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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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이게 얼마만인가 - 하고 물으며 기억을 상기시키려 들었더니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다. 무척 오래간만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올해 읽은 책들에 번호를 매겨가며 죽 써놓은 수첩을 뒤적이고 블로그를 한바탕 뒤적였더니, 이병률의 끌림이라는 여행에세이보다는 감성에세이 쪽이 더 짙은 책이 마지막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정말 여행에세이다운 책을 읽은 것은 칠월에 괜찮다~ 하며 재미있게 읽은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가 마지막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터다. 그동안 지인에게서 여행에세이라 불리는 책을 선물받기도 하였지만 쉽사리 손에 들지 못했던 것은 단 한가지, 정말 떠나버릴까봐…혼란으로 야기된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은 하나의 단어로 허공에 흩어져버리기 일쑤였고, 내 머릿 속의 좌표는 그 어느 방향도 잡아내지 못하였다. 언제고 답답함을 들쳐 업고 현실 도피를 꿈꾸지만 막상 현실에 서있는 나는 소심하기 이를데 없어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편하게 여행을 하고 그들이 쓴 여행에세이를 읽는 자체를 거부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안착한 요 녀석을 내칠 수 없기에 한 장씩, 결코 서두름없이 읽기 시작한다.

 

 

 

장현경이라는 이 여자, 처음부터 뒤통수를 갈긴다. 그 나이면 한 번쯤 느끼게 되는 능력의 한계에 대한 무기력함이 20대 초반의 활활 타오르던열정을 해가 갈수록 시들게 만들 때였다. 라며 스물 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잠깐의 여행이 아닌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유학을 갔댄다. 뉴욕으로_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은 숙소구하기, 대중교통, 밥상차리기 등 뉴욕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서로 자청하고 나섰다. 그러고 나서야 본격적인 뉴욕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준다. 그 중 야심한 새벽에 주린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절로 나오게 했던 컵케이크 투어라던가, 올해에 가지 못해 한이 되어버린 벚꽃놀이, 푹 빠지지만 않는다는 명목 아래 한번쯤 구경하고 싶은 카지노 등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행보만을 기록하고 사실을 나열하여 느낌이 없었다,라고 이야기를 해야할까. 초반에 뉴욕에 가게 되어 방방뜨는 그 기분은 뒤로 가면 갈수록 바람이 불어 빠져나가는 손 안의 모래인냥 결국엔 손에 잡히는게 하나 없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벚꽃, 핼러윈데이, 산타클로스_를 제외한 나머지는 글에서도 사진에서도 계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느껴져 구지 계절별로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라는 의문도 함께 들었는데, 그저 심심해보여 넣은 것이 아닌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를_.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july2나 august1 외에 몇 곳은 두장도 채 넘기기 전에 다 끝나버려 정작 뉴욕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타임 스퀘어, 브라이언 파크, 그랜드 센트럴은 마치 먹기 전에 흘린 커피처럼 고스란히 얼룩이 되어 허탈함과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나는 뉴욕이라 하였기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위주가 아닌 뉴욕을 강조할 만한 무언가로 내가 지금 뉴욕에 발을 붙이고 서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길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간혹가다 글의 밑에 있는 작은 사진들은 눈을 찌푸려서 보아야만 했고, 느낌없는 글들은 왠지 슥슥 읽어내려가면서도 감흥이 없어서 언젠가 뉴욕에 가는 날이 온다면 뉴욕에 가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정보 수집용으로나마 위로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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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르누아르의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불안정한 마음이 드는 날이면 한번씩 그의 그림을 훑어보게 됩니다. 따뜻한 그의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이 한층 안정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그의 그림을 밑바탕에 깔고 소설을 그려냈다니요 - 정말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네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당신도, 그림처럼’과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저자 이주은 작가의 추천도 곁들여져 기대가 증폭되는 것이 두근두근한 마음이 대신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

 

 


 

김훈 작가는 ‘공무도하’로 만나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인상깊은 작품까지는 아니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 마치 칼같이 툭툭 끊기는 그런 책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써는 조금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늘 언제나 그렇듯 , 작가 는 하나의 작품만이 아닌, 다른 작품까지도 몇번을 읽어보아야 그 작품에 대해 비로소 아~ 괜찮구나, 별로구나, 하는 식별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작가의 문장만으로 별로다 - 라며 거리를 두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기에 세상을 담을 수 없는 언어의 한계와 세상을 최대한 안고 싶은 김훈 선생님의 열망 사이에서 피어난 오랜 고뇌와 고민이 이루어 낸 절정의 작품이라는 이 책을 접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 11월의 추천책으로 살포시 올려봅니다.  

