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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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이게 얼마만인가 - 하고 물으며 기억을 상기시키려 들었더니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다. 무척 오래간만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올해 읽은 책들에 번호를 매겨가며 죽 써놓은 수첩을 뒤적이고 블로그를 한바탕 뒤적였더니, 이병률의 끌림이라는 여행에세이보다는 감성에세이 쪽이 더 짙은 책이 마지막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정말 여행에세이다운 책을 읽은 것은 칠월에 괜찮다~ 하며 재미있게 읽은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가 마지막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터다. 그동안 지인에게서 여행에세이라 불리는 책을 선물받기도 하였지만 쉽사리 손에 들지 못했던 것은 단 한가지, 정말 떠나버릴까봐…혼란으로 야기된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은 하나의 단어로 허공에 흩어져버리기 일쑤였고, 내 머릿 속의 좌표는 그 어느 방향도 잡아내지 못하였다. 언제고 답답함을 들쳐 업고 현실 도피를 꿈꾸지만 막상 현실에 서있는 나는 소심하기 이를데 없어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편하게 여행을 하고 그들이 쓴 여행에세이를 읽는 자체를 거부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안착한 요 녀석을 내칠 수 없기에 한 장씩, 결코 서두름없이 읽기 시작한다.

 

 

 

장현경이라는 이 여자, 처음부터 뒤통수를 갈긴다. 그 나이면 한 번쯤 느끼게 되는 능력의 한계에 대한 무기력함이 20대 초반의 활활 타오르던열정을 해가 갈수록 시들게 만들 때였다. 라며 스물 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잠깐의 여행이 아닌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유학을 갔댄다. 뉴욕으로_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은 숙소구하기, 대중교통, 밥상차리기 등 뉴욕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서로 자청하고 나섰다. 그러고 나서야 본격적인 뉴욕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준다. 그 중 야심한 새벽에 주린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절로 나오게 했던 컵케이크 투어라던가, 올해에 가지 못해 한이 되어버린 벚꽃놀이, 푹 빠지지만 않는다는 명목 아래 한번쯤 구경하고 싶은 카지노 등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행보만을 기록하고 사실을 나열하여 느낌이 없었다,라고 이야기를 해야할까. 초반에 뉴욕에 가게 되어 방방뜨는 그 기분은 뒤로 가면 갈수록 바람이 불어 빠져나가는 손 안의 모래인냥 결국엔 손에 잡히는게 하나 없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벚꽃, 핼러윈데이, 산타클로스_를 제외한 나머지는 글에서도 사진에서도 계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느껴져 구지 계절별로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라는 의문도 함께 들었는데, 그저 심심해보여 넣은 것이 아닌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를_.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july2나 august1 외에 몇 곳은 두장도 채 넘기기 전에 다 끝나버려 정작 뉴욕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타임 스퀘어, 브라이언 파크, 그랜드 센트럴은 마치 먹기 전에 흘린 커피처럼 고스란히 얼룩이 되어 허탈함과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나는 뉴욕이라 하였기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위주가 아닌 뉴욕을 강조할 만한 무언가로 내가 지금 뉴욕에 발을 붙이고 서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길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간혹가다 글의 밑에 있는 작은 사진들은 눈을 찌푸려서 보아야만 했고, 느낌없는 글들은 왠지 슥슥 읽어내려가면서도 감흥이 없어서 언젠가 뉴욕에 가는 날이 온다면 뉴욕에 가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정보 수집용으로나마 위로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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