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로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마리아나 한슈타인 지음, 한성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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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시회, 전시회 타령을 하는 나는 만약 그림이 눈 앞에 있다 하더라도 눈동자만 굴릴 것이 뻔하다.
그림을 보는 것만 좋아할 뿐, 실은 볼 줄도 모르고 어떻게 봐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데,그것은 아마 그 화가에 대해 세세하게 알지 못하기에 그것을 볼 때에 어떤 느낌으로,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하는 것인지 모르는 까닭이다. 화가에 대해 안다면야 그 시대, 배경, 그때 화가의 상황, 그 그림을 그릴 때의 기분 등을 고려하며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 다 따져가며 봐야한다 그림이란 것은 나와는 너무나도 별개인, 먼 세계의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들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 그림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것 또한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늘 -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객관적인 그림을 사이에 두고 다른 이의 느낌과 내 느낌을 공유하며 그림을 폭 넓게 보고 싶다는 욕심 또한 그리 과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림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 혹은 에세이_를처음 펼쳐든 것은 작년(09년) 그림치유에세이였던 이주은으로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도 부족하지만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다. 페르난도 보테로, 그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09년) 즈음에 르누아르 전시회와 함께 보테로 전시회도 덕수궁에서 열린 것으로 기억한다. 실은 나, 전시회를 찾다가 그의 그림은 처음 인터넷상으로 접했었는데 - 허걱. 하는 소리가 마음 속에서 입 밖으로 나오는 데에는 몇 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그것은 그의 그림은 내가 여지껏 봐왔던 그림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낯설었는데, 그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는 것과 같은 낯설음과는 다른 내가 몰랐던 또 다른 통로로 날 찾아오더란 말이다.

 

 

 

그의 그림을 회사, 집, 또 다른 장소에서 페르난도 보테르 - 그를 만나고 그를 알아갔다. 하지만 곧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아무래도 노출 수위가 조금 컸던 탓,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만큼 발가벗은 여인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주위의 시선도 조금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 그리 에로틱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것은 모든 여인들의 통통 - 혹은 뚱뚱 - 한 몸매 때문일 거라 지레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간혹 그의 그림에 의문점이 생긴 것은 ‘아담’과 ‘이브’와  같은 경우, 아담의 생식기는 나뭇가지로 덮어놓는 반면에 이브는 거웃을 까맣게 그려 표현한다. 게다가 ‘연인들’(p30) 에서 남성은 이불을 목까지 덮고 있는 반면 여성은 노출되어 있고, 책의 표지인 ‘다정한 커플’(p37) 역시 옷을 다 갖추어 입은 남성에 반해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 아, 다리에 있는 것이 실오라기라고 부인한다면 할 수 없지만 - 남성의 허리와 골반 사이에 앉아있다. 또한, ‘보나르에 대한 경의’(p46,47) 에서 욕실에서 남성은 뒤를 돌아보고 있는 반면, 여성은 노출된 앞부분을 보여준다. 물론_ 여성들의 나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어떤 요소도 책 속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보테로에게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째서 그것에 대한 한치의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라는 것인가. 어쩌면 나에게 있어 그것에 대한 탐구는 그의 책을 들어서 펼칠 때마다 가질 의구심일게다.

 

 

 

왜 뚱뚱한 사람을 그리냐는 질문에 “아니오, 나는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지 않습니다.”라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대답을 내놓는다. 응? 뭐라고? 라고 되물으며 - 내가 잘못 읽은겐가, 다시 눈동자를 굴려 질문에 데려다놓고 읽어보아도 마찬가지의 대답이 눈에 보인다. 아, 이 어찌 황당무계한 대답이 다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책에서는 그에 대한 대답을 부가 설명한다.보테로는 살찐 남자나 뚱뚱한 여자같이 특정한 무엇을 그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외려 그는 리얼리티를 미술로 변환하는 수단의 하나로 변형과 변신을 이용하는 데 큰 관심을 쏟는다. 그의창조적 갈망과 미학적 이상은 형태와 부피감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런 양식은 보테로가 그만의 시각을 제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중략) 보테로의 변형은 늘 회화의 감각적 질감을 강조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다. (p49~54)

 

 

 

 

