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 -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하는 인정받는 사람들의 대화법
오타니 게이 지음, 조해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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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라고 쓰고 나니, 가장 최근에 뉴스에 뜬 세 가지 일이 생각난다. 현재 작가 활동을 하는 A씨가 “2~3세 경영자 중 김정은만 한 사람 있냐.”라는 말과 B씨의 “김정은은 백성을 위한 지도자”라는 말, 그리고 “의전에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라는 말을 한 C씨. 물론 이런 것들은 가치관에 따라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해도,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야 한다면 이는 분명 꼬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라면.


이외에도 무심코 내뱉은 말이 오랜 시간 동안 남아서 때때로 괴롭힌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말 한마디가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타인이 이러니까 나도 이럴 거야,라는 어린애 같은 발상을 나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특히나 나를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귀에 들리는 말들에 대해 나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근 몇 개월 동안 더 심해짐을 느끼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말에 대한, 언어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계를 위한 책들도 함께. 이 책도 그중 한 권의 책이었다.


87-88. 때때로 어렴풋이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으려나?’ 싶은 느낌이 들 때는 없는가. 주변 사람들의 상황, 표정, 태도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궁지를 모면할 수 있다. 말하기가 망설여진다면 본능이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일단 잠시 멈춰 서는 습관을 들이자. 인터넷에서든, 실제로 대화를 나눌 때든 생각을 바로 입 밖으로 내지 말고 먼저 심호흡을 한 번 하자. 의견, 비판, 결단의 보류는 신중한 사고를 위한 첫걸음이다.


잠시 멈춰 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때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내가 틀리지 않은, 옳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그걸 상대에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두는 편이다.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좀 다른 경우가 있었다. 그 역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직접적인 영향이라면 영향이었기에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처음부터 말을 하고 이후에는 시정하는 게 답이겠다 싶어서 말을 한 경우였다. 결국 그것은 인격적인 모독까지 이어졌고, 나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퇴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깊이 공감하지만, 저자는 대부분 그런 상황까지 생각한 것이 아닐 테고, 나는 내 상황이 그런 상황이니 만큼 대입하는 것이 현재는 그것밖에 되질 못하는 것뿐이었다. 


사실…

애초에…

일반적으로는…, 보통은…, 다른 곳에서는…

어차피…

결국…

그런데…, 하지만…

‘이, 그, 저, 어느’에 드러나는 심리적 거리감



책에는 ‘무의식적인 말버릇’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중 어떤 것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았다. 내가 이것들 중 최근에 제일 많이 사용했던 단어는 ‘일반적으로는’이라는 단어였다. 내 가치관에 의해 말이 나온 경우도 있었고, 나의 경험에 의해 말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일반적’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그러면서 ‘이곳 사람들은’ 혹은 ‘이곳은’이라며 모든 사람들에 대해 뭉뚱그리며 이야기를 했고, 나는 교묘하게 이곳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이 말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낼 대 많이 쓰인다고 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그러한 문화 속에서 나를 욱여넣고 싶지 않았다. 독선적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비상식적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게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내가 느끼는 것과 그에 대한 근거들을 말할 수 있다는 점 정도였다.

​분위기를 전환하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인터넷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라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라

​사전 정보를 백지상태로 돌려라

하루에 한 번, 자연을 가까이하라

그날의 감정은 그날 표출하라

책과 대화하라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라


저자는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을 들었다. 내가 이 중 가장 제일 먼저 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었고, 녹색을 자주 찾는 일이었다. 특히나 나는 책들에 의지했는데, 책이 읽히지 않을 때에도 억지로 책을 읽어댔다. 그게 내 영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읽는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때에 읽은 책들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읽은 책들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 한두 개씩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나는 내가 읽은 것들이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간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삶에서 조금 떨어져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말한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은 어딘가 적어두고 마음이 답답할 때에 하나둘씩 꺼내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당연한 것들도, 정말 필요할 때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 법이니까.

46. 모든 사람이 행복한 상태에서 SNS를 접속하지는 않는다. 글을 올리기 전에 그런 사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이 책에서 SNS를 할 때 타인을 생각하며 쓰라는 글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 언젠가에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D씨가 정신대 발언에 대해 자숙하는 일이 있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그것은 지금이 아닌 10년 전에 했던 말이었는데도. 잉태된 말은 살아서 다시 자신을 찌르는 화살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순하게) 내가 올린 글이 ‘친구가 많아서 부럽다’라거나 ‘나보다 훨씬 재밌게 사는구나’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못해서일 뿐이지,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SNS를 하면 안 되는 말은 조금 억지스럽게 들리긴 한다. 그건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SNS를 접속하지 않으면 끝나는 문제다. 실제로 나는 내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않을 때에는 인터넷을 봉쇄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타인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는 한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과잉되어버린다. 언제? SNS에 올릴 때. 나는 그것이 싫어 한 SNS를 끊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그것도 하나의 건강한 상태라고 치부한다. 행복을 올리며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불행을 올리며 위안 받을 수 있다면.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선에서는 (이것도 개인의 몫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누구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에 대한 생각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나, 오늘은 어디서 남의 마음에 생채기가 날 법한, 쓸데없는 말을 또 한 건 아닌가.