 

 

이 한 권의 책에 실려있는 한 편의 소설로 수십 명의 작가를 동시에 얻은 기분이라는 문학평론가 조연정의 말은 혹하게 만드네요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서 책 사냥꾼은 혹, 책을 사랑하는 우리들을 일컫는 말은 아닐런지요. 판타지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나, 문단의 동료로 삼고 싶다는 은희경 작가의 추천이나 굉장히 드문 지적 즐거움을 느꼈다는 정이현 작가의 추천은 저에게 있어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쇼윈도에 눈길을 잡아끄는 진주목걸이인 셈이네요.

  

 

 

 

불행하게도 저는 아직 펄벅의 어떠한 작품도 읽기 전이네요. 그 유명한 대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잠시 손에 들었다가 놓은 저는 책과 친하지 않았던  그 때에 읽기에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던 책이었음에 곧바로 놓았던 것이 편협한 독서의 한계 - 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음이 굉장히 애석해지네요. 소작농 여인의 눈으로 그려낸 중국의 격동기를 이야기로 표현했다는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 전처럼  난해한 문장들에 똬리를 틀게 만드는 그런 활자들로 가득한 건 아닐지 걱정부터 앞서지만 -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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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0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훈 작가님꺼 넣는다는 게 깜빡했네요.
다섯 권 고르기 참 힘든 것 같아요!^^

하늘보리 2010-12-02 22:26   좋아요 0 | URL
저는 10월,11월엔 두권씩만 추천페이퍼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풍요로운 것 같아요! 읽고 싶은 책이 12월 추천도서로 선정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깔깔깔 -♬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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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김별아의 작품 중 「미실」,「열애」라는 두 작품을 접하고도 그녀의 작품에 갈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것은 「가미가제 독고다이」- 그것은 원래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는 그가 브리다와 가미가제 독고다이 외 몇 권을 말하기에 다 팽개치고 가미가제를 외쳐버린. 그것은 내것이 되었다. - 그 제목은 뜻조차 알지 못하는 내게 낯설게만 다가왔기 때문에 독고다이 가미가제, 가미가제 다이독고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킥킥거렸고, 간혹 가미가제 독고다이,라고 말하였다 하더라도 그게 맞나? 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려야만 했던 아주 괴상한 이름이다. 읽기 전 가미가제를 가미카제라고 발음하는 그에게 “가미카제가 아니라 가미가제야.”정정해주며 “그런데 가미가제가 뭐야?”라고 물었더니 그는 시종일관 “읽어봐. 알려주면 재미없잖아.”라고 대꾸했다. 읽고 있는 책을 마무리짓고 나서 조만간 읽어주리라 했지만, 먹고 싶은 것은 아껴뒀다 먹는 심리처럼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도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음을 난생처음 깨달았다. 올해의 목표였던 150권 째 책은 이 책이야! 라고 남몰래 다짐하며 그렇게 아끼고 또 아껴뒀다. 하지만 그러고보면 김별아 작가가 좋다, 좋다 하면서도 나는 아직 작가의 작품에 별 다섯개라는 만점짜리 점수를 준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까닭은 - 나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결말로 치달을수록 현실과 맞닿는 폭이 근접해짐에 나는 금세 루즈해져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뎌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미실」이 그랬고, 「열애」가 그랬다. 늘 그런 현상을 느껴왔음에도 작가의 책을 고집하는 까닭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첫 장을 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집안 내력이다.라고 시작되는 문장을 보며 그래요, 이번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글을 쓰셨군요.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1인칭 화자는 우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의 어처구니없고 생뚱맞고 기막힌 필연을 믿는다,며 백정 출신임에도 피를 무서워하여 자기 몸이든 남의 몸이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면 기함을 하며 울어대는 쇠걸이 할아버지와 윤간을 당했음에도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붉고, 뜨겁고, 비린 걸음걸이를 내딛어 살아남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올미 할머니의 결합을 통해 잔인한 우연과 지독한 필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뒤를 이어 자신의 피를 부정하여 임종을 앞둔 올미 할머니에게 "엄마, 가기 전에 말해주오. 내 진짜 아버지는 누구요?" 라고 묻는 훕시(하계운)는 양반 여성인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정선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천한 백정의 피를 희석시키겠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회색이 아닌 흰 털과 검은 털이 대비되어 흰 것은 더 희고 검은 것은 더 검은 , 결국 얼룩 강아지_인 하윤식이 이 세상에 태동하게 한다. 이쯤이면 대략 눈치를 챌 수 있으리라. 쇠걸이 할아버지와 올미 할머니의 결합이라던가, 아버지 훕시와 어머니 정선의 결합은 순전히 하윤식, 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임을. 그러면서 3대인 그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을 어렴풋 암시한다. 그 여자는 자신에게 있어서 신의 존재인 형 - 그의 연인, 현옥. 그렇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게다. 순전히 현옥을 위해 형 경식 대신 입대를 지원한 윤식. 살기 위함이 아닌, 죽기 위해 죽는 연습을 해야하는 그가 지원한 부대 이름은 일명 자살 특공대‘가미가제’