그의 그림을 보다보면 사람뿐만이 아닌 과일도, 동물도, 나무도 모두 비대하여 비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족 풍경」이라던가 「신도교 가족」 , 「마리두케의 집」에서 등장하는 애완동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스럽고 귀여운애완동물들이 아니고, 특히 「지붕 위의 고양이」는 지붕보다 더 큰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닌 소처럼 보일 정도니, 두 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다.  멜론먹는 소년」 - 멜론이 아니라 수박으로 보이지만 - 이나 「과일이 있는 정물」 ,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 , 「돼지 머리가 있는 정물」 , 「오렌지같은 것의 경우엔 과일, 채소가 무척이나 비대해 언발란스해보이기도 한다. 또 「거리의 남자」같은 경우, 나무가 아무리 크다 한들, - 그래,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 푸하하하하하!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너무 보테로라는 사람에 대해서만 치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품에 대한 어떠한 일언반구의 설명도 부가하지 않는 까닭에 작년(09년)에 덕수궁에서 전시했던 것이 홈페이지에 나와있어 그곳에서 나는 그림에 대한 설명을 http://botero.moca.go.kr에서 보충해야만 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홈페이지에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이 나와있는 것도 아닌데 그것에 더 신빙성이 간다면 어이할꼬. 또한, 원래 제목에 그리 연연해하는 편이 아님에도 책에서는 「여자 재봉사들」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홈페이지에는 「바느질 작업장」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어 어쩌면 다른 것들도 그럴 수도 있겠다,며 혹, 이 곳에 나오는 앞서 말했던 「멜론 먹는 소년」같은 경우, 혹 수박이 아닌가 하고 찾아보았지만 그에 대한 그림은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더란 것. 그것 말고도 내가 따로 보충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것은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에 좀 더 알고 싶은 그림은 눈으로 보기만 하며 그대로 넘겨야만 했던 것이 조금은 씁쓸해지더라, 말이다.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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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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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는 문구를 띠지에 떡하니 붙여놓아 책의 내용을 짐작하기도 전에 깊은 떨림을 느끼는 것과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 건 동시였다. 막연하게 여행에세이에 대해선 비판적인 내게도 이런 마음이 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 있구나 - 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과 함께 이 책을 덥썩 품에 안게 된 책이었는데, 딱 그만큼의 실망이었다. 딱 기대했던 만큼의 실망. 어쩌지? 난 미안하게도 이 책에 세개 이상의 별을 줄 수가 없다. 별 세개도 내 입장에서 본다면야 무척이나 관대한 것만 같아서 하나를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이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그의 전작이었던 「on the road」나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를 추천하는 지인들이 많아 한껏 기대를 했던 까닭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은 책의 대한 평이 좋다고 하여 그 다음 작품까지 좋겠지,라고 기대한 나에게도 탓은 있다.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낯선 세계를 직접 느끼고 싶었다. 여행을 떠난 작가와 함께 나란히 길을 걷고, 그가 만난 사람들을 보고 싶었(p8)기에 책여행과 여행책이 합해져 「책여행책」이 되었다는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전에 비슷하지만 다른 책을 접했던 것도 같다. 번역하는 여자 , 윤미나의 「굴라쉬 브런치」 - 그것은 독서 여행기라고도 불리우는데, 그것은 작가가 쓴 소설의 배경에 찾아가 그 책들과 조우하는 것이 그 까닭이다. 뭔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난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정리가 하나도 되질 않는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때 받았던 감흥을 - 이 책에서 다시 느껴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다.

 

 

 

 