PS.

 

 

 



내 책만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간 즈음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이 침침함을 느꼈다. 이게 왜 그러지? 했는데, 책의 인쇄 상태 탓이었다. 활자가 조금씩 밀렸나? 사진의 경우는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려고 내가 좀 과장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이 부분은 이후에도 책을 찍게 된다면 분명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책의 여러 페이지 중 173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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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길정현 지음 / 렛츠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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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자마자 아줄라주! 포르투갈! 하며 반가워했다. 게다가 현재의 삶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탓에 작년 이맘때 즈음에 다녀왔던 포르투갈이 너무나도 과격하게,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리워져서 나는 포르투갈에 대한 그리움을 필터를 거르지 않은 채로 내비쳤다. ‘우리 작년 오늘 뭐 하고 있었는데, 우리 이 시간에 이거 하고 있었잖아.’ 하면서 그때의 철없는 시시한 행복들이 생각나서 울먹울먹거리다가 결국 나도 모르게 와르르 울음을 쏟아내버리던 이번 여름. 그렇다고 포르투갈에서 우리가 대단한 걸 한 게 아니었다. 관광지를 순회하는 그런 여행을 한 것도 아니었다. 손을 잡고 걷고 밥을 먹고 여유롭게 유유자적하는 그런 여행이었다. 어딘가를 갈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곳은 그런 곳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곳.


작년 포르투갈 여행을 앞두고 포르투갈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을 때, 포르투갈'만' 다룬 책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스페인과 엮인 여행서적이 많아서 왜 포르투갈은 독자적이지 못하고 스페인에 껴서 나올까? 포르투갈은 그만한 존재감이 없는 나라인 걸까? 하고 반문했다. 하지만 다녀온 포르투갈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고작 열흘 남짓만 있었을 뿐이었지만, 아쉽고 아쉬운 곳이었다. 내가 포르투갈 여행기를 낼까? 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며 철없게 해사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런데 포르투갈 여행기라니. 여행 지침서 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여행 이야기가 가미된 여행서라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8. ‘아무리 그래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회사에 하루라도 더 붙어있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주위에서 달래주었지만 이미 내 삶에서 그런 승패는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그녀가 포르투갈을 여행하기로 한 마음을 먹은 이유가, 근래에 내가 포르투갈을 자주 생각하는 이유와 너무나도 동일해서 놀랐다. 회사라는 프레임 안에서 나만 힘들어하고, 나만 못 견디는 것 같고, 나만 질질 짜는 것만 같았다. 종전에는 이러한 현상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힘들면 나름대로의 힘듦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고안했고, 그것들은 내게 꽤 큰 위안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내가 그동안 너무 자만하며 살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분명,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며 살았던 까닭이었다. 그녀는 회사가 힘들기 때문에 도망을 친 곳이 포르투갈이라면, 나는 회사의 문제로 인해 힘든 상태를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곳이 작년에 다녀온 포르투갈이 있는 기억 저편이었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그녀의 여행을 통해서 나 또한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포르투 in, 리스본 out의 여정이었던 그녀의 여행에는 포르투와 리스본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녀는 포르투와 리스본 외에도 피냥, 브라가, 아베이루, 코스타노바, 레이리아, 파티마, 투마르, 바탈랴, 알코바사, 오비두스, 신트라 등 근교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나는 근교라고 해봤자 신트라에만 다녀왔던 터라 다른 지역도 궁금했는데 그녀의 여행을 통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처음에 여행 계획을 짤 때에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는 포르투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어 다녀오려고 생각했던 곳이었지만, 포르투에 있는 시간만으로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 가지는 않았던 곳들이었다. 내가 그때의 시간에 다시 놓여진다면,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를 갔을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그렇다면 아마 포르투에 있는 시간을 하루 정도 더 연장했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하하. 그러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베이루의 운하에서 한가로이 배를 타고 떠다니고 싶기도 했고, 줄무늬 마을인 코스타노바에서 대구탕 한 사발을 들이키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알아보지 않은 도우루 밸리는 사진을 보고 마음이 동해 좀 더 찾아보았다. 뭔가 근사한 할 거리가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여기 가보고 싶어. 이곳에서 며칠 묵으면 정말 좋겠는데.”라고 생각할 정도로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내가 있다는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테주 강이 바다가 아니라 강으로 불린다는 것에 당시에도 그랬지만 책으로 보면서 여전히 감탄했고, 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열심히 포르타 두 솔 전망대를 오르던 기억과 도착해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옆에서 울고 있던 여인도 생각났으며, 리스본의 골목길들을 누비고 다니던 그때의 우리는 얼마나 근심이 없었나 생각했다. 맥주를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근처 벤치에 잠시 앉아있을 때, 우리에게 한국인이 물어왔다. “혹시 불 탄 성당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 그 성당은 알고 보니 상 도밍고 성당(산토 도밍고 성당)이었는데, bultan Catholic church이라는 것이 명칭인 줄 알고 얼마나 우스웠던지. 그녀의 여행을 따라다니며,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은 그녀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근처에는 가봤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곳들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낯익은 곳들에 대해 “어! 여기 나도 가본 적이 있는데!”라면서 나의 추억들도 소환하여 그녀의 여행과 나의 여행을 포개놓으며 즐거워했다. 아, 이토록 매력적인 곳들이라니.