 

 

 

 

비극이다. 우리 근현대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극에 맞대면하여 슬픔을 감내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장하고 엄숙한 방식만으론 그 비극 속에서도 징그럽도록 끈질기게 존재했던 삶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 (······) 그리하여 결국 나는 그 비극 속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작가의 말 , p362)

 

읽는 내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푸하하하 - 하는 명쾌한 웃음소리. 책을 읽으며 소리내어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이 책은 실제로 그 이름만 번지르르한 특공대에 묶여 '사케'를 마시고 '사쿠라'의 환송을 받으며 마지막 엔진을 가동했던 우리 민족이 있을진대, 그렇다면 묵념을 해가며 읽어도 시원찮을 이야기임에도 훕시의 목숨을 구해준 그 생원의 성씨를 알고자 함이 은인을 기억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성씨인 진주 하씨가 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라던가, 훕시가 나카무라 형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지어내는 거짓말들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독자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인물임에 확실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까지 그들과 행보를 함께 하고 이제 끝났다며_ 마지막 장을 덮고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침울함이 밀려오기에 그 당시 웃음을 자아냈던 훕시의 행동거지들을 억지로 생각해보지만 그 때의 그 웃음이 지어지지 않더란 말이다. 그 당시엔 웃음이 나서 웃었던 것이, 상황을 더욱 더 처연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제와서 깨닫는 바이다. 그것을 깨달은 그 순간에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정지한 것과 같이 - 시계의 초침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 적막한 내 방이 갑자기 희뿌옇게 보여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창문을 여니 급작스레 시게미쓰는 아니, 장성우는 허공 속에서 외롭지 않느냐 - 묻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속으로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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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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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통화를 하다가 문득 하늘을 보게 되는 날이 잦아졌다. 무거워져 들어지지 않는 머리를 들어올려 고개를 젖히고 보는 하늘에는 까만 도화지에 노랑색 크레파스로 잘못 찍은 듯한 별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외치는 말이 “개밥바라기별!”이었는데, 그는 내가 그 말 뜻도 모르면서 쓴다며 웃곤 했다. 아이러니하게 그에게 이 책이 있어 그가 슥 내미는 것을 덥썩 잡고는 두어달 가량을 묵혀두고는 읽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은 겉표지를 상실해버린 책의 모양새는 못생긴 벌거숭이를 보는 듯함에 저 예쁜 겉표지는 왜 버려두고 이렇게 발가벗겨 놓았느냐고 따져물었더니, “내맘이다!”라고 답하는 그에게 샐쭉해진 표정으로 입을 댓발이나 내민 채로 툴툴거렸다. “왜 겉표지는 버려서…”어쩌고, 저쩌고 -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잡게 된 요 책은 대략 70페이지를 훌쩍 넘어서야 나의 머릿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 전까진 상황 전개고 뭐고 주루룩 나열되어 있는 검정색 한글을 아무 생각없이 눈으로 읽기만 한 모양이다.

