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젊어지는 기적의 눈 건강법 - 백년 쓰는 눈 만드는 내 눈 사용 설명서
주천기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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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에, 눈에 관해서만큼은 제외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잃은 시력을, 다시 되돌리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몸이 천 냥이라면 몸은 구백 냥이라는 말을 요즘처럼 실감할 때가 없다.




난 시력이 보통이었다. 시력검사를 해도 0.8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안경을 썼다. 멋을 내기 위해 쓴 안경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사시가 있었는데, 나에게 사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년생일 때였다. 한 아이와 싸우는데, “너 나 쳐다보면서 이야기해야지, 어디 보면서 이야기해?”라며 본인 뒤를 돌아보며 다른 친구들 앞에서 나를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물론 비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정한 그 애의 행동이었지만, 나는 내 상태가 그 정도일 줄도 몰랐고 유약하기 그지없었던 어린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나는 그길로 엄마와 함께 안과를 가서 사시 수술을 받았고, 고등학교 2년생 때 두 번째 사시 수술을 받았다. 우습다면 우습지만,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사람을 잘 쳐다보지 못하게 되었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 안경을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일부러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엄마는 안경을 맞춰주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나는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원래도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안경을 쓰니 확실히 시력이 점점 더 떨어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안경을 쓰며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없던 난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한 2010년에, 라섹을 결심했다. 하지만 눈이 잘 보이는 신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얻는 동시에 한층 더 심해진 안구건조증과 각막미란도 함께 얻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2016년 7월, 어느 날 아빠가 전화를 해서 말씀을 하셨다. “이상한 지렁이 같은 게 꾸물꾸물 기어가고 벽돌 같은 게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고. 그것은 노안에서 비롯된 비문증으로 판명이 났다. 요즈음은 젊은 층에게도 노안이 온다는 사실을 아빠는 잘 모르셨는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노안이냐며 길길이 날뛰시며 다른 병원을 찾으셨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이 노안에 의한 비문증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치료방법이랄 것이 없으며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안질환이라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뜻밖의 곳에서 생겨났다. 아빠의 눈은 항상 벌겋게 충혈이 되어있으셨는데, (피곤할 땐 더 심했다.) 그것이 무롄각막궤양 혹은 테리각만변성일 수 있다는 것이어서 정기적으로 안과 내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비문증을 완화할 수 있는 것과 눈에 좋은 영양제들을 찾느라 바빴다. 하지만 내가 찾는 영양제들은, 특히나 눈에 관한한, 당장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눈이 젊어지는 기적의 눈 건강법」이라니. 너무 뻔하잖아. 안 봐도 비디오지, 너무 관용적인 책 제목이야. 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법한 책이다. 그런데 여러 안질환을 직접 겪고 주위에서 보며 당장이라도 눈이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눈을 혹사시킨다든지, 그래서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추세라든지, 눈에 쌓인 피로를 그날그날 풀어내라든지, 선글라스는 패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라든지, 눈만 좋아지는 음식은 결국 없다는 것이라든지, (특정 신체만 살을 뺄 수 없는 것처럼 이는 너무 당연하다.) 영양분이 가득한 봄나물을 많이 먹으라든지 하는 것들은 너무 자주 듣고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경각심이 생기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두운 색의 음식이 노안을 늦춘다든지, 건조한 눈에는 들기름이 특효라든지, 눈에 쌓인 피로를 푸는 손바닥 찜질, 온열 찜질, 눈꺼풀 청소, ‘5’의 운동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내가 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는, 너무 당연하게 머릿속에서 고여 있지 않고 흘러나간다. 아마 나는, 읽기만 하고 흘릴 부분들일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아주 잘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었는데, -모든 신체는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눈의 상태로 내 몸의 이상신호를 먼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은 두 번 세 번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흰자위가 노랗다 : 간 기능 이상
눈에 피가 맺힌다 :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혈액질환 경보
갑작스런 복시로 앞을 보기 어렵다 : 뇌혈관질환의 신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 뇌혈관질환, 안면신경의 이상
결막이 선홍빛을 잃다 : 빈혈의 전조 증상
눈동자에 흰색 테두리가 생긴다 : 고지혈증의 징후


가장 놀랐던 것은, 안압검사로 녹내장을 판단할 수 있는데 정상 안압이어도 녹내장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인 100명 중 4명꼴로 녹내장이 있고, 이들 중 66.3%의 안압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녹내장 예방법은 주의 깊은 관찰뿐이라고 말한다. 어떤 검사로도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 눈이구나, 했다.