그리고 그녀가 벨렘에서 만났던, 아니 스쳐 지나갔던 “한국인이야, 짜증 나.”라고 내뱉은 한국 여성을 보면서 생각하기를, 여행자 중에서 한국 여성들은 대부분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한 양상을 나도 느꼈다. 포르투에서 만난 한국 남성은 우리를 보고 반가워하며 기꺼이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고, 리스본에서 만난 다른 한국남성(bultan Catholic churchㅎㅎ) 역시 거리낌 없이 웃으면서 다가온 반면, 한국 여성들은 만나면 같은 인종이어서 너무나도 싫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 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유쾌한 감정은 그날 하루는 나를 따라다니곤 한다.



여행을 할 때에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는 하지만, 평소에는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바닥까지 다 뚫을 기세로 찾아보면서도 여행을 준비할 때에는 최소한의 것들의 정보만을 수집하는 편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녀와서도 모르는 경우가 왕왕(아니 사실은 많이) 있는데 그녀 덕분에 “아, 이게 그거였어?”라고 이제야 알게 되는 것들이 꽤 많아 여러차례 당황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리스본 호시우 광장 근처에 있는 놀이동산 컨셉이었던 그 가게가 통조림 가게였다니! 사진을 보자마자 나도 어! 할 정도로 알아차렸던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놀이동산 컨셉이었는데 심지어 예뻤기 때문이었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물건이든 예쁜 것은 뇌리에 콕 박히기 마련이었다. 나는 그 가게가 사탕을 파는 가게인 줄 알았는데. 흐흐. 그 외에도 (특히 성당에 대해서만큼은) 그녀의 깊고 넓은 여행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성당에 대해서는 조예가 깊지 않기도 하고, 굳이 찾아다니면서 보지 않는 편에 속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나는 골목길들을 걸으면서 길을 잃는 것이 더 즐거웠다. 미로 속에 갇힌 길을 잃는 여행자의 놀이는 포르투갈에서는 더욱 즐겁기만 했다. 어디로 가든 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전혀 모르는 곳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색다른 짜릿함을 주기 마련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성당 찾아다니기 놀이에 또다른 매력을 느끼며 함께 발걸음을 재촉했다.

 

 

245.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것 또한 거대하고 요란한 무언가라기보단 아주 작은 틈새다. 그 틈새로 슬며시 빛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삶은 비로소 변화한다.

 

요즘 힘든 날에는 특히 더, 나는 호카곶을 많이, 자주, 또 오래도록 생각하곤 했다. 핸드폰 배경화면도 그것으로 해두었다. 그때를 소환하며 숨을 쉬기 위해서. 그곳에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지만, 결국 나는 ‘내’가 되기로 결심한 게 전부였다. 무엇도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다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때처럼 호카곶은 내게 ‘나’를 위해 살라고 말해줄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때의 공기와 바람, 햇빛을, 나는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 동안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호카곶은 내게 오랫동안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그녀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주던 단 한 곳의 장소는 어느 곳이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그녀가 벨렘에 갔을 때 발견 기념비탑이 공사 중이라고 하여, 너무 아쉬운 마음에 내가 찍어둔 사진을 한 장 남겨본다.

내가 리스본에서 가장 좋아했던, 벨렘지구. 개인적으로는 벨렘탑을 가장 좋아했는데 시간이 늦어 벨렘탑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던 아쉬움을 그녀의 사진과 글로 인해 조금은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가장 마지막날에 가게 되어 더욱 아쉬웠던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지막날에 갔기 때문에 더 마음이 동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얼마나 있엇든, 얼마나 느꼈든, 얼마나 동요했든,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 했든, 여행의 마지막은 늘 아쉽기 마련이었다.





305. 모두가 다 내 생각 같지 않다는 점이 세상살이의 즐거움이자 어려움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감정에 치우쳐진 상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서는 벗어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그때와 지금의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일었을지 묻고 싶지는 않다. 그때는 그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힘든 게 인생이니까. 그저 그때의 생채기가 조금은 아물었기를 바라며, 그녀의 오늘에 파이팅을 공손하게 내어본다.