책을 덮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꼽자면, 「아웃사이더 예찬」을 읽고 ‘성적 소수자들의 낙원이라’불리는 프로빈스 타운으로 가서 게이들이 스스로를 ‘게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게이(gay)’라는 말 자체가 ‘명량한, 즐거운, 낙관적인, 밝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호칭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스스로를 더 이상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게이스럽게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고 명랑하게 낙관적으로 산다는 말이다. 프로빈스타운 사람들은 참 게이스럽다. (p22) 라는 것을 느끼고 독자에게 전해주더라는 것,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읽고 체가 짜놓은 일정대로 체가 60년 전에 다녀갔던 그곳들 - 아르헨티나‘산 마르틴 데로스 안데스’에서 체가 며칠간 지냈다는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칠레에선 체가 묵었다는 ‘로스 앙헬레스 소방서’- 을 발견하고 신기해했을 그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며 미소가 입가에 걸리게 되고,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 의 배경인 몽골의 아르항가이 초원에서 게르의 집 앞에서 몽골식 인사법으로 외친다. “개를 붙잡아주세요!”, 「느긋하게 걸어라」를 읽고는  ‘좋은 길’ 또는 ‘여행’을 뜻하는 스페인어인 ‘카미노’라고도 불리는 산티아고길을 찾아가는데,  그곳을 정말 걷는다. 정말 대책없다. 푸하하하 - 순례자여. 당신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곧 길이다. 당신의 발걸음, 그것이 카미노다. (p136) ㅡ 총 열여섯권의 책을 읽고 책여행을 한다.

 

 

 

 

그렇게 책여행을 끝내고 나서,  ‘크레모나, 헬싱키, 할렘, 교토, 아바나, 아를, 앙코르와트, 하코다테, 님만해민, 뒤셀도르프, 후지산, 카오산로드, 야쿠시마’ 열세 개 나라의 수도를 방문하여 여행책을 써내려간다. 책에 흥미를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음을 덮었던 책을 뒤적이며 서평을 쓰는 지금 깨닫는다. 다녀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행책을 써낸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이어지는 도시들은 내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으로 반죽된 채로 덩그러니 남아있었고, 흥미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차고 올라오지 못한 것은 아마도 무언의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루해 지루해 - 를 연발하던 나는 결국 처음 책을 읽을 때와는 달리 아무런 감흥없이 책을 덮어야만 했다. 그것이 비단 책에 아무런 사진이 없다는 것뿐만은 아니었을터. 나는 카미노에 대해 마음대로 기대하고 실망했다. 정작 카미노는 내가 찬사를 보내건 실망을 하건 제자리에 제 모습 그대로 있었다. 나 혼자만 요란을 떨었다. 그때 난 카미노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을 망각하고 있었다. 카미노는 가르쳐주었다. 실망을 하더라도 집착하지 말며, 현재를 누리되 집착하지 말라고. (p139) 나 역시 그의 책에 마음대로 기대하고 실망하여 다 읽고 나서는 공허한 마음마저 들었더랬다. 나는 덮었던 책을 다시 펴서 승차감이 투박한 하이카라찡찡 전차를 타고 다시 한번 하코다테를 구경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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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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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에 지레 겁부터 먹는 것이 아마도, 어쩌면, 아직도_ 나의 편협된 독서습관 때문이겠지 - 라는 생각이 들며 푸른빛 눈물이 마음에 아롱진다. 「구경꾼들」이라는 책을 들고 표지를 슬쩍 보고 뒤로 홱 돌려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열줄이 조금 넘는 평을 읽다보니 ‘세 번 톺아볼 때 여백이 깊어지는 소설’이라는 문구가 나를 잡고 흔든다. 세 번,씩이나? 읽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겠다_며 책을 펼쳤을 땐 이야기가 이야기를 물고 그 이야기가 이야기를 물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결국은 이어내는 작가의 글에서 위태로움을 느끼기 전,에 왠지 모르게 따뜻함이 배어나온 것을 느낀 것은 내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을 때였음을.

 

 

 

 

리뷰를 끄적이면서도 웃음을 실실 흘리고 있는 연유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신발을 바꿔신어 어정쩡한 걸음으로 걷는 큰삼촌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밥 먹고 기운낼 일이 있다며 열무김치에 밥을 두 그릇이나 비벼 먹고 가그린하는 할아버지에게 바람피우냐는 할머니의 말이 할아버지에게 한 마지막 말이라는 것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빵봉지에 적혀 있는 제조사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같아서 무작정 제조사를 찾아 공장을 찾아간 화자때문에? 아버지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물건 훔치기 놀이’를 하는 화자의 가족때문에? 퀴즈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해 첫 질문에 똑 떨어진 할머니때문에? 기침을 하다가 갈비뼈가 나간 화자때문에?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풉, 하고 웃음이 터지는 것이 어쩌면 그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니, 결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것 모두가 우리의 삶과 똑 닮아있어서. 작가는 늘 비관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그로 인해 삐딱한 세상만을 보는 내게 이 한 권의 책으로 따뜻함을 안겨주더란 이 말이다.

