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00배 즐기기 - 로마.피렌체.밀라노.베네치아, '19~'20 개정판 100배 즐기기
홍수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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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곧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다. 한두 도시만 갈 예정이어서 이탈리아를 간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이탈리아는 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로마나 밀라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 크기 때문이었다. 초반에 계획했던 독일 여행을 포기하면서 그래도 어디라도 가고 싶은 마음에 찾아보다가 이곳에 가자- 하고 결정했다. 하지만 태평도 이런 태평이 없다. 아직까지 좀 시간이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항공과 숙소만 결제하고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부랴부랴 준비하게 되는 건 아닌지 싶어서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인터넷에는 자료가 무궁무진하지만, 책이 주는 정보와 결코 같지 않음을 알기에.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내가 여행을 가는 달의 날씨를 찾아보게 된다. 완전히 여름이라거나 완전히 겨울이라거나 하는 계절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그런데 책에는 이탈리아의 사계절이라고 하여 각각 달의 기온과 축제, 그리고 추천 복장까지 기재해두었다. 내가 여행을 가는 달에는 가죽재킷+얇은 스웨터 또는 가디건+팬츠 또는 스커트+스카프를 추천해주었다. 이제껏 다른 여행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행서적을 그렇게 챙겨보는 편은 아니어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페이지다.

 

 

이후에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미술과 건축, 오페라, 영화/책 소개가 있었는데, 관심이 가는 것은 오페라랑 영화/책이었다. 오페라 시즌이 10월부터라고 하여 또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푸치니의 <라보엠>을 감상하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서 그게 무지무지 안타깝다. 지금 내가 사는 지역에는 오페라 축제가 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것도 너무 아쉬운 부분(...) 그리고 영화/책은 내가 조만간 읽으려던 <냉정과 열정사이>가 있어서 반가웠고, <로마의 휴일>은 언젠가 보고 싶은 영화여서 체크해두었다.

 

 

근데 읽다 보니 놀라웠던 건,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먹다가 지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가서 다섯 끼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_^... 그곳에 가면 그곳의 룰을 따라야 하는 거야-라며. 큭. 하지만 그러기에 내가 그 시간들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하루 종일 입에 뭔가 물고 다닐 것 같은 느낌 ;-;

 

 

 

식당에서 유용한 기본 단어 및 회화도 써두었는데, 색연필로 엄청 그어두었다. 특히, 일 꼰또 페르 화보레[계산해주세요]는 꼭 외우고 가야지. 까먹으면 이 리뷰를 봐야지... 헝가리의 한 식당에서 께렘 어 쌈랏[계산해주세요]을 외쳤던 내게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던 아주머니를 잊을 수 없어서다. (ㅋㅋㅋ) 하나 더, 에 몰또 부오노[맛있었어요] ... 내가 이 단어를 써도 좋을 만큼 맛이 있기를...

그리고 이외에 그라찌에 [고맙습니다] , 챠오 또는 부온죠르노 [안녕하세요], 꽌또 꼬스까?[얼마입니까?], 아이우토![도와주세요] , 라드로!!!!![도둑이야!] 포르투갈에서 나는 오브리가도[고맙습니다]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니 이탈리아에서도 꼭 외치고 다녀야지! 그런데 아이우토나 라드로를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위급상황에서 내가 한 말은... "야!!!!!!!!!!!!!!!"였는데;;;

 

 

 

추천 쇼핑 포인트도 있는데 브랜드/명품에 관심이 없는 나는 그렇게 크게 가치를 두고 있지는 않다. (뭐든 실용성을 따지기 때문에 사라도 해도 안 살 가능성 농후함;;) 근데 쇼핑 목록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문구류는 구경하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문구류 안 좋아하는 사람;;;) 아마 이탈리아에 가면 (또) 스노우볼이랑 컵이랑 와인이나 사들고 들어오겠지...