 

오탈자 8. 남의 돈으로 벌어먹고 사는 삶 중에 만만한 삶이 어디 있겠냐만은있겠냐마는

오탈자 92. 그 시간표를 시키는 걸 본 적이 없다 ▶ 지키는 걸

오탈자 238. 일상에 메여있는 동안 ▶ 일상에 매여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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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색깔 - 그림에 비춰 마음을 보다
김병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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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감정의 실체를 그대로 볼 줄 아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날것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내 감정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지 못하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힘이 들어서 결국 나 자신과 타협하기도 할 때가 많다. 타협을 한다는 건, “그래. 어쨌든 내가 잘못했네.”라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못하고 갇혀버린다. 지금의 나, 감정이 며칠째 고여있다. 도무지 감정을 추스를 수 없어 나를 놓고 지내는 삶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나는 나를 탐구하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 며칠 동안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주변을 탓하기도 했고 사람들을 탓하기도 했고 결국은 이전과 동일하게 그것들을 뭉뚱그려 탓하고 있는 나를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타협이 불가능했다. 나는 나의 고집을 끝까지 내세웠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 보니 이런 문제들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단순한 것이어서 내가 살아온 삶을 반추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닌 나의 전체적인 삶을. 물론 나는 나 스스로도 나의 환경이나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다들 나보고 잘못되었다고 말을 해도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명확한 근거와 함께 그 문제를 제시하는 한, 나의 가치관과 생각을 올곧게 가지고 가겠다고, 말이다.



74. 나를 괴롭히는 것을 향해 돌진해서 싸워보는 것도 좋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묵묵히 버티면서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게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문제를 해결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부정적 감정을 날려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상담을 받고 자기 관리 잘하면 마음이 홀가분해져야겠지만, 그저 견뎌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없는 것이 없을 때가 많다. 그렇게 파도가 하나둘 지나고 나면 나라는 사람도 어느새 이전보다 단단한 사람으로 변해 있기 마련이다. 성숙이라는 것도 이렇게 시간을 견뎌내며 얻어지는 법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쓴 글이다. 혹은, 이 책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정신과 의사가 쓴 글이다. 의 틈은 너무나도 크다.

나는 그에게 칠월의 언젠가, 이런 감정이 지속된다면 저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그는 그것에 대해 심각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정도구나. 지금 너의 힘듦이.’ 그래서 그랬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풍기는 느낌은, 매우 평온한 느낌이었다. 내가 온순해지는 양이 되어버리는 그런 느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라고 토닥여주는 그런 느낌.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릴지도 모를, 그런 느낌. 나는 지금 매우 불안정하다.

그래서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내가 나에게 용인했던 힘들어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하지만 거의 한 달이 지나고 있다. 그러한 기간을 스스로 정해두다 보니 나는 마음이 바빠진다. 더 이상은 안되는데. 이제 그만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나 때문에 그이가 힘들어하면 안 되는데. 나도 언제까지 이렇게 질질 짜면서 울면서 지낼 수만은 없는데. 결국 나는, 마지막 선택지에 동그라미를 쳤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견디는 삶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견딜 이유도 없었다.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었다. 말 한 마디면 우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하지 않았던 것도 결국 내 고집이었다. 그래도 나, 이 정도면 많이 노력했고 많이 견뎠고 많이 버텼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꽤 버틸만한 일이었다고, 지금의 내가 유약했노라고, 결국 나는 그때 내가 많이 어렸다고, 그렇게 미화될 수 있는 일일까?

153. 인간관계의 문제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지만, 하나로 설명하자면 '거리 조절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너무 밀착되어도 문제, 너무 멀어져도 문제다. 딱 중간쯤인 심상인 관계가 별 탈 없이 오래간다. (…) 심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물리적 거리도 중요하다 마음에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다닥다닥 붙어 살면 부드러운 관계를 맺기 어렵다. (사랑에 바진 연인은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려면 '내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도 건강해야 한다.

​관계에 대해 이렇게 고민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과 나는 거리 조절을 실패한 것일까. 나는 거리 조절의 실패라는 말보다, '내가 처한 상황'이 건강해야 한다는 말이 좀 더 와닿았다. '거리 조절의 실패'는 그와 나의 사이가 너무 밀착되어 있을 때 자주 느낀다. 내가 그에게 칭얼거림이 심해질 때.

바로 오늘, 나는 그런 글을 썼다.

나는 그들과 덥지 않은, 결코 더울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바깥의 공기가 숨이 막힌다고 하더라도, 그들과의 관계가 더욱더 숨이 막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은 이제야 나와 관계가 완만해졌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들에게 기대감을 내려놓았기 때문이었다. 기대감을 내려놓았을 때에야 완만해질 수 있는 관계라면, 그들과 나에겐 처음부터 타협점이 존재할 수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109. 나를 본다는 것은 우물 아래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서, 너무 깊이 알려도 몸을 우물 안으로 기울이면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러다 잘못하면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깊이 공감했던 말.

