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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이번 명절 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른들의 잔소리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남동생과 나는 조부모님, 삼촌과 어렸을 때 함께 살았기에 잔소리에 이골이 난 편이다. 특히나 우리 할머니 잔소리의 포스는 지금까지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큰 목소리로 상대방이 듣던 말던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무한반복하는 그 소리에 질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복되는 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그런 할머니의 모습인 거다. 어릴 땐 그러지 않았는데 같은 말을 서너 번은 기본이고, 얼굴을 볼 때마다 심지어 말하고 돌아서서 또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거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때뿐인걸 보니 엄마도 나이를 먹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랬는데 삼촌이 말씀하시길 삼촌도 3,40대때 까진 할머니의 잔소리가 엄청나게 싫었단다. 그런데 삼촌도 나이를 먹어 보니 어느 순간 잔소리가 늘더란다. 젊었을 땐 기억력도 또렷하고, 삶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는데 그런 마음도 어느 순간 줄어들고, 노파심만 늘어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또는 잘 기억하고,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같은 말이 반복하는 게 우리에겐 잔소리로 들리는 거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럼 엄마의 잔소리를 올해부턴 열심히 들어야 하나? 하긴 지나고 보니 할머니의 잔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더라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인생을 먼저 살아온 노학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국이 인정하는 학자의 인생에 대한 잔소리쯤으로 말하면 실례가 될까.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이야기도 반복된다. 욕심 없이 검소하게 살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삶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이 단순한 인생의 지침이 그를 90세가 넘게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준 힘이였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복잡하게 살다 보니 단순한 진실을 인지하지 못하며 삶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누를 점하기도 한다.

병원에 검사가 잡혀있어 엄마와 함께 서울행 버스를 타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해 대기하던 중 다 읽었는데 중간중간 눈을 들어보면 호흡기를 꼽고 거친 숨을 내쉬는 환자, 다리며 팔에 붕대를 감고 괴로워하는 환자, 의식 없는 환자에게 끝없이 말을 거는 보호자의 외침 등 병원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찬 곳이다. 평소엔 인식되지 않는 삶에 대한 소중함이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보며 깨닫게 되니 이 또한 마음이 편할 수만도 없다.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인생은 무슨 의미일까. 만족을 모르기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삶의 끝에서 선생이 좋아한다는 ‘커다란 격랑 속에서도 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네.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더는 걱정하지 마시게’ 란 말이 과연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 삶도 온전한 나 자신만의 삶이라 할 수 없다. 나와 함께 하는 내 가족의 삶이며 나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다. 그렇기에 죽음은 더 두려운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과 미처 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야 하는 길. 하지만 해야 할 일을 다 했기에 미련이 없다는 선생의 글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완성되듯 주목 받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내 길을 묵묵히 가는 것. 눈앞의 기쁨이나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것. 선생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뼈있는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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