 

 

 

시대는 월남전이었던 1970년, 그것은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는데 첫 장, 첫 줄을 보면 그해 겨울에 나의 베트남 파견이 결정되었다.로 시작하기에 책을 읽으며 알아가기 보다는 처음부터 거저 주워먹는 꼴이다. 여기서 ‘나’는 ‘준’인데, 이런 말을 구지 해야하는 것은 화자가 한 명이 아닌 까닭도 있지만, 이야기는 주로 준을 주축으로 뻗어나가는 것과 같이 보인다. 준 외에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가 각 장마다 이야기의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그 전에 다른 화자가 이야기했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마치 이어달리기의 한 장면을 보는 것도 같다. 나는 그 순간에 회한덩어리였던 나의 청춘과 작별하면서, 내가 얼마나 그 때를 사랑했는가를 깨달았다. 며 그 때의 회상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1장이 아닌, 2장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그렇게 먹구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p41) 나는 나를 잘 모른다,고 시작된 준의 독백은 자신을 찾기 위해 점철지어진 학교생활을 그만두겠다는 뜻으로 자퇴,를 하게 된다. 그 때 준이 말한 자퇴의 이유가 어찌나 명료하던지 몽글몽글 솟아나는 뭉클함을 만들어내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중략) 모든 선택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결심하고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기도 하지만 미지의 자유에 대하여 벅찬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스스로 만든 시간을 나눈어 쓰면서 창조적인 자신을 형성해나갈 것입니다. (p90) 그렇게 제도와 학교가 공모한 틀에서 빠져나갈 것이라 단언하며 그는 산으로 가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보고, 내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천천히 내 숨소리에 집중한다. 콧털이 가늘게 떤다. 그마저도 익숙해진다. 눈구멍 밖으로 조금 볼 수 있는 나의 거처인 가슴팍에서부터 배와 두 무릎으로 이어진 몸을 본다. 그는 여기 나와 함께 있다. 그리고 가뭇, 내가 사라진다. (p108) 세달쯤 후 그는 산에서 내려와 도시의 이곳저곳을 무전여행하며 길 위에서 만났던 무수한 사람들의 얼굴과 밤마다 마주하고 그들을 끌어안기에 이른다. 허깨비같은 삶으로 돌아왔을 때, 방랑의 동행자였던 장씨를 유치장에서 만나 공사판을 다니고, 오징어잡이 배를 타며 그는 느낀다.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내가 길에 나설 때마다 늘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p261) 하지만 그는 곧 그와 작별을 고하고 제빵집에서 겨울을 나고 동래 범어사에서 입산 출가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봉지 안에 있던 알약을 털어놓게 된다. 닷새째 오후, 그는 혼절 상태임에도 부연 빛을 보고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알아채고 그쪽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세상의 색깔이 변해가는 모양을 내다 보았다. (···) 색깔이 차츰 나뉘며 각각의 색으로 돌아갈 즈음에야 하늘이 쾌청하게 맑고 푸르다는 걸 나는 알았다. (p281)

 

 

 

누구에게나 방황의 시기, 사춘기가 나에게도 있었으나 나는 정도가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내게 주어진 삶에 순종했고, 그 경쟁 속에서 뒤쳐지긴 했어도 살아남으려 노력했고 그것은 현재까지도 미미하지만 여전히 -ing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개밥바라기별’은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간접적으로 상상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비록 그가 겪은 시대와 내가 사춘기 시절 겪었던 시대는 확연히 다를지 몰라도 방황기에 누구나 겪는 심리 상태는 충격적이게도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 없음을 인식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작가가 쓴 준의 이야기가, 오롯한 그의 이야기만이 아닌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이야기도 될 수 있음에 - 적어도 나에게는 - 교감을 느끼게 되며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걸치게 되는 것이다. 그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길어지는 서평글이 보기가 싫어서, 아니 - 이것들을 통틀어 귀찮아서_라는 명백한 사실앞에서 제대로 된 줄거리를 여태껏 쓰지 않고 버텨왔던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즐비하게 나열한 이유는 미안하게도 내가 놓친 그들의 걸음걸이를 조금 더 좁히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젊거나 나이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거랍니다. 젊은 날을 잘 보내세요. (p17) 작가가 말하는 젊은 날은 비단 방황하던 그 때만이 아닌 지금도 포함되는 것이리라. 나는 여전히 지금에 와서도 방황하고 있고 그 방황에 의의를 두고 싶지 않다. 그것도 또 하나의 ‘내’가 되기 위한 성장일테니. 그 방황이 끝나는 날, 내 젊은 날도 끝나는 것이리라.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뜬 별이 내눈에 개밥바라기별로 보이는가, 샛별로 보이는가_ 아직은, 개밥바라기별로 보이겠지 그것은. 오늘 그에게 말해줘야지. “오늘도 개밥바라기별이 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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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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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페이지가 약간 넘는 이 책은 내게서 기억 저 편에서 이미 묻혀버린 오래된 기억을 선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한데, 그것은 효정의 첫사랑 김종욱이 아닌 바로 나의 첫사랑. 하지만 첫사랑은 역시 첫사랑일 뿐,이라는 말에 실감하며 바보같은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하는 그를 앞에 두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푸하하_ 하며 자지러질 듯이 웃던 내가 있었다. 왜 웃냐는 그 친구의 물음에도 난 그저 웃을 뿐이었다. 헌데, 나는 왜 그 기억과 마주한 지금, 마치 날개 젖은 새를 바라보는  이리도 처연한가. 누군가가 나의 첫사랑이라는 것이, 내가 누군가의 첫사랑이라는 것이 낯설다. 아니, 나는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낯설다. 한 녀석이 니가 내 첫사랑이었어,라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렸을 때,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듯 하여 그 말을 들은 후부터는 가만히 있다가도 발작을 일으키는 증세를 보이기도 하였더란 말이다. 풉. 첫사랑, 첫사랑…. 그래, 애틋하지. 애틋한 만큼 처연하고, 모든 것은 딱 그만큼이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때였다. 그 감정들이. 그래서 사랑이란 것이 알지도 못하는 그때에 - 여전히 지금도 사랑이라는 녀석은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 첫사랑이라고 규명지으며 그것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었던 게지. 그는 그때 누구보다 찬연했다. 또 누구에게나 첫사랑이라는 기억은 찬연한 기억으로 남아있을터다.