나는 나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 말투, 가치관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결국은 그런 나를 탓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나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는 깊은 수렁에 빠져 종전과 같은 상태가 너무 쉽게 돼버리곤 했다.




114. 공개적으로 말해버린 행복은 더는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은밀하고, 지밀스럽고,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 느끼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거나 누구에게 보여주면 이내 변질되고 만다.


행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건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어딘가에 나의 행복을 남겨두는 일은, 언제나 내가 그 행복을 다 만끽하고 난 후에 남은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기록하는 일 외에는 없었다. 타인에게 누군가에게 내뱉은 나의 행복은 더 이상 행복이 될 수 없었다. 이유라고 한다면, 나의 행복을 누군가 시기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금세 나만의 행복이 불행으로 바뀔 것만 같았다. 내가 가진 것과는 다른 이유로 행복이 은밀해야한다니, 나는 나의 행복을 순간으로부터 지켜야만 하겠다.


230-231.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는 시시각각 그 색깔이 달라진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곤경도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견딜만했던 기억으로 희석된다. 세월이 더 흐르면 고난은 추억으로 수렴된다. 과거의 아픔이 미래를 향한 추동력이 되는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가능한 법이다. (…) 숙성되지 않은 과거는 가슴에 묻고 주어진 소명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비로소 '이건 옳았다', '저건 그르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과거를 제대로 보고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기까지는, 언제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죽을 것 같았던 그 시간들도, 이제는 정말 시간 속에 갇혀버렸다. 그때에는 몰랐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들렸다. 나는 그 시간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기도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픔이나 아픔, 고통을 융통성 있게 희석시키는 일일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게 삼 년 전의 일이었다. 그때의 그 일들은, 추억으로까지 수렴될 수는 없다. 내 인생에서 어쩌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힘든 일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요즈음은 그때를 자주 상상한다. 그때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그래서 시간이 지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내가 나를 그 힘듦 속에서 기꺼이 꺼낼 수 있어! 라고.


163.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도 우울증은 생긴다. 겉으로 편해보여도 남모를 스트레스 한두 개쯤은 누구나 갖고 있게 마련이다. 세상의 모든 우울증을 통틀어 단 하나의 원인을 꼽으라면 '의미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은 청년만 품는 게 아니다. 끝까지 버텨내야 하는 중년에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 나를 넘어 삶의 의미에 몸을 던질 때 우울증은 사라진다.

나는 2018년 유월과 칠월의 사이의 기간들을, 나의 어퓨(again puberty)라고 말했다. 물론 사춘기보다는 우울증에 더 속하겠지만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섣불리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우울증에 나를 맞춰가려고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밑줄 쫙- 그었던 문장. 우울증의 원인은, 의미 상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상실이라.. 그래서 그랬나, 그토록 매일을 울면서 생각한 것이 “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라는 너무나도 철학적인 물음이었으니. 그것 외에는 달리 생각할 게 없어서 그랬다. 내게 주어진 사명처럼 끈질기게 묻고 또 물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고, 그래야만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다. 삼십 년을 살면서 내놓지 못한 물음이, 고작 한 달 만에 생길 리 만무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게 우선 첫 번째 방편이었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살고 있던 삶에서 조금 비껴나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시 몸을 추스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가볍게 읽기 좋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답이 있는 책은 더더욱 아니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한 책 한 권을 읽어 마음에 잠시 평온이 찾아왔다.

책 속 밑줄 긋기


21. ​의욕은 새로운 경험을 계속해야 생긴다. 경계를 넘어 낯선 세상을 탐색할 때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약간 불확실하고, 약간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세계에 자신을 던져 넣어야 한다. 멀리 갈 것 없다.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시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녀보자. 닫힌 공간을 벗어나, 열린 세상을 향해 지금 당장 몸을 움직여보자. 


91. 어른이 된다는 것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힘든 것을 억지로 참는 것과는 다르다. 진짜 어른이 발휘하는 '괜찮은 척하는 능력'은 꽤 고급 기술이다. 아픈 것을 참아내는 인내는 기본이고, 그 와중에도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니까 감정 조절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괴로워도 정시에 출근하고 해야 할 일에 전념하려면 자기 조절력도 뛰어나야 한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맥락에 맞추어 적정한 소셜 스킬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기술'이 완성된다. 


189. 마음만 고쳐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향해 꾸준히 움직여나갈 때 비로소 커진다.