 

 

 

대략적인 코스도 친절하게 써두었는데,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을 가려는 분들에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기간이 짧아서 고작 2개를 가는 것이고 심지어 하나는 당일치기라서 그냥 넘겼던 부분. 아... 기간이 좀 더 길었어도 아마 지금처럼 두 지역만 갔을 것 같다. 추가된다면 아시시 정도?

 


 


내가 궁금한 도시는 피렌체

피렌체라는 단어도 예쁘고, 플로렌스라는 단어도 예뻐서 번갈아가며 쓰고 있다.

 



피렌체 카드 요금을 보고는 헉-

어차피 중간에 다른 도시에 갈 예정이고 웬만하면 걸어 다닐 생각이어서 그때그때 필요할 때만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나저나 일요일과 월요일은 번갈아 휴관인 곳이 많다. 우리가 가는 날짜들 ;-;



피렌체 1일 핵심 코스라는 게 있는데, 대부분 도보 1분부터 최대 10분이었다.

물론 이곳을 다 보려면 다리가 너무너무너무 아프겠지만, 많이 많이 걸어 다녀야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우 짧은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골목여행이다.

내가 무섭다고 징징거리지만 않는다면... (그러지 않겠지...)

 

 

게다가 일자무식인 나를 위해 우피치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있어서 좋았다. (어디 간다고 찾아보고 가는 타입은 아니어서;;)

 



여행을 가면 지도를 보면서 가는 것을 즐긴다. 나 말고 배우자가. (나는 지도와 자주 접하는 일을 하는데, 방향치라서 실제로는 다시 되돌아서 가야 할 때가 많아 지도를 보고 걷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근데 구글이 있는데 왜 굳이......) 아무튼 나한테 지도라는 건, 동선을 짤 때 한눈에 파악하기에 좋다는 점.



그리고 더 궁금한 시에나-

시에나 때문에 이탈리아로 여행지를 결정했지.

1박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당일치기로 결정.

아침에 가서 저녁까지, 하루 온종~일 있다가 올 생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도시.

 



매우 유용한 것! 내가 이거 손에 들고 다닌다....

어차피 위에 써놓은 거 이외에는 영어로 할 테지만, 영어로 해도 굳이 이탈리아어 하지 마라 너네... 그럼 나는 한국말 할 거야...

 

 

 

몇 개의 여행서적을 접해보았지만, (집에 책장을 보니 각기 다른 7개의 여행서적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많아졌지? 내 돈 주고 산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더 신기;;)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써둔 여행서적은 처음이다. 집에 이탈리아 다른 버전도 있어서 생각난 김에 방금 훑어보았는데, 아마 나는 이 책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될 것 같다.

 

 

 

 

오탈자 : 12페이지 : 1년 내내 온화하거나 높은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라 어는 시기에 여행해도 좋다 ▶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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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방콕 (깐짜나부리, 아유타야, 파타야, 후아힌) - 방콕 핫앤뉴 정보지 & 일러스트 맵 수록, 2019-2020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이진경.김경현 지음 / 길벗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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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남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2년 전 다낭을 다녀와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여행 이틀째부터 음식이 물려버렸기 때문이 클 것 같다.

다낭/호이안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오렌지주스다.

하지만 점점 경비나 시간에 알맞은 것은 동남아 여행이겠구나, 싶어서,

언젠가 한 번, 배우자에게 우리 태국에 다녀와볼까? 하고 제안한 적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나라에 대한 치안을 누누이 의심해오곤 했었다.

물론 그 나라뿐만 아니라, 총기 소지가 되는 모든 나라에 대해 그렇다.

내가 듣기로는 방콕은 그나마 동남아에서 치안이 괜찮다고 하더라,라고 말해봤지만 아직 먹히지는 않고 있다.

당시에 방콕에 대해 찾아보다가 이 정도면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물론 음식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서 방콕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보게 된 가이드북-

두 권을 한 권으로 묶어놓았던 건데, 나는 두 권으로 분리했다.