또한 ​우리가 안구에 대한 검사를 받는다고 했을 때, 기본적인 시력 검사나 안압 검사 말고는 딱히 떠올릴 만한 것이 없다. 책에서는 그 외에 알고 있으면 좋을, 실용적인 몇 가지 검사를 알려주고 있다. 기본적인 시력 검사, 굴절 검사, 안압 검사, 시신경 검사, 시야 검사, 안저 검사, 색각 검사 등. 사실 비문증이 생기고 몇 달 뒤부터 아빠는 뿌옇게 보이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백내장 검사를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병원을 간다, 안 간다 해서 싸운 적 있었던 그날) 병원을 다녀오니 백내장은 아니고, 검사를 시행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를 원장한테 직접 들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느 순간 생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은 그저 노안이란 말인가? 하며 의심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백내장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안과에서는 아빠를 본인들이 수술하지 않고 소견서를 써서 대학병원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아빠의 눈은 시한폭탄이라며. 아빠의 각막은 현재 많이 얇아져 있다고 했다. 만약에 아빠가 안과를 가기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러이러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을 텐데, 이제야 좀 아쉽다. 나중에 안과 가시면 검사받으시라고 알려드려야지. 음... 그런데 아무래도 아빠는 안과를 옮기는 게 더 좋아보인다.

#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써서 흐르듯 읽을 수 있었던 책. 눈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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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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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단편을 참 많이 읽게 된다. 긴 호흡을 감당할 수 없어서,라는 것이 그 까닭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여 읽게 된 단편들이 너무나도 주옥같다. 그 중 한 권인 안나 가발다의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ㅡ 읽는 시간이 참 길었다. 모든 단편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을 폭 파고드는 이야기는 하나쯤 있게 마련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에 발그레한 휘광이 일렁이는 듯하였다. 오랜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 이야기 하나를 오래도록 곱씹었다. 혹여나 바람에 따라 흩어질 것만 같아서.

  


 


생 제르맹 데 프레에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남자에게 저녁식사 제안을 받는 것을. 생페르 거리에서 생브누아 거리, 다시 생페르 거리에서 그리고 생자크 거리로 이동하는 짤막한 시간 동안의 긴장감을, 코트드뉘 주브레샹베르탱 1986년산 레드와인을, 블랙베리 셔벗을, 그리고 아직 접하지 못한 프랑수아즈 사강과 샤를 보들레르, 장폴 뒤부아의 작품을 감히 상상해보는 그런 시간이다. 그 시간은 마음을 요란스레 만들었다. 이야기는 파리, 그 자체였다.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 그 상상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사랑이다.


걸으면서 나는 길가에 빈 깡통이라도 널려 있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했어요.

나는 휴대폰이 미워요. 사강도 싫고 보들레르도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내 오만함도. (p.30)


 


 


그리고,

기욤텔 거리의 녹음실에서는 그는 앙브르를 만났어. 코르베이 7번 국도변 작은 빌라에선 누군가가 휴가를 나온 한 남자를 기다릴 테고, 쉴리에서는 한 남자가 첫 사랑인 그녀를 만나는 일이 있었어. 물론, 아내 몰래 말야. 갤러리라파예트 백화점에서 그녀에게 선물로 줄 탕가 스타일의 속옷을 사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누이들과 함께 살던 콩방시옹 역 근처 110의 아파트에서 그녀가 사는 파리 10구로 이사를 해. 그리고 집들이랍시고 그녀를 초대를 하지.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이별하는 법을 함께 배운다. 사랑, 그리고 사랑, 그럼에도 사랑, 할 수 없이 사랑.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인양, 힘껏 그러모아서, 사랑.


