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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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이란 게 처음부터 있을까? 아니면 만들어져 가는 걸까? 만들어져 가는 거라면 언제, 어떤 계기로 그 뒤가 정해지는 걸까?” (p.172)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약에’ 속에서 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었고, 우리는 언젠가 그 선택지를 -그게 무엇이든-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순간이 분명 온다. 그런데 그 ‘만약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의 끝이 ‘다행이다’가 아니라, 후회로 물든 ‘~라면 좋았을 텐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 충분치 않을 때에 슬며시 찾아오는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여섯 편의 단편에는 ‘만약에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내와 좀 더 오순도순 지냈더라면, 만약에 그를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창문을 열어두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주먹밥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등등 많은 가정들이 있다. 여기에는 정말 그랬더라면! 할 정도로 안타까운 일도 많았고,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인생 같은 건 없어!

 

분명 그런 건 없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저 장난감 같은 반지는 또 하나의 인생의 의미를 띠고 빛나지 않아. (p.48-49)

 

 

 

우리가 만약이라는 것에 계속해서 집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한순간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착각에서 온다. 물론, 모두에게는 인생을 결정하는 큰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인생은 필연적이라는 말을 믿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부러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은 그 하나의 선택지에서만 시작하고 끝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중간 즈음 ‘지금의 나’와 ‘만약의 나’를 두고, 나는 어느 쪽의 나를 선택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당연히 나는 ‘지금의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을 즈음에 역시나 그렇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지금의 나에 무척이나 만족을 한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는데,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 물론 박완서 작가의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지금의 나’는 무수한 만약들의 간극을 빼곡하게 채워진 나로서만 존재하고, 내가 못 가본 길에 대해 아직까지는 -적어도 나의 삶 전반에 걸쳐서 만큼은- 만약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내가 난 잘 살아왔다.는 것을 내비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그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그것에 대한 불만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미리 대비를 하여 ‘plan B’가 마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여섯 편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고 책을 덮는데, ‘아, 나 생각보다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 물론 무척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서 만약은 얼마나 많이 작용을 하는지. 모든 내 선택이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없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나 역시도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후회하며 내 인생에 대해 무료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나의 행복에 근접하도록 또 다른 선택지 문항을 늘릴 것이다. 평범한 오늘의 자신의 삶을 좀 더 사랑하길 주문한다.

 

 

 

 

오탈자 : p.245 어째서인지 맨션을 며느리 친정에서 가까운 지바에 구하지 ▶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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