한 권은 테마북이고 한 권은 코스북이다.

테마북에는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부터 꿀팁과 봐야 하는 명소, 먹거리, 즐길 것들, 쇼핑 목록 등등이 알차게 있다.

나는 베트남에 갔을 때 먹거리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먹거리에 좀 더 집중해서 보았는데,

중국의 훠거나 일본의 샤부샤부처럼 육수에 각종 재료를 데쳐먹는 쑤끼라는 게 있다고 하여 내심 안도를 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고수는 빼야겠다;;

근데 자세히 보니, 식당마다 7%, 10%, 17%의 다양한 세금들이 각기 다르게 매겨지는 게 신기했다.

코스북에는 지역마다의 교통편, 지도, 일정, 명소들이 자세하게 나와있었는데,

계획을 짜는 것이 귀찮다거나 동선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짜려는 이들에게 매우 적합해 보였다.

더불어 방콕 핫앤뉴 정보지와 일러스트맵이 수록되어있기 때문에,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쏙쏙 골라먹을 수도 있게 되어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태국이 한국보다 시차가 2시간 느리다는 것도,

면적이 한반도의 2.3배라는 것도,

방콕을 끄룽텝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는 4월이라는 것도,

4월에는 최대 4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도,

팁 문화가 있다는 것도,

모두 처음 알았다.

물론 가려고 찾아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들-

배낭여행자 거리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방콕의 핫플레이스라는 카오산 로드,

현지화를 추구하기에 제격인 쌈쎈이나 테웻,

선로 위에 있어 기차가 올 때마다 판매대를 걷고 펼치는 매끌렁 시장,

(이건 이전에 티비로도 봤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반딧불이 투어가 가능한 암파와 수상 시장,

전쟁사가 공존하는 깐짜나부리,

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아유타와 왕국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아유타와,

널리 알려진 휴양지인 파타야,

왕실 휴양지의 해변 도시라는 후아힌.

가보고 싶어서 동그라미를 쳐두었다.

말로만 들어보았던 파타야에 대해 좀 더 찾아보았는데,

휴양지다운 휴양지는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나는 파타야보다 다음 챕터에 있던 후아힌이 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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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7-2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국은 음식과 치안 모두 최고의 나라 입니다. ^^

하늘보리 2019-07-29 16: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 배우자는 일의 특성상 제한이 있는 나라가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혜진 지음 / 구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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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신한 여자와, 임신이 안 되는 여자와, 임신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은주, 재희, 지원, 은주

 

 

임신을 하고 나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작가는 이들을 빌려 말하고 있다.

다 읽고 나니 두 가지가 선명하다.

A. 임신을 말했을 때 회사의 반응과 B. 임신 기간 동안 신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

 

 

A. 선경은 아이를 두 번을 유산했다. 임신을 반기지 않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임신을 성공했을 때 회사에서 보인 입장은 유세를 떤다고 말을 한다. 정말 저렇게까지 말을 할까 싶어서 소름이 돋았다. 결국 선경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데 마지막 선경이 토해낸 말들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경은 뒤로 갈수록 참 유난이긴 하더라만, 임신을 안 해봐서 그렇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B. 나는 임신 기간이 체질일 정도로 수월하게 잘 보낸 사람을 안다. 또 임신 기간 동안 무척 힘겨웠던 사람도 안다. 이건 개인의 탓이 아니다. 그런데도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을 탓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행복한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미웠다고 했다. 그들은 수월하게 임신기간을 보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2.

내가 앞서 선경에 대해 유난이라고 했던 부분은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알지, 아이가 가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간절함이 엿보여 임신에 성공하기를 바랐으니까.

 

그런데 의사가 제왕절개를 권유하는 부분에서 자연분만에 대한 미련, 모유 수유에 대한 의견,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돌잔치 언급, 정신이 없어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둘 겨를이 없었다는 남편에게 나가라고 소리 지르는 부분에 대해 정말 질렸다.