 

 

 

 

‘나’의 이름을 일러주지 않아 나에게선 아가_ 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화자,의 태동기를 읽어 내리면서 나는 ‘필연을 가장한 우연’,‘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삼촌, 작은삼촌, 고모, 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말했듯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들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그뿐만이 아닌 다른 이의 삶까지도 구경꾼처럼 기웃거려 독자가 책의 등장인물 누구 하나 그냥 흘려보내질 못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가능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사연없는 사람 하나 없다고 해야할까. 여기까지 쓰고는 거봐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잖아 (p108) 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이제 아버지가 내 서평의 구경꾼이라도 된건가,하는 생각에 급작스레 터져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 한바탕 웃어제낀다.

 

 

 

 

“잊지 마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기억하는 거예요.”(p88) 무심한 듯,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그들은 나였고, 또 우리였다. 우리의 삶을 또 다른 시각으로 그려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애잔한 마음이 들며 그들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며 위로를 건네고 싶어지고, 또 나도 그리 위로받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기분좋게 읽은 책이기에 다른 이의 서평에 기웃거리며 훑어보고 있노라니 단편을 장황하게 이어놓은 것 같다,며 역시 단편 프레임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는 평을 보고서 어쩌면 내가 준 별 다섯개가 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는 좋았다. 오랜만에 다 읽고도 하루종일 그 생각에 한동안 주위를 서성일 수 있는 책을 만난게다. 그거면 된거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것이 별 다섯개라는데, 그 누가 뭐라할텐가. 부모님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볼 것이다. 구경을 하는 동안 부모님은 자신을 잊을 것이다. 그러니 부모님을 구경할 또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뷰파인더로 아버지를 들여다보았다. 얼굴을 반으로 자른 다음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에 맞춰 숨을 멈추었다. (p237) 그 순간 나도 그 가족의 일원이 된마냥 함께 숨을 멈춘다.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상을 태운 자리에 돋은 사과나무(라서 증조할머니가 보낸 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하숙생이 사과씨를 뱉어내 싹을 틔운) 뒤에 숨어있는 구경꾼인 주제에.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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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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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이게 얼마만인가 - 하고 물으며 기억을 상기시키려 들었더니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다. 무척 오래간만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올해 읽은 책들에 번호를 매겨가며 죽 써놓은 수첩을 뒤적이고 블로그를 한바탕 뒤적였더니, 이병률의 끌림이라는 여행에세이보다는 감성에세이 쪽이 더 짙은 책이 마지막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정말 여행에세이다운 책을 읽은 것은 칠월에 괜찮다~ 하며 재미있게 읽은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가 마지막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터다. 그동안 지인에게서 여행에세이라 불리는 책을 선물받기도 하였지만 쉽사리 손에 들지 못했던 것은 단 한가지, 정말 떠나버릴까봐…혼란으로 야기된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은 하나의 단어로 허공에 흩어져버리기 일쑤였고, 내 머릿 속의 좌표는 그 어느 방향도 잡아내지 못하였다. 언제고 답답함을 들쳐 업고 현실 도피를 꿈꾸지만 막상 현실에 서있는 나는 소심하기 이를데 없어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편하게 여행을 하고 그들이 쓴 여행에세이를 읽는 자체를 거부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안착한 요 녀석을 내칠 수 없기에 한 장씩, 결코 서두름없이 읽기 시작한다.

 

 

 