 

 

 

자꾸 첫사랑이라는 오글거리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그것을 찾는 효정이 자신의 사랑이었던 김종욱을 내놓으라 내 앞에 딱 버티고 서서 두 손을 쫙 펼치고 눈을 부릅뜨고 있기에 그를 찾기 전 내 첫사랑을 잠시 언급했던 여유를 가지고 싶었던 게다. 이 책의 줄거리를 구지 꺼내놓자면,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사기를 당한 광고지의 전단지가 회사에서 짤린 효정에게 우연치 않게 날아든다. 그것은 효정에게 첫사랑을 찾는 일보다는 일자리 제공을 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만들어 무작정 찾아간 그 곳에는 지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보았던 성재가 있었다. 성재는 효정의 첫사랑을 함께 찾는 것으로 테스트를 하겠다,고 얘기하고 효정은 그에게 고이 간직한 예뻤던 자신의 첫사랑을 나즈막히 고백한다.

 

 

 

라디오헤드의 <Creep> , 여자애 입에 남아 있는 달큼한 담배 냄새,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던 새벽의 추위, 이름 모를 벌레의 걸음걸이. 내 첫사랑은 그 여자애뿐 아니라 당시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을 포함한다. (가제본, p63) 인도에서 만난 구구절절 늘어놓은 효정의 첫사랑보다 두 장도 채 안되는 성재의 첫사랑이 더 깊이 다가왔던 것은 아마도 동질감이라는 까닭이었으리라. 내 첫사랑이 그 친구뿐만 아니라 나와 그 친구를 둘러싸고 있던 동아리, 도서관, 문학제 준비때문에 함께 내뱉은 한숨, 끝난 후의 희열, 그때 게걸스레 먹은 자장면 한 그릇과 소주 한 잔으로 알딸딸하여 비척걸음을 걷던 공원…이었던 것처럼. 여기까지 생각해냈을 때, 갑자기 초점이 사라져버린 눈동자는 안식처를 찾지 못해 헤메고 있었고, 사고회로는 차단되어 아무런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그때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때의 시간이 이렇게 예쁜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책은 이렇게 그저 단어들의 집합으로 문장을 이루어내 독자와의 교감을 이루고 있었다. 책 속의 등장인물만의 오롯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아리 작가는 「팬이야」 이후 「김종욱 찾기」로 내게 다시 다가왔는데, 아무래도 이미지가 이제 완연하게 굳혀져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녀의 책은 가볍고 유쾌하여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딱 거기까지다. 나는 아직도 어떠한 교훈도 얻어낼 수 없는 책이 낯설뿐더러, 이렇게 유쾌하기만 한 책을 읽고 나면 왠지 허한 느낌마저 이는 까닭에 다른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우연처럼 만나 인연이 된 효정과 성재를 떠올리고 있노라니 어느새 걸린 미소가 하루종일 떠나질 않는다. 그래, 이거면 됐지. 하하하 - 오랜만에 유쾌한 다른 이들의 연애소설을 훔쳐다보았다. 그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나에게도 옮겨붙기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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