 

 

368.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신 얼굴은 하나도 안 궁금하니까 애들 사진을 내놓으라고. 그리고 울고 싶은 건 내 쪽이니까 자기 연민에 취해서 죽다 살아난 아내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자신에게 잔뜩 도취된 채 헛소리하지 말라고.

 

371. “제발 좀 닥쳐. 지금 내가 너무 힘들어서, 당신이 징징거리는 걸 참고 들어 줄 수가 없어.”

 

 

그러면서 남편이 곁에 있는데 은주랑 통화하면서 오열을 하더라-

물론 그전에 남편이 욕을 먹을 만큼 잘못한 게 있긴 했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인 것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느끼는 거북함은 오롯하게 나만 그런 것일까.

 

 

 

 

3.

14. 하지만 세상은 이 나이의 여자들이 자기 인생이 있고 자기 일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 줄 생산 자원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저출산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고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정말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한 건, 신혼부부에게 주택 매입 및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결혼을 시켜서 출산을 늘리겠다는 취지 같았는데, 결혼은 하되 출산은 하고 싶지 않다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출산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헛웃음이 나왔던 대책 방안이었다.

 

아이 위주의 개선보다는 부모 위주의 개선이 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도 일자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것, 남성의 육아휴직을 권고하는 것 같은 것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부분은 참 많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저출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니까.

 

 

 

 

4.

나는 딩크다. 이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지금도 명확하게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대한민국이 아니라 그 어떤 나라에서도 나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나에게 환경이라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단지 내가 아이를 낳기를 거부하는 것은, 나는 그러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요.” 혹은 “아직 부모 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라는 말에 돌아오는 말은,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돼.” 였다. 하지만 내 주변을 포함하여 뉴스에 나오는 생면부지의 그들은, 아이를 낳아도 부모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근래에 읽고 있는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을 읽으면서,

내 엄마의 모습을 보았고 아이가 있다면 너무 분명하게 나의 모습도 포함될 터였다.

 

 

나는 진실로 무서웠다.

언제나 태어난 동물을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은, 나한테는 너무 어렵고 두려운 문제였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을 타인은 너무 쉽게 묵살하고 무사하고 말로써 폭력을 가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아이를 잉태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 부분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 생각을 존중받은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반항일지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적어도 그들을 비난하거나 배척하거나 힐난하거나 불평하거나 비꼬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경외심 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

나는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린 부분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5.

<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를 읽으며 하마터면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릴 뻔했다.

나는 그 책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므로 이 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지닐 뻔하였으나,

끝마무리에서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멋대로 해석하자면, 아이를 갖기에 앞서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

 

 

 

 

6.

나한테는 명분이 필요했다.

실제로 나는 결혼 후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 자주 물어보았다.

어떻게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게 되었느냐고.

적어도 한 번쯤은 새롭고 놀라운 대답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가장 진부했던 건 결혼했으니 당연히 낳아야 하지 않냐. 는 것이었다.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은 예행연습이 없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와는 절교할 수 있고, 연인과는 헤어질 수 있고, 부부는 이혼할 수 있다.

시기를 놓쳐 공부를 하지 못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되고,

사업이 망했다면 다시 일어나거나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된다.

 

늦기는 하겠지만, 모든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탄생과 죽음은 '다시 시작할 수 없음'이다.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탄생'은 '축복'이고,

모든 '죽음'은 '슬픔'이다.

 

 

 

 

7.

나는 이 책에서 한 쌍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부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네.

 

 

 

 

8.

책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만 써놓았는데, 아이를 양육하는 환경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외압(양가 부모님)까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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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직장인_헛웃음_에세이
안노말 지음 / 사이행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전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전의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전의 이전 회사도(...) 

