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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주의보
엠마 마젠타 글.그림, 김경주 옮김 / 써네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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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사랑은 정말 분홍일까? 글쎄.. 이십년도 훨씬 지났지만 작은 디테일까지 기억나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의 분홍 원피스. 꽤 고가였을 그 원피스를 사온 날 엄마는 원피스를 입혀보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매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었다. 첫 딸인 내가 학교에 입학하고, 학부모가 된다는 걸 나보다 기뻐하던 엄마. 드디어 3월 입학식. 날은 아직 추웠고, 불편한 원피스를 입고 엄마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서던 그 때를 생각해보면 엄마의 사랑은 분홍으로 처음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어쩌나.. 그 후로 난 분홍색도 치마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렸는걸~ 아마 원피스는 그 날 이후 한번도 입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그 분홍 원피스가 생각났다. 엄마의 미소 때문에 차마 입기 싫다 말하지 못했던 분홍 원피스. 엄마는 옛날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비싼 원피스를 한번 입고 안 입다니.. 괜히 옆집 애를 줬나 보다.. 잘 보관했으면 물려 입어도 될걸..’ 이라고 하신다. 내가 입기 싫어한 줄 아직까지도 모른 채 말이다. 사랑은 그런 마음이리라.. 일곱살 아이가 엄마의 미소 때문에 원피스를 입은 그 마음.

평소 상뻬의 그림책을 너무 좋아하는데 솔직히 그림은 내 취향이 아니 였다. 파스텔톤에 부드러운 상뻬와는 다르게 각진 그림은 이쁘진 않았지만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첫 사랑이 언제였는지 그 마음이 어땠는지 까마득한 내게 오래 전 엄마의 사랑을 떠올리게 해줬으니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나저나 지금 내 마음은 일주일전 집 나간 강아지 때문에 검은색이다. 잠깐 대문 열어놓은 사이에 나가버린 녀석이 돌아오질 않는다. 온 동네를 뒤지고, 옆 동네까지 찾아 다녔지만 녀석은 보이질 않고, 이젠 그저 돌아 誤기만을 바랄 뿐이다. 밥 먹을 때마다 생각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자꾸만 대문을 확인하게 된다. 비가 계속 오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는데 어디서 뭘 하는지… 우울함으로 가득한 우리집에 빨리 녀석이 돌아와 분홍 주의보가 발효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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