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남쪽으로 튀어를 경쾌하게 읽은 뒤로 오쿠다 히데오를 또 읽어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읽었다. 초반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손에서는 떨어지지 않아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그냥 일상을 늘어놓은 듯 했지만 묘한 속도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읽으면서는 몰랐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하시오를 따라 내 20대를 여행해 온 나른한 여독을 느꼈다. 

요한 호이징아의 ’호모루덴스’마냥 우린 진심은 헐렁한 바지 속에 살포시 감추고 진지함도 살짝 거친 남방 안에만 받쳐입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지단 속에서  혹은 받쳐입은 티셔츠를 비집고 불꽃을 터뜨려 올리는 건 아닐까. 

속으로 고였다 터져나오는 불꽃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걸어나가고, 살아가다가 그 불꽃이 희미해지면, 내 속을 들여다보면서 지나온 실패를 격려하고 불안하게 물결치는 의지를 토닥여주면서 또 나아가는 건 아닐까. 

왠지 하시오의 20대와 나의 40대가 달리 비쳐보이진 않는다. 누군가 철없다 말할지 모르지만, 내일 입고갈 아들의 쳬육복 빨래를 걱정하며 돌아오는 길에도 난 내 안에서 흔들리다가 불쑥 치밀어 오르는 꿈을 만난다. 그걸 삼킬지 토할지, 아니면 다시 시작할지는 40이 넘어서도 결말을 내지 않는다. 

어쩌면, 하시오의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지나온 시대가 숨돌릴 짬을 주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조금씩 흔들리며 걷다보니 통과해 온 시대가 뜬금없이 등 뒤에서 어깨를 걸고 응원가를 불러제끼며 잠시 아래로 내려앉았던 꿈에 펌프질을 해댄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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