엄청난 규모의 재난을 실감나게 잘 담아 놓았습니다. 재난 영화로는 최고의 볼거리를 가진 영화입니다.

2) 드라마 : 이 영화의 기본은 일에 치어 사느라 가족을 돌볼수 없었던 아버지가 눈보라에 갇힌 아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들 샘은 뉴욕에서 열린 전국고등학생 퀴즈대회에 친구들과 함께 참가합니다. 퀴즈에는 관심이 없지만 좋아하는 로라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만은 간절합니다. 그런데 퀴즈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해일과 눈보라로 도서관에 갇혀버리고 말지요. 이러 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두 남녀는 사랑을 키워갑니다. 아들을 위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찾아오는 아버지와, 아름다운 아가씨와의 사랑을 일궈가며 아버지를 믿음으로 기다리는 아들!

엄청난 재난 속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친구가 지적하자 아들 샘은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꼭 오실거야."라고 답하죠. 반면 아들을 구하러 오는 아버지는 수십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까지 희생시켜가며 뉴욕에 다다릅니다. 자신의 혈육이 남보다는 훨씬 중요하다는 뜻일까요?  경제적이진 않지만 두 부자의 선택이 보여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서로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무릎쓸 수 있다는 도덕성이겠죠.

따라서 소설책이라기 보다는 도덕 교과서에 가까운 영화가 이 영화입니다. 드라마는 조금 떨어집니다.

3) 되돌아봄 : 두번째로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무척 종교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자신의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아들을 찾기위해 눈보라를 해맵니다. 고립된 아들은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가집니다. 헌신과 믿음의 근거를 단지 부자간의 혈연관계로 볼수 있을까요? 혈연관계에 기독교적인 구원론이 겹쳐졌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는 아들의 외침에도 굳이 도서관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다 얼어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아를 비웃던 이웃들이 물속에 잠긴 것처럼 아들을 무시한 사람들은 눈보라 속에 파묻히고 말았던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위와 싸우는 와중에 도서관의 책을 태우는 장면은 인상 깊습니다. 책이 주는 정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책을 태우면서 나오는 열로 생명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책을 태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퍽 근사한 상징인 거 같습니다. 샘의 친구 로라는 이렇게 모든 지식이란게 쓸모없는 때가 닥쳐오는데 앞만 보며 달려왔던 자신을 후회합니다. 성찰로 깊어지지 않는 제국주의적 지식이란 얼마나 헛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구텐베르크 인쇄본 성경을 끝까지 지키는 서사의 이유도 걸작입니다. "나는 기독교도가 아니야. 하지만 이 책은 인쇄술을 통해 이성의 시대를 열었어. 우리 문명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시작된거라구."

또 하나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미국 전역이 얼어붙으면서 미국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세계 최대강국의 자존심으로 타 국민을 무시했던 그들이 영화 속에서 나마 겸손을 말하는 모습은 멋졌습니다. 반면 총을 맞아가면서도 오늘도 국경을 넘고 있을 멕시코 민중에게 미국이란 무엇이며, 현존하는 재앙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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