하지만 각기 하나의 장점으로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일이라든지, 동료라든지, 업무환경이라든지, 월급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에게도 열정이라는 게 있었을 때도 있었겠지, 싶은데 그 시절이 명확하지는 않다.  

나는 왜 어째서 일을 하려고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냥 단지 '압박감' 때문이라는 것도 이제는 조금 우습기까지 하다.

 

 

 

88. 나는 회사라는 곳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근에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딱히 바뀔 것은 없다. 삶은 계속되고 있고, 그만두기에는 다음 스텝이 없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아파트 대출금이 너무 많다.

 

 

 

책을 읽다가 나와 똑같은 부분이 나와서 반가웠던 부분이다.  

여러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나는 회사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런 내가 회사를 다닌다니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그런걸.

 

 

 

예전에 배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이 있다면, 다니기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억지로 다녀야 했겠지?  

그랬다면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인내심이 있는 성격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런 내게 배우자는, '네가 왜 그런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참고로,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것을 인내하며 본인의 직장을 매우 잘~ 다니는 중이다.)

 

 

 

 

 

 

 

나는 돈이 부족하거나 필요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서도 '이 정도는 받아야지'하는 하한선도 있고,  

어떤 일이든 배울 점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업무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고집도 있으며,  

업무에 따라 연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출퇴근은 고정적인 시간에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매우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직급/나이를 불문하고 '당신이 뭔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하냐'라고 따박따박 내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이 회사만의 고유 장점이라고 한다면, 개인 시간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대해 나는, '실패한 이직'이라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다.  

어느 곳이나 만족할 수는 없으니, 그 만족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욱- 할 때가 얼마나 많이 올라오는지...

 

 

 

 

 

 

 

 

 

126. 가장 안타까우면서 두려운 것은 10년 넘게 일을 하고 배우고 있음에도 잘하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신입사원 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 바닥을 쓸었다. 왜냐하면 신입사원인 내가 사무실에서 잘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청소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필살기가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필살기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만. 아직 다들 에너지를 덜 모았나?

 

 

 

이 부분은 읽으면서 많이 속상했던 부분인데, 나도 이직을 할 때마다 많이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저자와 같은 10년 차가 되어간다. 그런데 나는 한 회사에서 오래 있어보지도 않았고, 중간에 공백기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매우 부족하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을 배우곤 했는데 내가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시간이 다 지나서 지금이라는 아쉬움은 크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필살기, 나도 필요하다.

 

 

 

 

 

나를 위한 비밀 휴가

 

 

안노말 씨는 본인만을 위한 비밀 휴가를 냈다고 했다. 안노말 씨는 점심시간에 밀려드는 직장인들 탓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만화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아들의 장난감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위해 쓰기로 했던 돈인 30만 원을 다 쓰지 못했지만, 그 비밀 휴가가 퍽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일탈이 활력이 될 때가 분명 있으니까.

 

 

그래서 혹시라도 나의 배우자가 나도 모르게 그런 휴가를 내게 된다면 알아도 모르는 척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덤이다. (나의 배우자는 '언제 휴가 낼까?'하고 매달 물어오기 바쁘다. 그리고 휴가를 내도 내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충분히 혼자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월급으로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이 생긴다는 게 조금은 처량하고 가엾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또 알량한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너는, 우리 모두는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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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정 정리법 - 고민과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연습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이유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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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에 손을 잘 대지 않는 편이지만 최근 1년만 하더라도 자기 계발서를 내내 읽었다. 결핍과 불안과 우울이 한꺼번에 몰아닥쳤던 시기들이 있었다. 그 시기를 완전히 통과했다면 거짓말이고, 나는 그 시기를 여전히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감정이 들쭉날쭉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날이면 더욱 그랬다. 감정의 기복이 있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정에 솔직해서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지 않는 때에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하지만, 고여있는 감정은 이로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여있는 감정은 언젠가 예기치 않게 탁! 튀거나 혹은 그대로 잠식시켜버리니까. 나는 내가 내 감정을 그대로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어 해결책을 찾아 끌어올리려고 한다. 어떤 이는 그대로 둔다고 하지만, 나한테는 그게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한테뿐만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있는 타인(가장 가까이는 배우자)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나는 내가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가끔은 자기 계발서를 찾아 읽을 때가 종종 있다. 전에는 나를 혼내거나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책은 읽지 않겠다, 라는 마인드로 읽지도 않으려고 했는데 그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이것을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나에게 나쁜 감정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너무 많아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평온한 상태에서 그런 감정들을 굳이 꺼내어볼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일 수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품고 있던 의구심들을 여지없이 꺼내놓은 느낌.

