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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젊어지는 기적의 눈 건강법 - 백년 쓰는 눈 만드는 내 눈 사용 설명서
주천기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에, 눈에 관해서만큼은 제외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잃은 시력을, 다시 되돌리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몸이 천 냥이라면 몸은 구백 냥이라는 말을 요즘처럼 실감할 때가 없다.
난 시력이 보통이었다. 시력검사를 해도 0.8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안경을 썼다. 멋을 내기 위해 쓴 안경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사시가 있었는데, 나에게 사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년생일 때였다. 한 아이와 싸우는데, “너 나 쳐다보면서 이야기해야지, 어디 보면서 이야기해?”라며 본인 뒤를 돌아보며 다른 친구들 앞에서 나를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물론 비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정한 그 애의 행동이었지만, 나는 내 상태가 그 정도일 줄도 몰랐고 유약하기 그지없었던 어린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나는 그길로 엄마와 함께 안과를 가서 사시 수술을 받았고, 고등학교 2년생 때 두 번째 사시 수술을 받았다. 우습다면 우습지만,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사람을 잘 쳐다보지 못하게 되었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 안경을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일부러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엄마는 안경을 맞춰주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나는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원래도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안경을 쓰니 확실히 시력이 점점 더 떨어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안경을 쓰며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없던 난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한 2010년에, 라섹을 결심했다. 하지만 눈이 잘 보이는 신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얻는 동시에 한층 더 심해진 안구건조증과 각막미란도 함께 얻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2016년 7월, 어느 날 아빠가 전화를 해서 말씀을 하셨다. “이상한 지렁이 같은 게 꾸물꾸물 기어가고 벽돌 같은 게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고. 그것은 노안에서 비롯된 비문증으로 판명이 났다. 요즈음은 젊은 층에게도 노안이 온다는 사실을 아빠는 잘 모르셨는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노안이냐며 길길이 날뛰시며 다른 병원을 찾으셨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이 노안에 의한 비문증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치료방법이랄 것이 없으며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안질환이라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뜻밖의 곳에서 생겨났다. 아빠의 눈은 항상 벌겋게 충혈이 되어있으셨는데, (피곤할 땐 더 심했다.) 그것이 무롄각막궤양 혹은 테리각만변성일 수 있다는 것이어서 정기적으로 안과 내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비문증을 완화할 수 있는 것과 눈에 좋은 영양제들을 찾느라 바빴다. 하지만 내가 찾는 영양제들은, 특히나 눈에 관한한, 당장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눈이 젊어지는 기적의 눈 건강법」이라니. 너무 뻔하잖아. 안 봐도 비디오지, 너무 관용적인 책 제목이야. 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법한 책이다. 그런데 여러 안질환을 직접 겪고 주위에서 보며 당장이라도 눈이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눈을 혹사시킨다든지, 그래서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추세라든지, 눈에 쌓인 피로를 그날그날 풀어내라든지, 선글라스는 패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라든지, 눈만 좋아지는 음식은 결국 없다는 것이라든지, (특정 신체만 살을 뺄 수 없는 것처럼 이는 너무 당연하다.) 영양분이 가득한 봄나물을 많이 먹으라든지 하는 것들은 너무 자주 듣고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경각심이 생기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두운 색의 음식이 노안을 늦춘다든지, 건조한 눈에는 들기름이 특효라든지, 눈에 쌓인 피로를 푸는 손바닥 찜질, 온열 찜질, 눈꺼풀 청소, ‘5’의 운동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내가 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는, 너무 당연하게 머릿속에서 고여 있지 않고 흘러나간다. 아마 나는, 읽기만 하고 흘릴 부분들일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아주 잘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었는데, -모든 신체는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눈의 상태로 내 몸의 이상신호를 먼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은 두 번 세 번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흰자위가 노랗다 : 간 기능 이상
눈에 피가 맺힌다 :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혈액질환 경보
갑작스런 복시로 앞을 보기 어렵다 : 뇌혈관질환의 신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 뇌혈관질환, 안면신경의 이상
결막이 선홍빛을 잃다 : 빈혈의 전조 증상
눈동자에 흰색 테두리가 생긴다 : 고지혈증의 징후
가장 놀랐던 것은, 안압검사로 녹내장을 판단할 수 있는데 정상 안압이어도 녹내장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인 100명 중 4명꼴로 녹내장이 있고, 이들 중 66.3%의 안압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녹내장 예방법은 주의 깊은 관찰뿐이라고 말한다. 어떤 검사로도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 눈이구나, 했다.
또한 우리가 안구에 대한 검사를 받는다고 했을 때, 기본적인 시력 검사나 안압 검사 말고는 딱히 떠올릴 만한 것이 없다. 책에서는 그 외에 알고 있으면 좋을, 실용적인 몇 가지 검사를 알려주고 있다. 기본적인 시력 검사, 굴절 검사, 안압 검사, 시신경 검사, 시야 검사, 안저 검사, 색각 검사 등. 사실 비문증이 생기고 몇 달 뒤부터 아빠는 뿌옇게 보이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백내장 검사를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병원을 간다, 안 간다 해서 싸운 적 있었던 그날) 병원을 다녀오니 백내장은 아니고, 검사를 시행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를 원장한테 직접 들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느 순간 생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은 그저 노안이란 말인가? 하며 의심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백내장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안과에서는 아빠를 본인들이 수술하지 않고 소견서를 써서 대학병원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아빠의 눈은 시한폭탄이라며. 아빠의 각막은 현재 많이 얇아져 있다고 했다. 만약에 아빠가 안과를 가기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러이러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을 텐데, 이제야 좀 아쉽다. 나중에 안과 가시면 검사받으시라고 알려드려야지. 음... 그런데 아무래도 아빠는 안과를 옮기는 게 더 좋아보인다.
#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써서 흐르듯 읽을 수 있었던 책. 눈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