201.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의 감정이다. '내가 부족해서 당신을 충분히 돌보지 못했다'라는 마음이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오탈자 13. 음원을 재생해서 듣는 것보다 라이오에서 DJ의 멘트가 노래에 덧붙여 나오면 귀가 행복해진다. ▶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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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주식을 살까요 - 한 권으로 정리하는 돈 되는 주식 투자 교과서
박서진 지음 / 위닝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내가 주식에 관련된 책을 읽을 줄이야!


2010년 이후에 펀드에 실패하고 (적립식이었지만, 적립의 시기가 지난 이후부터는 연장을 하지 않게 된. 그래서 반 토막이 난 ^^..) 나는 안정권으로 돌입했다. 적금과 예금이 우선시되었고, 한 달 100만 원에 100원의 이자가 붙으면 그것만으로도 잃은 돈이 없다고 낄낄대며 좋아했던 게 나다. (물론 지금도 그건 여전하지만.) 그러다가 이렇게 해서는 내가 평생 100원, 200원, 1000원에만 낄낄거리는 인생이 되겠구나, 싶어져서 재테크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부지런히 읽었다. 그게 2017년부터 시작했던 작업(?)이었다.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면서 펀드나 주식을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기는 했지만 선뜻 다가서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뭐든 지반이 견고해야 (얄팍한 지식으로는 할 수 없겠다는)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책 한 권을 읽고 난 펀드를 가입했고, 내친김에 ELS도 들었다. 그리고 같은 달, 주식에 처음 달을 디뎠다.



주식에 발을 디디게 된 건, 순전히 내 귀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떠날 K에게, 소장님이 선물을 준다며 8월까지 들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K는 그 소장님의 말을 듣고 몇 번의 수익을 냈기에 알아보지 않고 가입을 했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다 아는 그런 회사였다. 그런데 그게 왜? 왜 오르지? 싶었다. 그러다가 2,000원 중후반대였던 것이 갑자기 3,000원으로 뛰었다. 나는 최고점인 3,040원에 덜컥 25주를 주문했다. 세상에. 난 이게 사이버머니인 줄... 내가 주식을 주문하고 체결된 순간부터 주식은 조금 오름세를 보이더니 이내 2,000원 후반대로 뚝뚝 떨어져 지금은 2,000원 극 초반에 머물러있다.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한 번 제자리로 확 올라왔던 적은 있지만, 나는 매도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주식을 주문하고 2개월 동안은 자괴감에 빠져 ‘내가 귀신에 홀렸나? 그걸 왜 샀지?’라면서 자책했다. 하지만 내 용돈으로 한 것이었고, 그 돈 없다고 당장 내가 쓸 돈 못 쓰는 것도 아니었지만 마이너스가 나서 슬펐을 뿐이었다. 그 돈이면 짜장면에 짬뽕에 탕수육도 먹을 수 있는 돈인데... 라면서. 그러면서 나는 주식과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던 중, 5월 24일에 나는 주식에 발을 다시 디디게 된다. 이엠코리아로. 이미 마이너스가 난 종목이 있기 때문에 1주를 사보았다. 그 이후에는 방탄으로 수혜를 얻기 위해 나는 아이리버에도 깔짝거리기도 했었고.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겁도 많았다. 그렇기에 주가가 오르면 바로 빠졌다. 수수료는 알 길이 없었다. 어차피 나한테 단 1원이라도 손해만 끼치지 않으면 되었다. 그렇기에 수익은 고작 몇 백 원, 천 원, 이천 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되었다. 제대로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나는 도박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가입도 하고 유튜브를 들어보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주식에 관한 책을 알아보는데 기가 막히게 영 무슨 소리인지 모를 책들만 손에 들어왔다. 나는 생초보라 용어도 모르는데 내가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읽는담? 하고 생각할 때에, <그래서 어떤 주식을 살까요>를 읽게 되었다.




대표이사의 횡령으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서른네 살의 저자가 나왔다. 그는 당장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에 놓였고, 그제야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독자에게 주식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으로 책을 썼다.




26. 기업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경영자에 대한 판단을 하기도 전에 남이 흘린 주가 소문 한 마디에 아무 생각도 없이 주식을 사는 것이다. 투자한 회사가 무엇을 만들고 관리자는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어떤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58. 사실 주식 투자자 중에서 자신 있게 매수 종목을 직접 선정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막상 주식을 사 놓고 혹시나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적당한 시기에 손절매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안목으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주식에 실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만의 투자 기준 없이 그저 주변의 소문으로만 투자 정보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평생 투자 안목을 키우기는커녕 주식에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누가 내 얘기를 써놨나...

읽으면서 몇 번이고 뜨끔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볼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이 기업이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고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손절 기회를 놓쳐 그것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언제쯤 주가가 오를까, 하면서 바라보고 있다. 그중에는 대부분 마음이 불안했지만, 어떤 것은 저점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보고 나서 (이건 7월에 들어서야) 투자를 했기 때문에 떨어져도 마음이 놓이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불안했다. 그렇기에 원금이 회복되면 없애버려야지 하는 것만 몇 개가 된다. 덕분에 파랑불 깜빡깜빡도 많고. 요즘 장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내가 고른 회사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이 크다.