이것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었다면, 나는 아니라고 부정했을 게 분명하지만,

이건 책이잖아. 굳이 공감하지 않아도 되잖아. 묵인해도 되잖아. 라고 나를 다독이며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이 서평에서는 완벽하게 솔직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1.

나는 매 순간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예민하다면 예민한 사람이고, 민감하다면 민감한 사람이며, 섬세한 사람이라면 섬세한 사람이다. 그 성격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지만 타고난 성격이기에 끌어안고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에 대해 책에서는 불안이 없는 사람은 매사를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은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할 때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난 완벽한 사람은 아니고 완벽에 가까워질 수도 없는 사람이지만 완벽한 것들을 좋아한다. 충동적인 것과 계획된 것 중 고르라면, 나는 계획된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충동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불안이 인다. 조금 더 넓게는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안인데,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까지 불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2.

18. 우리가 우울한 진짜 이유는 사실 무의식 속에서 움직이는 '마음의 습관' 때문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21. 우리에게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부분은 2017년에 사이버대학에서 교양 과목으로 <행복학> 강의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게 잘 되냐, 말이다. 나는 잘 안되던데. 몇 년 전의 나는 우울하다든지 짜증난다든지 하는 말들을 습관처럼 썼었는데 지금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쓰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단어들이다. 그 단어를 내뱉는 순간 정말 그렇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대신에 마음이 좋지 않다거나 화가 난다는 단어로 대체하곤 했는데, 요즘은 화가 난다는 말도 별로 쓰고 싶지가 않아졌다.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것 자체에는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동차끼리 가벼운 사고가 나거나, 누군가 나를 밀어 넘어져서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거나 하는 등등. 하지만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건, '사람들의 태도와 말'에 있었다. 그것은 '나 같으면 그러지 않을 텐데'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내게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참을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3.

25. 짜증을 잘 내는 사람들은 대개 타인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다.

나는 가장 가까운 나의 배우자에게 감정의 민낯을 보인다. 조금만 서운해도 입이 삐쭉거리고 '나 말 안 해'를 선보인다. 어린 애 같지만, 여전히 그렇다. 내가 그에게 기대가 높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 기대치를 조금은 낮출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낮추고 싶지 않은 것들의 충돌을 가만히 지켜본다. 내가 그 기대치를 낮추지 않는 것 중 하나 역시, '나는 그러지 않잖아.'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나는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걸까? 도대체가 모르겠다. 내가 나를 모르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해답을 찾았고, 배우자에게 이 부분에 대해 쩌렁쩌렁 읽어주며 합리화를 했다.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해서 '틀림없이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 그러나 상대가 염려하고 알아줄 거라고 서로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관계라는 뜻이기도 하다.라고.나의 배우자는 이해하는 척하면서 여전히 '노이해'일테지만(왜냐하면 본인은 나에게 그러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최대한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이해해주려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정도를 지나치면 윽박지르거나 함께 짜증을 내지 않고 왜 그러는지에 대해 물어봐 주는 사람이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안 되겠지.

4.

#자신감이 없으면 상대의 조언을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느낀다.

조언을 '이기고 지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반발하게 된다.

