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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여행, 마침내 완벽한 경상도 228 - 164개의 스팟.매주 1개의 당일 코스.월별 2박 3일 코스 ㅣ 52주 여행 시리즈
이경화 지음 / 책밥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배우자 J군의 직업에 의해 막연하게 언젠가는 경상도에서 삶을 살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현실로 되는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이렇게나 꽤 오래 시간 동안 경상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진주에서 3년을 꽉 채우고 우리는 경기도로 갈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경기도로 올라가는 해가 언제쯤일지 불투명해진 상태다. 앞으로 시군구에 상관없이 경상도에서 육 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고는 있지만, 아마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힘없이 웃으며 이야기하곤 한다. 마흔이 다 되어야 경기도로 갈 수 있겠네, 하고.
진주에서 처음 터전을 잡아 살게 되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여행을 갈 수 있는 곳이 참 많다는 곳이었다. 당시에 집과 IC와의 거리는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고, 우리는 시간이 나면 어디로든 갔다. 우리가 또 언제 경상도를 오겠어, 하면서 삼 년 동안 경상도만 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는 물론이거니와 남해, 통영, 여수, 하동, 거제, 부산, 산청, 경주, 창원, 합천, 사천, 안동, 포항을 다녔다. 그 사이에 간간이 군산, 대천, 순천, 담양도 다니기는 했지만, 경상도에 살 기회가 그 당시에는 그때가 끝일 줄 알았기에 경상도를 위주로 여기저기를 다녔었다. 좋았던 곳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녔다. 그곳이 남해와 거제, 부산, 산청, 경주, 안동이었다. 이는 호불호 강한 우리도 참 좋아하는 지역이어서 시간만 되면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삼 년이라는 시간을 꽉 채운 우리는, 지역은 다르지만 다시 경상도에 남아있게 되었다. 이후의 지역 역시 경상도로 내정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여행 계획보다는 조금 슬렁슬렁한 기분으로 살고 있기도 하고, 이제 또 어딜 가지? 라는 조금은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지도를 들여다보면 ‘진주에 살 때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라면서 기피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로.
실제로 지도를 펴보았을 때, 가보지도 않고 별로일 것이라고 단정 짓고 가지 않는 곳도 많았다. 특히나 나는 자연에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는 편이어서 아마 더욱 그러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연에 마음이 동하는 때는 아직까지는 두 가지 종류뿐인데 하나는 노을, 하나는 가을 단풍. 실제로 우리는 이곳에 이사를 와서 여행을 간 곳이라고는 포항 단 한 군데밖에 없다. 서로의 시간이 맞지 않아 어딘가를 가기에 조금 더 어려워진 것도 없잖아있지만, 달에 한 번은 주말에 함께 쉬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마실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52주 여행, 마침내 완벽한 경상도 228>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우리에게 좋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구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저자가 다녔을법한 지역들로 구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1월에 있던 지역이 7월에도 있고, 3월에 있던 지역이 5월에도 있기도 해서 좀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찾아보니 이 책뿐만 아니라 52주 여행 시리즈인 서울 경기, 강원도, 전라도 역시 구성이 이러한 것 같았는데, 특색은 있어 보였으나 한 지역을 한 번에 보고 싶을 땐 조금 난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중간 ‘추천 코스’(위의 사진)나 ‘2박 3일 코스’라고 하여 한 지역에 대해 루트를 짜둔 것을 보며 여행 루트를 짜기에는 그게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책 가장 마지막에 붙어있는 지도 역시 한눈에 보기에는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굳이 칼질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게 해놓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칼질을 해서 지도를 떼어내야 한다니... (내가 지도를 칼질하다가 잘못 칼질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변명을 좀 하고 싶다.)
책을 보면서 가지 못했던 곳, 가봤지만 좋았던 곳, 가지 않을 것 같았지만 가봐도 괜찮을 곳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은 영일대 말고는 좋았던 곳이 하나도 없었는데,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있었다니! 아마 우리가 우와- 하며 좋아할 곳 중 하나가 근대역사박물관인데 가보지 못해서 아쉽다. 분명 나도 검색을 해보고 가고 싶은 곳들을 추려 다녀왔을 테지만, 이렇게나 협소한 정보라니.하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영일대는 나중에 한 번 더 가자고 했었는데, 영일대 가면서 꼭 다녀와야지, 싶어서 영일대랑 함께 써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경주랑 울릉도였는데 경주에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월정교라는 것이 완공되었기 때문이었다. 꼭 보러가야지! 올해 가야지! 꼭 갔으면 좋겠다! 꼭 가을에 갔으면 좋겠다! (라고 쓰면 가게 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힘주어 이야기해봅니다.) 그리고 울릉도는 행남해안 산책로, 읽는 순간 ‘여기는 꼭 한 번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고요한 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아침에 산책삼아 행남해안 산책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그 외에는, 개인적으로 진주에 살 때 하연옥은 별로여서 저자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같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해운대속씨원한대구탕은 먹어보고 싶어서 맛집 같은 거 잘 써두지 않지만, 먹고 싶어서 (대구탕이...) 써놓았다. 부산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부산은 더 가까워지면 가까워졌지 멀어지지는 않을 테니 맛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ps. 맛집 추천 같은 거 잘 하지 않는 나지만, 경주 숙영식당은 정말... 맛있는데...
ps2. 안동에 솔밭식당에서 파는 간고등어도 맛있다. 좀 짜지만. (어차피 여행 아니면 자주 못가니까 써본다. 가고 싶다_)
삶이 힘들고 무료하고 재미없을 때 (딱 지금임) 적어둔 곳들을 방문해서 새로운 공기를 들이쉬는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
우리가 계획한 것 중 가장 가까이 잡혀 있는 여행은 산청인데, 우리가 가려는 경로에 책에 나온 남사예담촌이 있어서 들렀다 와야겠다.
여기는 가을에 가는 게 더 예쁠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린 여름에 가니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