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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십대 중반쯤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것 같다. 당시 대학졸업과 맞물렸던 IMF는 발걸음을 떼는 우리에게 큰 시련이였다. 바로 위 선배들은 오라는 회사가 많아 고르고 골라 졸업도 전에 취업했다는데 마지막 학기가 되도록 취업나간 동기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교수들은 눈높이를 낮춰야 된다, 취업되는 것도 행운이다, 오라는 곳보다 들어갈 사람들이 많으니 긴장해야된다... 온통 절망적인 말들 뿐이였다. 그리고 첫 직장. 정말 눈물나게 힘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던 환경과 너무나 달라 쉬이 적응할 수 없었다. 내가 싫으면 안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었는데 날 진심으로 걱정해주도, 사랑해주던 사람들만 있었는데 사회는 그야말로 갑과 을의 계약관계. 딱 그거였다. 밥값을 해야했고, 상사들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봐야하는 이 상황들이 난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행동은 더 안되었다.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잠들었고, 출근길은 감옥을 끌려가는 죄수의 심정같았다. 그렇게 몇달을 못 버티고 회사를 나오면서 비로소 해방감에 웃었던 그 기분. 가장 힘들때 '전태일' 열사를 만났던 것이다.
'전태일'의 이야기는 곧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10년. 난 이제 누가 뭐라고하던 사회생활 할 만큼 한 때가 묻은 직장인이 되었고, 몇번의 이직을 하면서 대충 상사들의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일처리 스타일은 파악되는 능구렁이(?)로 변했다. 하지만 내가 변한 것과는 다르게 이 나라는 조금도 변한게 없다.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밥벌이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하고, 대학생들은 공부보다 등록금마련을 위해 몇 개나 이어지는 아르바이트에 치여야하고, 취업 못한 졸업생들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어야한다. 도무지 이 나라에서 돈 걱정 안하고, 밥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40주년.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근로기준법을 끌어앉고, 자신의 몸에 불을지른 전태일을 우린 정말 잊어버린 걸까? 이소선 어머니의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를 읽으면서 그저 평범한 아들이였다는 전태일. 하지만 그를 '열사'로 만든 이 나라. 그리고 2010년.
'너는 나다'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좋은 대학 나와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장을 들어가는 것만이 최대의 목표가 되고, 자랑꺼리가 된 사회에서 그것만이 소중한 것이 아님을. 좋아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비로소 좋은 나라라는 것을. 적은 월급에 허리가 휘청이지만 그래도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내 힘으로 열심히 일해 노동자로 살아간다는게 행복하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지겨운 일상이 무료하고, 따분해서 정말 힘들었는데 충전되는 느낌이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전태일'임을 잊지말았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이 나라가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었듯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서로 조금씩 노력했으면 싶다. 내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이기에. 먼 훗날에도 어디선가 '전태일'은 존재할 것이고, 그 역시 우리의 다른 모습일테니깐.. 고로 '너는 나'인 것이다. 그런 '너'를 '나'는 응원한다. 당신의 사랑과 용기가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