충고나 조언을 들으면 자기 자식을 부정당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반발심이 든 까닭은 '무시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나는 조언을 잘 새겨들을 수 없는 사람이다. 내게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언을 가장한 충고로써 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섞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기준에 조언이나 충고를 하려면 그 사람을 정말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눈에 거슬려서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사람만을 위해서 말해줄 수 있을 때라야 그것도 상대방이 조언이나 충고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것.

나는 나의 배우자와 서로 조언을 주고받을 때가 있다. 그것의 대부분은 직장문제가 되는데, 그는 내가 하는 말들을 가만히 잘 듣고 난 다음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깊게 관여를 하려고 든다는 점이다. 그건 조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강요일 뿐인데. 그러면 그는 내게 "이 부분에 대한 조언은 고맙지만 그 결정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끊어준다.

반면에 나는 그가 나에게 조언을 하면,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은 반발심이 든다.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그는 내게 말한다. "여보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야. 싸우자는 게 아니야." (...) 아... 쓰다 보니 나는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인 것 같다.

5.

자기 혐오는 자기를 미워하는 마음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 향상심에서 비롯한다.

이건 여담이지만, 나는 혐오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얼마나 미워하고 싫어해야 혐오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어쨌든, 나는 근 1년 동안 타인도 미워하고 나도 미워하며 지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는 참 많은 것을 준 시간인가 보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던가?부터 시작해서 면면이 나를 유심하게 관찰하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가치를 둔 시간을 부러 보냈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안다고 하여 생활이 바뀌거나 습관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나를 알아가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곤혹스러웠다. 부정적인 것들을 마주할 때면 내가 부족해 보였고, 빈곤하게만 느껴졌던 것도 여러 번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렇게 넘어지고 깨어지고 다시 넘어지고 깨어진다.

책에서는 보람 있는 삶을 추구하고 적당히 흘러가는 삶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싫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도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누가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시간들을 분 단위로 나누어 지내는 생활들을 혼자서 즐기기도 했었으니까.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일들에 대하여 '시간이 아깝다'라는 생각을 해왔으니까. 그 시간 동안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압적으로 하며 살았으니까.

나는 내가 미워지고 싫어지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다독여야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고. 너무 나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특히 오늘부터 배우게 될 수영에서도 나는 내가 이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6.

"대리님은 너무 어려워요. 저희한테 마음을 안 주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작년 이맘때 즈음 밑에 직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다. 처음에 그 직원이 내게 했던 호칭이 아직도 생각난다. '언니' 언니라고? 회사에서 언니라니. 직원이 적다면 적은 사무실이었지만 나름대로 부서가 나누어진 곳에서 쉽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은 아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는 꼰대인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나랑 동갑이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훨씬 더 편하다. 아니 나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도 편한데, 그 친구들이 나를 불편해한다.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는데,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기는 하다. 내가 20대 사원일 적에 위 사수가 40대 실장님이셨는데 존대를 해주셨었다. 나는 그게 좋았고, 어디서든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존중의 표시로 존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고. 그런데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 말 놓으세요.'라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벽이 느껴진다고 표현을 했다. 나는 절대로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먼저 말을 편하게 해도 되냐고 묻기 전까지는 '말 편하게 하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별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고, 말을 편하게 하며 생기는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 그때는 내가 사교성이 없나, (아,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사교성이 뛰어나기는커녕 사교성이라는 게 1도 없다), 사회성이 부족한가(뭐 틀린 말도 아니다), 등등의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나랑 좀 안 맞는 사람이구나 한다.

그것을 책에서는 너무 조심해서 심리적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경우라고 했다. '공손한 태도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일도 없고 어려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는데, 나는 그런 경우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얼마나 망아지 같은데... 나참내...

7.

읽으면서 내내 나한테 참 좋은 책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까지 왔다. 나는 근 한 달 동안 정체성에 혼란이 좀 왔었다. 이걸 내보이기에 좀 우스운데,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 말할까 싶어 말해본다. 또 이건 서평이니까 누가 그렇게 많이 읽으려나 싶은 마음에.

