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생각하는 숲 4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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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쉘 실버스타인은 그냥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뭔가 생각할 꺼리를 담아 놓는다. 아이에게 이 책을 사 주었을 때도 그런 의도를 염두에 뒀다. 대체로 먼저 읽고 나서 아이에게 준다.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  헌데 이 책은 글쓰기 선생님이 권해준 책이어서 그냥 아이에게 먼저 읽게 하곤 나중에 읽었다.

실버스타인은 마치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줄줄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글 밀림 속에 살던 호기심 많은 어린 사자는 호기심이 무척 많다. 그 호기심은 아주 적극적이어서, 직접 그 궁금한 세계에 발을 딛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사자를 공격하려던 사냥꾼을 잡아먹고 얻은 총 한 자루는 사람들의 세계로 어린 사자를 이끈다.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으로 사자는 사람들 세계의 일원이  되고, 또 그 호기심에 이끌려 정글에 사는 사자 동족들과 만난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실버스타인 특유의 문체는 마치 맛있게 양념을 한 긴 국수가닥 같아서 그 끝에 혀를 댄 순간 입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줄줄 물고 넘기게 만들며, 끝에 다다를 때까지 갖가지 양념이 주는 감칠맛을 선사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게 되면 그 끝에는 독자가 답해야 할 질문을 남겨둔다.

'라프카디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니, '어디서부터 혼란이 시작된 거지?'. '라프카디오가 현명한 어른 사자들처럼 그냥 도망쳐서 사냥꾼을 만나지 않았다면,' 뭐 이런 생각은 쓸 데 없다.
생각하다보면, 라프카디오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이라는 게 많지 않다. 사자와 사냥꾼은 서로 죽이지 않고서 자기 목숨을 구할 길이 없도록 대립되어 있다. 라프카디오는 자기를 위협하던 사냥꾼을 잡아먹었고, 총알을 구하기 위해 사냥꾼들을 수 차례 잡아먹었다. 자기 동족을 죽일 사냥꾼들과 함께 정글에 총을 들고 들어갔다.

두 세계의 상식을 바꾸든지 두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제3의 세계를 찾아가지 않고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제3의 세계가 라프카디오에게 안성맞춤일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꼬리를 물고, 여러 상황들이 겹쳐진다. 자신의 뜻과 전혀 관계없이 전쟁이 벌어진 나라에 사는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갖가지 이유로 이주민이 되어 사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멈추지 않는 대결과 대립 속에 사는 사회 속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이는 책을 읽고, "나라면 말이야..." 하고 생각을 쏟아 놓았다. 나는....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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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as 2015-01-2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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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에 빠진 아이 상상도서관 (다림)
조르디 시에라 이 화브라 지음, 리키 블랑코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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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에 빠진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구멍에 빠진 열 두살 소년 마르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르크는 아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느닷없이 구멍에 빠졌다. 걸어 오는 동안 전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마르크를 빠뜨릴 요량이었던지 더 넓지도 좁지도 않고 꼭 마르크의 몸과 똑같은 크기의 구멍이 마르크를 잡아 당겼다.
구멍에서 헤어 나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구멍은 마르크를 쉽사리 놓아 주지 않는다. 

마르크는 이틀 동안 구멍에 빠진 채 무력하게 팔을 괴고 있어야 했다. 낙담한 마르크를 붙들고 있는 구멍은 인적이 드문 길이었고, 인적이 드문 길에서 마르크는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몇 몇의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난다. 직업과 나이와 성격과 버릇과 세계관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은 구멍에 빠진 마르크에게 세상의 찬바람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준다. 마르크의 진심을 알아주는 거리의 개 ’라피도’ 말고는 모두가 날선 바람 거센 세상을 닮아서 괴팍하기 그지 없다.

구멍에 빠진 마르크와 마르크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희망을 잃은 세대와 가치와 인정과 세계관은 망실한 채 자신의 이익과 자기 가족의 안위와 명예와 위신만을 좇아서 움직이는 주류 사회의 면모를 드러낸다. 

<구멍에 빠진 아이>는 보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의 문제를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 스스로 구멍에서 나와 발에서 뻗어나간 뿌리를 잘라내듯 당신도 어떤 선택이든 하라고 말하는 듯 하다.


뉴스는 말 되는 것보다, 말 안되는 것들을 더 많이 쏟아낸다. 말 안되는 정치와 정책들이 질주해대는 요즘 조용해 보이기만 하는 광장이 무기력해 비쳐지기도 한다. 마르크처럼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했다.

"달아나지도 않을 거야. 굴복하지도 않을 거고, 입 다물고 있지 않을 거라니까. 나는 마르크야. 나에게도 나의 권리가 있어. 나는 살아 있어."


<본문 중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를 궁금해하고 토론을 해. 한데 게으른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일에 대해 확신에 차 있어. ... 이 세상의 문제는 게으른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항상 확신을 갖고 있는 반면에 현명한 사람들은 의심에 차 있다는 거야"

"원래 정치인들은 두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 선거에서 이겼을 때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행복한 얼굴이거나, 또 자신들이 하려고 하는 일과 그 일들이 안고 있는 자잘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힘들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할 때 짓는 고통스러운 얼굴의 두 얼굴" 

"
아무도 구멍에 빠진 아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귀찮고 불편하거든.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으니까.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텔레비전에서 뭔가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잖아. 손가락 하나로. ...
너 같은 아이는 사람들에게 모욕이야. 모든 것이 잘 되어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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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글, 베로니크 보아리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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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 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의 주인공 에르반처럼 학교에 갈 시간만 되면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팠지요. 한달이 다 되도록 나아지지는 않았고, 아예 잠들기 전부터 다음날 학교 갈 걱정에 배를 싸쥐는 아이에게 해줄 것이 별로 없더군요.
아이들을 꾀병을 겪어도 몹시 아픈 모양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새로운 선생님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를 구입하게 된 것도 아이에게 겪려가 되길 바래서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아이는 여전히 학교에 적응을 아주 잘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에르반의 모습을 보고나서는 적잖이 격려가 된 느낌입니다. 배가 아파도 에르반처럼 용기를 내면 배아플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조금 더 지나면, 우리 아이의 배도 에르반의 배처럼 용기가 생기겠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들은 특히 자기 문제를 직접 얘기할 때 자존심을 상해하더군요. 그럴 때 책 이야기에 비추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면서 마음을 가볍게 하고 얘기를 하게 되지요. 
혹,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 하는 아이가 있다면,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를 권해주세요.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이야기하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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