장현경이라는 이 여자, 처음부터 뒤통수를 갈긴다. 그 나이면 한 번쯤 느끼게 되는 능력의 한계에 대한 무기력함이 20대 초반의 활활 타오르던열정을 해가 갈수록 시들게 만들 때였다. 라며 스물 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잠깐의 여행이 아닌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유학을 갔댄다. 뉴욕으로_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은 숙소구하기, 대중교통, 밥상차리기 등 뉴욕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서로 자청하고 나섰다. 그러고 나서야 본격적인 뉴욕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준다. 그 중 야심한 새벽에 주린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절로 나오게 했던 컵케이크 투어라던가, 올해에 가지 못해 한이 되어버린 벚꽃놀이, 푹 빠지지만 않는다는 명목 아래 한번쯤 구경하고 싶은 카지노 등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행보만을 기록하고 사실을 나열하여 느낌이 없었다,라고 이야기를 해야할까. 초반에 뉴욕에 가게 되어 방방뜨는 그 기분은 뒤로 가면 갈수록 바람이 불어 빠져나가는 손 안의 모래인냥 결국엔 손에 잡히는게 하나 없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벚꽃, 핼러윈데이, 산타클로스_를 제외한 나머지는 글에서도 사진에서도 계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느껴져 구지 계절별로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라는 의문도 함께 들었는데, 그저 심심해보여 넣은 것이 아닌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를_.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july2나 august1 외에 몇 곳은 두장도 채 넘기기 전에 다 끝나버려 정작 뉴욕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타임 스퀘어, 브라이언 파크, 그랜드 센트럴은 마치 먹기 전에 흘린 커피처럼 고스란히 얼룩이 되어 허탈함과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나는 뉴욕이라 하였기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위주가 아닌 뉴욕을 강조할 만한 무언가로 내가 지금 뉴욕에 발을 붙이고 서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길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간혹가다 글의 밑에 있는 작은 사진들은 눈을 찌푸려서 보아야만 했고, 느낌없는 글들은 왠지 슥슥 읽어내려가면서도 감흥이 없어서 언젠가 뉴욕에 가는 날이 온다면 뉴욕에 가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정보 수집용으로나마 위로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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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르누아르의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불안정한 마음이 드는 날이면 한번씩 그의 그림을 훑어보게 됩니다. 따뜻한 그의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이 한층 안정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그의 그림을 밑바탕에 깔고 소설을 그려냈다니요 - 정말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네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당신도, 그림처럼’과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저자 이주은 작가의 추천도 곁들여져 기대가 증폭되는 것이 두근두근한 마음이 대신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

 

 


 

김훈 작가는 ‘공무도하’로 만나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인상깊은 작품까지는 아니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 마치 칼같이 툭툭 끊기는 그런 책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써는 조금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늘 언제나 그렇듯 , 작가 는 하나의 작품만이 아닌, 다른 작품까지도 몇번을 읽어보아야 그 작품에 대해 비로소 아~ 괜찮구나, 별로구나, 하는 식별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작가의 문장만으로 별로다 - 라며 거리를 두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기에 세상을 담을 수 없는 언어의 한계와 세상을 최대한 안고 싶은 김훈 선생님의 열망 사이에서 피어난 오랜 고뇌와 고민이 이루어 낸 절정의 작품이라는 이 책을 접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 11월의 추천책으로 살포시 올려봅니다.  

 

 

이 한 권의 책에 실려있는 한 편의 소설로 수십 명의 작가를 동시에 얻은 기분이라는 문학평론가 조연정의 말은 혹하게 만드네요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서 책 사냥꾼은 혹, 책을 사랑하는 우리들을 일컫는 말은 아닐런지요. 판타지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나, 문단의 동료로 삼고 싶다는 은희경 작가의 추천이나 굉장히 드문 지적 즐거움을 느꼈다는 정이현 작가의 추천은 저에게 있어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쇼윈도에 눈길을 잡아끄는 진주목걸이인 셈이네요.

  

 

 

 

불행하게도 저는 아직 펄벅의 어떠한 작품도 읽기 전이네요. 그 유명한 대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잠시 손에 들었다가 놓은 저는 책과 친하지 않았던  그 때에 읽기에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던 책이었음에 곧바로 놓았던 것이 편협한 독서의 한계 - 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음이 굉장히 애석해지네요. 소작농 여인의 눈으로 그려낸 중국의 격동기를 이야기로 표현했다는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 전처럼  난해한 문장들에 똬리를 틀게 만드는 그런 활자들로 가득한 건 아닐지 걱정부터 앞서지만 -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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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0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훈 작가님꺼 넣는다는 게 깜빡했네요.
다섯 권 고르기 참 힘든 것 같아요!^^

하늘보리 2010-12-02 22:26   좋아요 0 | URL
저는 10월,11월엔 두권씩만 추천페이퍼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풍요로운 것 같아요! 읽고 싶은 책이 12월 추천도서로 선정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깔깔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