내가 지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으로는 블로그, 인스타, 성격이 다른 단체 카톡 두어 개, 성격이 다른 몇 개의 카페(잘 안 하지만..)가 있을 것 같고 오프라인으로는 회사, 독서모임, 피아노, 이전에는 꽃꽂이가 있었다. 오늘부터는 수영이 있을 테고. 뭐 암튼 그런데, 왜 내 모습이 다르지? 싶은 거다.

온라인/오프라인 통틀어 내 모습을 한꺼번에 다 보여줄 수 있는 곳은 배우자이고, 그리고 80% 이상은 내 모습을 보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블로그다. 나머지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단편적인 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 인스타는 사진 한 장 띡 올리고 그것에 대해서만 알 수 있고, 단체 카톡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나를 모를 테고, 카페 역시 마찬가지고, 회사, 독서모임, 피아노, 꽃꽂이, 수영 모두 나에 대해 단편적인 것밖에 모를 테지.

그런데 부분적인 사람들과 하나가 아닌 둘셋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다 보니, 내가 그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들 역시 공유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는 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블로그에는 아무렇지 않게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고 망아지처럼 뛰노는 것들을 다른 곳에 올리려니까, 이게 허세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블로그에 올리면서 허세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괜히 이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게 온라인상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어떤 모임에 나갔을 때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내 태도 역시 바뀌는 것이었다. 정말 그럴 때 나 다중인격 아니야!?!?!??!하고 진지해졌다가 심각해졌다. 그래서 언젠가 배우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인스타는 글보다 사진이 우선적으로 원래 허세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나는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블로그 좀 해. 가 그의 결론이었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다. (서로 마음이 맞아 그쪽에도 관심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꽃꽂이에 가서 재테크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재테크 모임에 가서 피아노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피아노 치러 가서 피아노 선생님한테 회사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 수영을 가서 뜬금없이 남편 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는 오래된 내 친구들과도 책 얘기를 안 한다. 그냥 책을 읽는다 정도지, 내가 이 책을 읽었는데 이 부분에 무슨 얘기가 있고 이런 걸 느꼈어~ 이런 대화? 안 된다. 친구들이 뭔가 내 대답을 필요로 할 때, 어느 책을 보니 이렇다고 하더라.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꽃은 이름이 뭐고 뭔데 어쩌고~ 그냥 "우와! 이 꽃 예쁘다!" (ㅋㅋㅋㅋ) 걔네들은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서로의 관심사가 교집합되는 것을 좀 더 극대화시켜서 이야기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런데 책에서 이 부분이 나온 것이다.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모르겠다며, 내가 다중인격이 아닌가 싶어서 불안하다는 사람이 있다고. 이 부분에 대해 책에서는 말했다.  상대방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적응적인 태도'라고!

오히려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어요.'라는 사람이 무서운 거라고 했다. 실제로 티비에서도 그렇지 않나.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말을 할 때, 정말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몇 년 전 배우자와 같은 곳에서 일하던 어떤 사람은 정말 착실하고 능력이 좋아서 모두가 다 인정할 정도였는데, 성(姓)과 관련된 문제로 좌천당했다. 결과는 무죄로 나왔지만, 아내와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같은 직업을 가진 여성과 불륜이 났다는 것은 무죄로도 감출 수 없지. 그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였다. 이런 사례는 굉장히 많지만, 어쨌든 그게 무서운 거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한다. (합리화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이 좋을 거다, 별로일 거다, 그런 말은 하지는 못하겠다. 나는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나 부정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기는 했으나, 나중에 가면 이 책이 뭐야~ 너무 당연한 말만 해놨잖아? 라면서 옆으로 슬그머니 밀어둘 수도 있으니까. 2019년 지금의 나에겐 참 괜찮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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