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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 -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하는 인정받는 사람들의 대화법
오타니 게이 지음, 조해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라고 쓰고 나니, 가장 최근에 뉴스에 뜬 세 가지 일이 생각난다. 현재 작가 활동을 하는 A씨가 “2~3세 경영자 중 김정은만 한 사람 있냐.”라는 말과 B씨의 “김정은은 백성을 위한 지도자”라는 말, 그리고 “의전에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라는 말을 한 C씨. 물론 이런 것들은 가치관에 따라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해도,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야 한다면 이는 분명 꼬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라면.
이외에도 무심코 내뱉은 말이 오랜 시간 동안 남아서 때때로 괴롭힌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말 한마디가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타인이 이러니까 나도 이럴 거야,라는 어린애 같은 발상을 나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특히나 나를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귀에 들리는 말들에 대해 나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근 몇 개월 동안 더 심해짐을 느끼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말에 대한, 언어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계를 위한 책들도 함께. 이 책도 그중 한 권의 책이었다.
87-88. 때때로 어렴풋이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으려나?’ 싶은 느낌이 들 때는 없는가. 주변 사람들의 상황, 표정, 태도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궁지를 모면할 수 있다. 말하기가 망설여진다면 본능이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일단 잠시 멈춰 서는 습관을 들이자. 인터넷에서든, 실제로 대화를 나눌 때든 생각을 바로 입 밖으로 내지 말고 먼저 심호흡을 한 번 하자. 의견, 비판, 결단의 보류는 신중한 사고를 위한 첫걸음이다.
잠시 멈춰 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때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내가 틀리지 않은, 옳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그걸 상대에게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두는 편이다.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좀 다른 경우가 있었다. 그 역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직접적인 영향이라면 영향이었기에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처음부터 말을 하고 이후에는 시정하는 게 답이겠다 싶어서 말을 한 경우였다. 결국 그것은 인격적인 모독까지 이어졌고, 나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퇴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깊이 공감하지만, 저자는 대부분 그런 상황까지 생각한 것이 아닐 테고, 나는 내 상황이 그런 상황이니 만큼 대입하는 것이 현재는 그것밖에 되질 못하는 것뿐이었다.
사실…
애초에…
일반적으로는…, 보통은…, 다른 곳에서는…
어차피…
결국…
그런데…, 하지만…
‘이, 그, 저, 어느’에 드러나는 심리적 거리감
책에는 ‘무의식적인 말버릇’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중 어떤 것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았다. 내가 이것들 중 최근에 제일 많이 사용했던 단어는 ‘일반적으로는’이라는 단어였다. 내 가치관에 의해 말이 나온 경우도 있었고, 나의 경험에 의해 말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일반적’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그러면서 ‘이곳 사람들은’ 혹은 ‘이곳은’이라며 모든 사람들에 대해 뭉뚱그리며 이야기를 했고, 나는 교묘하게 이곳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이 말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낼 대 많이 쓰인다고 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그러한 문화 속에서 나를 욱여넣고 싶지 않았다. 독선적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비상식적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게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내가 느끼는 것과 그에 대한 근거들을 말할 수 있다는 점 정도였다.
분위기를 전환하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인터넷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라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라
사전 정보를 백지상태로 돌려라
하루에 한 번, 자연을 가까이하라
그날의 감정은 그날 표출하라
책과 대화하라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라
저자는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을 들었다. 내가 이 중 가장 제일 먼저 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었고, 녹색을 자주 찾는 일이었다. 특히나 나는 책들에 의지했는데, 책이 읽히지 않을 때에도 억지로 책을 읽어댔다. 그게 내 영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읽는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때에 읽은 책들은 부정적인 시선에서 읽은 책들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 한두 개씩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나는 내가 읽은 것들이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간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삶에서 조금 떨어져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말한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은 어딘가 적어두고 마음이 답답할 때에 하나둘씩 꺼내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당연한 것들도, 정말 필요할 때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 법이니까.
46. 모든 사람이 행복한 상태에서 SNS를 접속하지는 않는다. 글을 올리기 전에 그런 사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이 책에서 SNS를 할 때 타인을 생각하며 쓰라는 글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그 언젠가에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D씨가 정신대 발언에 대해 자숙하는 일이 있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그것은 지금이 아닌 10년 전에 했던 말이었는데도. 잉태된 말은 살아서 다시 자신을 찌르는 화살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순하게) 내가 올린 글이 ‘친구가 많아서 부럽다’라거나 ‘나보다 훨씬 재밌게 사는구나’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못해서일 뿐이지,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SNS를 하면 안 되는 말은 조금 억지스럽게 들리긴 한다. 그건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SNS를 접속하지 않으면 끝나는 문제다. 실제로 나는 내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않을 때에는 인터넷을 봉쇄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타인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는 한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과잉되어버린다. 언제? SNS에 올릴 때. 나는 그것이 싫어 한 SNS를 끊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그것도 하나의 건강한 상태라고 치부한다. 행복을 올리며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불행을 올리며 위안 받을 수 있다면.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선에서는 (이것도 개인의 몫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누구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에 대한 생각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나, 오늘은 어디서 남의 마음에 생채기가 날 법한, 쓸데없는 말을 또 한 건 아닌가.
PS.

내 책만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중간 즈음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이 침침함을 느꼈다. 이게 왜 그러지? 했는데, 책의 인쇄 상태 탓이었다. 활자가 조금씩 밀렸나? 사진의 경우는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려고 내가 좀 과장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이 부분은 이후에도 책을 찍게 된다면 분명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책의 여러 페이지 중 173페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