 


 


하지만 그저 사랑만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 외에, 또 다른 이야기들.

이를테면, 사투르누스(토성: 슬픔의 근원)의 날이 출산 예정일인 여성에게 끔찍하게도 재미없는 일이 생겨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은 임무가 있다는 점이, 그 점이 바로 사투르누스일지 모른다는 것.까지 상상을 하다 보니, /모든 이야기를 읽어도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던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락까지 떨어뜨리지 않는다. 작가의 힘일까. -이러다가 모든 단편을 쓸 것만 같아서 이쯤에서 멈추기로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심각할 건 없네?” (p.186)


그들에게는 외로움이라는 키워드가 공통분모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의 형태가 무수히 다양하여 단숨에 알아채지 못할 뿐. 하지만 나의 모든 생활을 지배하는 외로움 따위의 감정은 타인이 보기엔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 말고는 그 외로움을 타인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요행일 수 있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단 하나였을지 모른다.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면……. 사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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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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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긴 글을 읽기가 힘든 순간이 또다시 도래했다. -이 순간은 한 달에 여러 번 찾아온다-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내가 힘들어하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장기적인 것이어서 일정한 템포로 힘든 것이 아니라 클라이맥스가 있는 까닭이다. 이 책을 읽을 때가 그랬다. 가장 클라이맥스로 다다른 때. 그때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장기전이다 보니, 그 순간이 가장 힘든 것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다른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면-

그래도 억지로 뭔가를 해보려 나는 무던히 노력한다. 잊기 위해서. 그래서 책을 들었는데 눈  앞에 난잡하게 활자만 덧대어 보일 뿐, 글이 읽히질 않는다. 근래에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장편보다 단편을 더 자주 찾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단편도 들어오지 않아,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그 에세이에는 신물이 나서 덮어버렸고, 책장 앞을 서성거리다가 책 한 권을 들었다. 밤과 노래- 때마침 감정이 꽉 차오르는 밤,이었다.

 

잠시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하지만 활자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버렸고, 나는 기어이 책을 읽던 중간에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눈동자에 활자들만 이유도 없이 동동 떠다녔던 것이 없던 일인 것만 같았다. 어떤 것에도 위로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것이 활자가 가진 강력한 힘이었다. 보태어 음악의 선율 또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책에 위로를 받아본 일이 언제던가. 참 오랜만이었다.

 

지나간 일들은 지나간 일들로 바라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통틀어 인생이라 부르고,
나는 그것에 조금 더 마음을 보태 사랑이라고 불러본다. (p.39)

위의 글처럼, 내가 힘들어하는 일 또한 그저 지나가는 일이 되었기를, 되기를, 절대적으로 소망했다. 하지만 아직 그 무엇도 지나가는 일은 될 수 없었고, 되지 못했으며, 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되던 일들이 한 번에 지나가는 일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지나갈 일,이겠지. 그것만으로도 희망이 된다. 나의 희망이 존재함으로써 그것은 좀 더 분명한 의지가 생긴다. 그런 나의 희망이 달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고, 오늘도 믿으며 소망한다. 언젠가는 내게도 상냥한 시간이 찾아오기를.

생각한다.
대립할 수 없어도 좋다고.
다만,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물어본다는 것은 내 안에 느슨해진 호흡이 살을 튕기는 일.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거나,
세상이 정해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더 디디게 만드는 일.
문득 가슴에 송곳이 꽂히는 일.
그 날카로움에 절절히 눈물이 나는 일.

질문은, 달처럼 품어져 눈빛으로 맑게 뿜어져 나오는 것.
나이 듦을 지나, 현실 위에 안주함을 지나,
나는 오래도록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닳지 않고 늘 새롭게 솟아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냐고. (p.58-59)

 

그리고 요즘 일기를 쓰기 전에 생각하는 것.
나는 오늘 괜찮은 사람이었나.” 그 물음엔 아직까지는 아니오.로 끝나는 날이 더 많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점점 더 발전한다는 것. , 다행스럽다. 심연의 끝에서도 반짝이는 빛을 볼 수 있어서. 차단된 회로에서 돌아갈 방향을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직까지도 많이 기특하다. 기억하자. 힘든 순간들. 그래야 나중에 다가온 행복을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테니.

