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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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김별아의 작품 중 「미실」,「열애」라는 두 작품을 접하고도 그녀의 작품에 갈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것은 「가미가제 독고다이」- 그것은 원래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는 그가 브리다와 가미가제 독고다이 외 몇 권을 말하기에 다 팽개치고 가미가제를 외쳐버린. 그것은 내것이 되었다. - 그 제목은 뜻조차 알지 못하는 내게 낯설게만 다가왔기 때문에 독고다이 가미가제, 가미가제 다이독고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킥킥거렸고, 간혹 가미가제 독고다이,라고 말하였다 하더라도 그게 맞나? 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려야만 했던 아주 괴상한 이름이다. 읽기 전 가미가제를 가미카제라고 발음하는 그에게 “가미카제가 아니라 가미가제야.”정정해주며 “그런데 가미가제가 뭐야?”라고 물었더니 그는 시종일관 “읽어봐. 알려주면 재미없잖아.”라고 대꾸했다. 읽고 있는 책을 마무리짓고 나서 조만간 읽어주리라 했지만, 먹고 싶은 것은 아껴뒀다 먹는 심리처럼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도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음을 난생처음 깨달았다. 올해의 목표였던 150권 째 책은 이 책이야! 라고 남몰래 다짐하며 그렇게 아끼고 또 아껴뒀다. 하지만 그러고보면 김별아 작가가 좋다, 좋다 하면서도 나는 아직 작가의 작품에 별 다섯개라는 만점짜리 점수를 준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까닭은 - 나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결말로 치달을수록 현실과 맞닿는 폭이 근접해짐에 나는 금세 루즈해져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뎌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미실」이 그랬고, 「열애」가 그랬다. 늘 그런 현상을 느껴왔음에도 작가의 책을 고집하는 까닭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첫 장을 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집안 내력이다.라고 시작되는 문장을 보며 그래요, 이번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글을 쓰셨군요.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1인칭 화자는 우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의 어처구니없고 생뚱맞고 기막힌 필연을 믿는다,며 백정 출신임에도 피를 무서워하여 자기 몸이든 남의 몸이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면 기함을 하며 울어대는 쇠걸이 할아버지와 윤간을 당했음에도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붉고, 뜨겁고, 비린 걸음걸이를 내딛어 살아남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올미 할머니의 결합을 통해 잔인한 우연과 지독한 필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뒤를 이어 자신의 피를 부정하여 임종을 앞둔 올미 할머니에게 "엄마, 가기 전에 말해주오. 내 진짜 아버지는 누구요?" 라고 묻는 훕시(하계운)는 양반 여성인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정선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천한 백정의 피를 희석시키겠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회색이 아닌 흰 털과 검은 털이 대비되어 흰 것은 더 희고 검은 것은 더 검은 , 결국 얼룩 강아지_인 하윤식이 이 세상에 태동하게 한다. 이쯤이면 대략 눈치를 챌 수 있으리라. 쇠걸이 할아버지와 올미 할머니의 결합이라던가, 아버지 훕시와 어머니 정선의 결합은 순전히 하윤식, 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임을. 그러면서 3대인 그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을 어렴풋 암시한다. 그 여자는 자신에게 있어서 신의 존재인 형 - 그의 연인, 현옥. 그렇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게다. 순전히 현옥을 위해 형 경식 대신 입대를 지원한 윤식. 살기 위함이 아닌, 죽기 위해 죽는 연습을 해야하는 그가 지원한 부대 이름은 일명 자살 특공대‘가미가제’

 

 

 

 

비극이다. 우리 근현대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극에 맞대면하여 슬픔을 감내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장하고 엄숙한 방식만으론 그 비극 속에서도 징그럽도록 끈질기게 존재했던 삶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 (······) 그리하여 결국 나는 그 비극 속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작가의 말 , p362)

 

읽는 내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푸하하하 - 하는 명쾌한 웃음소리. 책을 읽으며 소리내어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이 책은 실제로 그 이름만 번지르르한 특공대에 묶여 '사케'를 마시고 '사쿠라'의 환송을 받으며 마지막 엔진을 가동했던 우리 민족이 있을진대, 그렇다면 묵념을 해가며 읽어도 시원찮을 이야기임에도 훕시의 목숨을 구해준 그 생원의 성씨를 알고자 함이 은인을 기억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성씨인 진주 하씨가 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라던가, 훕시가 나카무라 형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지어내는 거짓말들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독자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인물임에 확실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까지 그들과 행보를 함께 하고 이제 끝났다며_ 마지막 장을 덮고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침울함이 밀려오기에 그 당시 웃음을 자아냈던 훕시의 행동거지들을 억지로 생각해보지만 그 때의 그 웃음이 지어지지 않더란 말이다. 그 당시엔 웃음이 나서 웃었던 것이, 상황을 더욱 더 처연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제와서 깨닫는 바이다. 그것을 깨달은 그 순간에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정지한 것과 같이 - 시계의 초침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 적막한 내 방이 갑자기 희뿌옇게 보여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창문을 여니 급작스레 시게미쓰는 아니, 장성우는 허공 속에서 외롭지 않느냐 - 묻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속으로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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