153. 투자는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지, 예상하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참 좋은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투자를 할 때 이때쯤에는 이런 이런 게 있으니까 당연히 주가가 오르겠지! 하면서 산 것도 있다. 그건 하락세다. 뭐지?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파랑파랑 마이너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내가 가진 종목들의 기업개요,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배당금 등등을 찾아보았다. 종목들이 몇 개가 되기 때문에, 이것들만 찾아보는데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걸린 건지... 진즉에 알아보고 했어야 했다. 실적이 부진한 게 너무 많아서.

143.  주식 투자는 생업 마인드가 아니라 동업자 마인드로 해야 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가장 잘 지키고 있는 유일한 것은, 여윳돈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금액은 (내 한 달 월급 정도) 몽땅 다 잃으면 마음은 무지무지무지 아프겠지만 살아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돈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1원에도 一喜一悲 하고 있는데, ​이 돈으로 금세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이 돈을 다 잃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주식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이 돈으로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식을 놀이처럼 하고 있을 뿐이다. 단지 하나 기쁜 건, 내가 어떠한 회사에 1주라도 투자를 하고 있다면, 똑같은 품목이라도 그 회사의 물건을 사게 된다는 점? !!! 하하.

바로 지난주에도 제대로 알지 못한 회사의 지분을 조금 사둔 것이 있는데 그건 다행히 빨강불이 들어오고 있다. 많이 사두지 않았기 때문에 플러스가 천 원도 되지는 않지만, 그 종목을 찾아보고 나서 내가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월요일이 되자마자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주식을 사들이려고 하는 못된 습관을 싹둑 잘라내야지. 내 돈은 사이버머니가 아니야!!!!




181. 투자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돈, 지식, 시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쓰였기 때문에 나 같은 주식왕초보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는 책이었다. ​하지만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면서, 투자한 종목에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버티면 돈을 벌 수 있다고, 182페이지에 쓰여있는데, 저자는 182페이지 전후로 손절을 이야기한다. 내가 주식을 이제 막 배워나가는 햇병아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좀 많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선택한 종목이니까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걸까? 하지만 주가가 내려감에 따라 내가 선택한 종목이 좋은 종목이라는 확신이 떨어지면 어쩌지?... 물론 저자는 현재 이런 종목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에 일희일비하거나 안절부절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초보들에게 이 말은 조금 위험한 말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종목이 좋은 종목일 수도 있겠지만 착각하고 좋지 않은 종목일 때 막연히 기다림을 감수해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보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돈, 지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반박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초보인 내가 봐도 너무 당연한 말이기 때문에.

이 책에 추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짚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때에 매수를 하고 어떤 때에 매도를 해야 하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은 종목을 고르는 일보다도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그 시기였다. 그리고 물타기(주식이 하락하면 그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평단가를 낮추는 방법)에 대한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점이라고 생각해서 물타기를 계속하다가는, 가지고 있는 수량만 많아져 평단은 줄어드는 것 같지만 결국 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되니까 말이다. (나도 처음에 이 부분을 착각하고 저점이라고 생각되면 매수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면 큰일 날 뻔했다. 이것도 회사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이 회사에 가진 신뢰도에 따라 다르달까. 혹은 관심종목으로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 이상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을 때라든지.(물론 주식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확실한 건 이 책 덕분에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주식을 포기하지 않고(?) 배우는 마음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저자가 말하는) 투자 안목을 키우는 방법

1. 경제 신문 읽기

2. 주식 투자 세미나 참가

3. 투자 관련 책 읽기

4. 기업 분석 리포트를 읽는 습관 가지기

5. 투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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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여행, 마침내 완벽한 경상도 228 - 164개의 스팟.매주 1개의 당일 코스.월별 2박 3일 코스 52주 여행 시리즈
이경화 지음 / 책밥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배우자 J군의 직업에 의해 막연하게 언젠가는 경상도에서 삶을 살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현실로 되는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이렇게나 꽤 오래 시간 동안 경상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진주에서 3년을 꽉 채우고 우리는 경기도로 갈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경기도로 올라가는 해가 언제쯤일지 불투명해진 상태다. 앞으로 시군구에 상관없이 경상도에서 육 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고는 있지만, 아마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힘없이 웃으며 이야기하곤 한다. 마흔이 다 되어야 경기도로 갈 수 있겠네, 하고.