 

 

 

위로를 온몸을 한껏 감싸안아주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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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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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게 처음부터 있을까? 아니면 만들어져 가는 걸까? 만들어져 가는 거라면 언제, 어떤 계기로 그 뒤가 정해지는 걸까?” (p.172)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약에’ 속에서 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었고, 우리는 언젠가 그 선택지를 -그게 무엇이든-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순간이 분명 온다. 그런데 그 ‘만약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의 끝이 ‘다행이다’가 아니라, 후회로 물든 ‘~라면 좋았을 텐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 충분치 않을 때에 슬며시 찾아오는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여섯 편의 단편에는 ‘만약에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내와 좀 더 오순도순 지냈더라면, 만약에 그를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창문을 열어두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주먹밥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등등 많은 가정들이 있다. 여기에는 정말 그랬더라면! 할 정도로 안타까운 일도 많았고,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인생 같은 건 없어!

 

분명 그런 건 없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저 장난감 같은 반지는 또 하나의 인생의 의미를 띠고 빛나지 않아. (p.48-49)

 

 

 

우리가 만약이라는 것에 계속해서 집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한순간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착각에서 온다. 물론, 모두에게는 인생을 결정하는 큰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인생은 필연적이라는 말을 믿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부러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은 그 하나의 선택지에서만 시작하고 끝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중간 즈음 ‘지금의 나’와 ‘만약의 나’를 두고, 나는 어느 쪽의 나를 선택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당연히 나는 ‘지금의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을 즈음에 역시나 그렇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지금의 나에 무척이나 만족을 한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는데,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 물론 박완서 작가의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지금의 나’는 무수한 만약들의 간극을 빼곡하게 채워진 나로서만 존재하고, 내가 못 가본 길에 대해 아직까지는 -적어도 나의 삶 전반에 걸쳐서 만큼은- 만약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내가 난 잘 살아왔다.는 것을 내비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그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그것에 대한 불만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미리 대비를 하여 ‘plan B’가 마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여섯 편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고 책을 덮는데, ‘아, 나 생각보다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 물론 무척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서 만약은 얼마나 많이 작용을 하는지. 모든 내 선택이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없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나 역시도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후회하며 내 인생에 대해 무료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나의 행복에 근접하도록 또 다른 선택지 문항을 늘릴 것이다. 평범한 오늘의 자신의 삶을 좀 더 사랑하길 주문한다.

 

 

 

 

오탈자 : p.245 어째서인지 맨션을 며느리 친정에서 가까운 지바에 구하지 ▶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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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일상 속, 화내는 것도 지친 당신을 위한 분노 감정을 관리하는 연습
공진수 지음 / 대림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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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화가 많은 이유는, 내가 타인들보다 더 예민하고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왔다. -물론,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예민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별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인데 “난 생각보다 예민한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때 조소를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이렇듯 세상에 자기 자신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개인 스스로의 주관적인 지표일 뿐, 비단 그것이 화를 자주 내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몇 년 전보다 더 화를 쉽게 또 많이 내는 것 같아서 모든 상황에 대해 반응하는 나 스스로에도 불만을 품는 일이 근래에는 잦은 편이다. 내가 모든 현상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더라면, 혹은 차라리 화를 잘 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현상에 쉽게 반응을 하기도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해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타자는 어디 가서 바보같이 당하고 말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것도 ‘적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화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화를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나의 ‘화’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책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분노지수를 체크하고 분노의 유형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해두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 자아성찰, 외부귀인, 대인관계, 내부귀인, 표현능력, 공격성 중 나의 분노는 외부귀인과 내부귀인 점수가 동일하게 높았다. 외부귀인은 분노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을 말하고, 내부귀인은 분노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을 말하는데, 이 점수가 동일하다니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문항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나는 외부에서 분노를 자주 느끼기는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이 싫다.로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또한 분노의 유형 (폭발형, 투사형, 억압형, 표현형, 보복형) 중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보복형에 속했다.

