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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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비닛 - 소외된 것들의 기록

오래전 백년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때가 중학교 때였나? 
책을 보면서 어른들도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사는구나 싶었다. 

캐비닛을 안에 채워진 말도 안되는 상상을 읽으며, 너무도 사실적인 구라에 매료됐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벽을 느끼거나, 어느 한 구석인가는 억압하거나, 
사랑을 쏟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롭거나, 
비주류로 살면서 부딪히는 따가운 시선에 마음을 다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소중히 여겨온 가치를 훼손 당할 때 
세상에 자신을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진화를 선택한 이들이 캐비닛 안 파일로 보관되어 있다. 

캐비닛 속 파일을 들추다 보면 나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세상에 상처받은 많은 이들은 어떤 아픔을 견디며 진화를 겪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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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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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지 않는 솔직함. 
구질한 삶을 아무 곳이든 가리지 않고 풀썩 풀썩 들춰내는 양이 때론 주책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인간미가 무럭무럭 올라와 너절함을 가려주는 공선옥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읽으면서, '어, 이거 난데, 나처럼 사네?' 했다. 

소설이 이정도면 뭐 더 할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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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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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힘!! 완득이
하느님 앞에서도 살의를 숨기지 않는 투명한 영혼... 

이 책은 두고두고 보고싶은 책이 될 게다. 
상상력과 창조력 돋보이지만, 그 재간이 빛이나서가 아니라 
그 삶의 구체적 묘사와 진심이 눈 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 우린 어쩌면 그렇게 살고 있다. 삶이, 환경이 어깨를 짓눌러도 
오늘 내 가족, 내 이웃, 나를 보아주는 누군가를 보면서, 
힘을 내고, 마음을 다진다. 

순수는 바보고, 어리석다고? 
진심은 손해고 우매하다고?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산다. 

바보처럼 우매하게 
사람 냄새가 돈 냄새 보다 좋고 
통일이 전쟁보다 좋고 
솔직한 게 감추기나 사기보다 발을 더 편케 뻗게 하고,
아이들 얼굴 보면서 부끄러워 고개 숙이지 않고 
마주보면서 웃음 나눌 수 있으니...

완득이, 똥주, 완득이 아버지, 남민구(난닝구), 정윤하...
그렇게 서로 등 기대고 어깨 두드리며 
씩씩하게 아침 통근 지옥철에 오르는 사람들 
강부자보다 오서영보다, 명계남보다, 
많고 많고 많으니

그 마음들 조각보처럼 엮고, 이어서 
희망 바이러스 천지사방에 넘쳐나게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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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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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읽은 책을 가로쓰기로 다시 보니 역시 소화가 잘 된다.

인물을 책 속에서 살려낸다는 것은 작가의 집요한 관찰과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독자에게 이미지만을 남긴다 해도 작가는 뭉뚝한 펜을 갈고 갈아야만 한다. 그런데 발자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자신의 수십편의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려낸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인물들의 개성이나 옷매무새, 표정과 습관은 물론이고 그의 머리에서 나는 머릿내나 체취가 맡아지고 발소리와 숨소리가 들린다.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발자크의 뛰어난 성격, 심리묘사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다. 생활과 환경의 세부 그림 또한 생생하게 그려내어, 소설 속 인물들이 마차에 오르면 나도 같이 오른 것 같고, 술을 마시고 걸으면 내게도 취기가 전해지는 듯 했다.

21세기의 감각으로 19세기의 작품을 보는 것이니, 감동이나 공감이 저릿저릿 느껴지긴 어렵다. 어쩌면 그 시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거부감이 생기는 부분도 곳곳에 있다.
그럼에도, 두 세기를 넘어서도 빛을 드러내는 '고리오 영감'은 19세기를 여행하는 뛰어난 안내자이다.  

시간과 역사를 거슬러 낯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선택해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민음사에서 낸 <고리오 영감>의 부록에는 발자크와 그의 작품세계를 충실히 안내하고 있어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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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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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를 경쾌하게 읽은 뒤로 오쿠다 히데오를 또 읽어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읽었다. 초반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손에서는 떨어지지 않아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그냥 일상을 늘어놓은 듯 했지만 묘한 속도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읽으면서는 몰랐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하시오를 따라 내 20대를 여행해 온 나른한 여독을 느꼈다. 

요한 호이징아의 ’호모루덴스’마냥 우린 진심은 헐렁한 바지 속에 살포시 감추고 진지함도 살짝 거친 남방 안에만 받쳐입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지단 속에서  혹은 받쳐입은 티셔츠를 비집고 불꽃을 터뜨려 올리는 건 아닐까. 

속으로 고였다 터져나오는 불꽃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걸어나가고, 살아가다가 그 불꽃이 희미해지면, 내 속을 들여다보면서 지나온 실패를 격려하고 불안하게 물결치는 의지를 토닥여주면서 또 나아가는 건 아닐까. 

왠지 하시오의 20대와 나의 40대가 달리 비쳐보이진 않는다. 누군가 철없다 말할지 모르지만, 내일 입고갈 아들의 쳬육복 빨래를 걱정하며 돌아오는 길에도 난 내 안에서 흔들리다가 불쑥 치밀어 오르는 꿈을 만난다. 그걸 삼킬지 토할지, 아니면 다시 시작할지는 40이 넘어서도 결말을 내지 않는다. 

어쩌면, 하시오의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지나온 시대가 숨돌릴 짬을 주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조금씩 흔들리며 걷다보니 통과해 온 시대가 뜬금없이 등 뒤에서 어깨를 걸고 응원가를 불러제끼며 잠시 아래로 내려앉았던 꿈에 펌프질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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