진주에서 처음 터전을 잡아 살게 되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여행을 갈 수 있는 곳이 참 많다는 곳이었다. 당시에 집과 IC와의 거리는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고, 우리는 시간이 나면 어디로든 갔다. 우리가 또 언제 경상도를 오겠어, 하면서 삼 년 동안 경상도만 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는 물론이거니와 남해, 통영, 여수, 하동, 거제, 부산, 산청, 경주, 창원, 합천, 사천, 안동, 포항을 다녔다. 그 사이에 간간이 군산, 대천, 순천, 담양도 다니기는 했지만, 경상도에 살 기회가 그 당시에는 그때가 끝일 줄 알았기에 경상도를 위주로 여기저기를 다녔었다. 좋았던 곳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녔다. 그곳이 남해와 거제, 부산, 산청, 경주, 안동이었다. 이는 호불호 강한 우리도 참 좋아하는 지역이어서 시간만 되면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삼 년이라는 시간을 꽉 채운 우리는, 지역은 다르지만 다시 경상도에 남아있게 되었다. 이후의 지역 역시 경상도로 내정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여행 계획보다는 조금 슬렁슬렁한 기분으로 살고 있기도 하고, 이제 또 어딜 가지? 라는 조금은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지도를 들여다보면 ‘진주에 살 때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라면서 기피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로.

​실제로 지도를 펴보았을 때, 가보지도 않고 별로일 것이라고 단정 짓고 가지 않는 곳도 많았다. 특히나 나는 자연에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는 편이어서 아마 더욱 그러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연에 마음이 동하는 때는 아직까지는 두 가지 종류뿐인데 하나는 노을, 하나는 가을 단풍. 실제로 우리는 이곳에 이사를 와서 여행을 간 곳이라고는 포항 단 한 군데밖에 없다. 서로의 시간이 맞지 않아 어딘가를 가기에 조금 더 어려워진 것도 없잖아있지만, 달에 한 번은 주말에 함께 쉬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마실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52주 여행, 마침내 완벽한 경상도 228>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우리에게 좋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구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저자가 다녔을법한 지역들로 구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1월에 있던 지역이 7월에도 있고, 3월에 있던 지역이 5월에도 있기도 해서 좀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찾아보니 이 책뿐만 아니라 52주 여행 시리즈인 서울 경기, 강원도, 전라도 역시 구성이 이러한 것 같았는데, 특색은 있어 보였으나 한 지역을 한 번에 보고 싶을 땐 조금 난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중간 ‘추천 코스’(위의 사진)나 ‘2박 3일 코스’라고 하여 한 지역에 대해 루트를 짜둔 것을 보며 여행 루트를 짜기에는 그게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책 가장 마지막에 붙어있는 지도 역시 한눈에 보기에는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굳이 칼질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게 해놓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칼질을 해서 지도를 떼어내야 한다니... (내가 지도를 칼질하다가 잘못 칼질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변명을 좀 하고 싶다.)






책을 보면서 가지 못했던 곳, 가봤지만 좋았던 곳, 가지 않을 것 같았지만 가봐도 괜찮을 곳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은 영일대 말고는 좋았던 곳이 하나도 없었는데,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있었다니! 아마 우리가 우와- 하며 좋아할 곳 중 하나가 근대역사박물관인데 가보지 못해서 아쉽다. 분명 나도 검색을 해보고 가고 싶은 곳들을 추려 다녀왔을 테지만, 이렇게나 협소한 정보라니.하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영일대는 나중에 한 번 더 가자고 했었는데, 영일대 가면서 꼭 다녀와야지, 싶어서 영일대랑 함께 써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경주랑 울릉도였는데 경주에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월정교라는 것이 완공되었기 때문이었다. 꼭 보러가야지! 올해 가야지! 꼭 갔으면 좋겠다! 꼭 가을에 갔으면 좋겠다! (라고 쓰면 가게 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힘주어 이야기해봅니다.) 그리고 울릉도는 행남해안 산책로, 읽는 순간 ‘여기는 꼭 한 번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고요한 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아침에 산책삼아 행남해안 산책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그 외에는, 개인적으로 진주에 살 때 하연옥은 별로여서 저자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같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해운대속씨원한대구탕은 먹어보고 싶어서 맛집 같은 거 잘 써두지 않지만, 먹고 싶어서 (대구탕이...) 써놓았다. 부산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부산은 더 가까워지면 가까워졌지 멀어지지는 않을 테니 맛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ps. 맛집 추천 같은 거 잘 하지 않는 나지만, 경주 숙영식당은 정말... 맛있는데...

ps2. 안동에 솔밭식당에서 파는 간고등어도 맛있다. 좀 짜지만. (어차피 여행 아니면 자주 못가니까 써본다. 가고 싶다_)


삶이 힘들고 무료하고 재미없을 때 (딱 지금임) 적어둔 곳들을 방문해서 새로운 공기를 들이쉬는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

우리가 계획한 것 중 가장 가까이 잡혀 있는 여행은 산청인데, 우리가 가려는  경로에 책에 나온 남사예담촌이 있어서 들렀다 와야겠다.

여기는 가을에 가는 게 더 예쁠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린 여름에 가니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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