  

 


 

 

 

자존감의 상대어는 열등감이다. 그리고 열등감과 비슷한 용어가 바로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자존감 못지않게 자존심을 가지고 있고, 자존심을 지키고 보호받으며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가 생기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시한ㄴ 것 같으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서 분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한 자존심 지키기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보복 운전이다.

이런 면에서 분노와 자존심 지키기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자존심이 강할수록 분노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굳이 화를 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자존심 때문에 과도하게 반응을 한다. (p.84)

     

위에 발췌해놓은 부분이 나랑 꼭 맞는 부분인데, 위와 같은 부류들-이 바로 보복형이다-이 자존심만 강하고 자존감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나 스스로 그런 것을 경험해본 바, 슬프게도 부정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가 다양한데, 곰곰 생각해보니 나의 경우에는 내가 받은 부당함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가 있었다. 여기에서 부당함이라는 것은, 내가 받는 피해를 말한다. 타인이 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매우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내 마음 같을 수가 없듯, 너무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영역을 해치는 이들이 많은 점에 대해서 나는 쉽게 불만을 품게 된다. 처음엔 신경이 쓰이다가, 짜증이 나다가, 그것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는 상황. 하지만 그것이 매번 화나 분노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음. 쓰다 보니 이상한 것 같은데, 그러면 이것을 예로 들어볼까.

그런 의미로 나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앞 좌석을 발로 툭툭 차는 사람, 전화를 받는 사람, 앞 좌석에 아무도 없다고 발을 올려두는 사람 등등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내 기준에는 무식한-이 많아서.

여기에서 내가 예를 들려는 사람은 앞 좌석을 발로 차는 사람이다. -실제로 이 부분이 내가 제일 짜증을 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데 누가 뒤에서 발로 찼다. 실수일 수 있으니 넘어갈 수 있다. 두 번째 똑같은 상황이 생기면 신경이 쓰이고,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짜증이 나면서 결국 말을 한다. “저기요, 그만 좀 차세요.” - 문제는 그때부터다. 그쪽에서 미안하다는 제스처가 나오면 종전에는 어쨌든 관용을 베풀 수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화가 나는 것이다. 화가 나느냐, 아니냐는 내가 불만을 표출했을 때 그것에 대한 반응과도 비례하다. 이게 외부귀인일 테고, ‘다른 사람은 이런 부분에 대해 -이유야 어찌 됐든- 넘기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고 자책하는 것이 내부귀인일 것 같다.

 

 

 

 

책에는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분노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예시들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분노의 여러 모습을 보았고, 어떤 형태든지 분노의 최후는 폭발,이었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서도,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분노 감정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분노에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여러 가지를 제시를 해주었는데, 그중 한 가지 내가 꼭 실천해보고 싶은 것은 다음의 것이었다.

 

감정을 종이에 적어볼 것

머리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종이에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이 식고 이성이 작용하는 시간에 분노 폭발의 순간을 차분하게 적다 보면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도 좀 더 명료하게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때 이를 처리할 전략에 대한 지혜가 생긴다. 이러한 훈련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동일한 실수와 실패를 확실히 줄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당신도 분노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p.190)

 

   

 


 

집에 굴러다니는 수첩에 하루의 감정을 써봐야지, 했다. 사건과 감정을 간략하게 적어두는 것. 그 감정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복기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그 후부터 내가 짜증을 내면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라고 그이가 자꾸만 놀려대는데,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지금도 짜증을 부리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창피함마저 느꼈다. 사실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일들이 더 많을 텐데, 오늘은 감정에 잡아먹히지 말아야지. -했지만, 나는 내가 별것도 아닌 일들에 감정이 쉽게 갉아먹힐 것을 잘 알고 있다. 하하. 노력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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