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직장인_헛웃음_에세이
안노말 지음 / 사이행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전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전의 회사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전의 이전 회사도(...) 

하지만 각기 하나의 장점으로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일이라든지, 동료라든지, 업무환경이라든지, 월급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에게도 열정이라는 게 있었을 때도 있었겠지, 싶은데 그 시절이 명확하지는 않다.  

나는 왜 어째서 일을 하려고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냥 단지 '압박감' 때문이라는 것도 이제는 조금 우습기까지 하다.

 

 

 

88. 나는 회사라는 곳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근에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딱히 바뀔 것은 없다. 삶은 계속되고 있고, 그만두기에는 다음 스텝이 없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아파트 대출금이 너무 많다.

 

 

 

책을 읽다가 나와 똑같은 부분이 나와서 반가웠던 부분이다.  

여러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나는 회사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런 내가 회사를 다닌다니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그런걸.

 

 

 

예전에 배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이 있다면, 다니기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억지로 다녀야 했겠지?  

그랬다면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인내심이 있는 성격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런 내게 배우자는, '네가 왜 그런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참고로,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것을 인내하며 본인의 직장을 매우 잘~ 다니는 중이다.)

 

 

 

 

 

 

 

나는 돈이 부족하거나 필요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면서도 '이 정도는 받아야지'하는 하한선도 있고,  

어떤 일이든 배울 점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업무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고집도 있으며,  

업무에 따라 연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출퇴근은 고정적인 시간에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매우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직급/나이를 불문하고 '당신이 뭔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하냐'라고 따박따박 내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이 회사만의 고유 장점이라고 한다면, 개인 시간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대해 나는, '실패한 이직'이라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다.  

어느 곳이나 만족할 수는 없으니, 그 만족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욱- 할 때가 얼마나 많이 올라오는지...

 

 

 

 

 

 

 

 

 

126. 가장 안타까우면서 두려운 것은 10년 넘게 일을 하고 배우고 있음에도 잘하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신입사원 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 바닥을 쓸었다. 왜냐하면 신입사원인 내가 사무실에서 잘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청소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필살기가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필살기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만. 아직 다들 에너지를 덜 모았나?

 

 

 

이 부분은 읽으면서 많이 속상했던 부분인데, 나도 이직을 할 때마다 많이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저자와 같은 10년 차가 되어간다. 그런데 나는 한 회사에서 오래 있어보지도 않았고, 중간에 공백기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매우 부족하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을 배우곤 했는데 내가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시간이 다 지나서 지금이라는 아쉬움은 크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필살기, 나도 필요하다.

 

 

 

 

 

나를 위한 비밀 휴가

 

 

안노말 씨는 본인만을 위한 비밀 휴가를 냈다고 했다. 안노말 씨는 점심시간에 밀려드는 직장인들 탓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만화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아들의 장난감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위해 쓰기로 했던 돈인 30만 원을 다 쓰지 못했지만, 그 비밀 휴가가 퍽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일탈이 활력이 될 때가 분명 있으니까.

 

 

그래서 혹시라도 나의 배우자가 나도 모르게 그런 휴가를 내게 된다면 알아도 모르는 척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덤이다. (나의 배우자는 '언제 휴가 낼까?'하고 매달 물어오기 바쁘다. 그리고 휴가를 내도 내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충분히 혼자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월급으로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이 생긴다는 게 조금은 처량하고 가엾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또 알량한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너는, 우리 모두는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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