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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세로로 읽은 책을 가로쓰기로 다시 보니 역시 소화가 잘 된다.
인물을 책 속에서 살려낸다는 것은 작가의 집요한 관찰과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독자에게 이미지만을 남긴다 해도 작가는 뭉뚝한 펜을 갈고 갈아야만 한다. 그런데 발자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자신의 수십편의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려낸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인물들의 개성이나 옷매무새, 표정과 습관은 물론이고 그의 머리에서 나는 머릿내나 체취가 맡아지고 발소리와 숨소리가 들린다.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발자크의 뛰어난 성격, 심리묘사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다. 생활과 환경의 세부 그림 또한 생생하게 그려내어, 소설 속 인물들이 마차에 오르면 나도 같이 오른 것 같고, 술을 마시고 걸으면 내게도 취기가 전해지는 듯 했다.
21세기의 감각으로 19세기의 작품을 보는 것이니, 감동이나 공감이 저릿저릿 느껴지긴 어렵다. 어쩌면 그 시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거부감이 생기는 부분도 곳곳에 있다.
그럼에도, 두 세기를 넘어서도 빛을 드러내는 '고리오 영감'은 19세기를 여행하는 뛰어난 안내자이다.
시간과 역사를 거슬러 낯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선택해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민음사에서 낸 <고리오 영감>의 부록에는 발자크와 그의 작품세계를 충실히 안내하고 있어 풍미를 더한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