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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 제일 고민거리가 ‘집’이였다. 부모님이 특별히 부자가 아니고서야 사회생활 몇 년차의 그들에게 ‘집’은 그야말로 그림의 ‘집’일 뿐이라지만 가질 수 없기에 욕구는 더 크다고 친구는 말했다.

내가 살고있는 우리집(엄밀히 말해 부모님집)은 역사(?)를 자랑한다. 강원도가 고향이신 할아버지께서 선원으로 일하시다 이곳에 정착해 결혼하시고, 낡은 초가집을 양옥으로 작은 아버지와 직접 지으셨다고 한다. 이 집에서 아버지 형제가 자랐고, 아버지와 엄마가 결혼해 나와 동생이 태어나 30년이 훌쩍 넘었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 때 기본 뻐대만 남겨두고 보수를 해서 현대식으로 탈바꿈하긴 했지만 나는 한번도 이사를 다녀본 적 없는 그야말로 주소와 본적이 상동인 흔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있다. 관공서에 가서 본적과 주소가 상동이라고하면 한번씩 쳐다본다. ^^ 

작년 초 엄마가 편찮으셔서 서울 병원을 다닐때 이모집에서 한동안 지냈었다. 강북(난 서울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강북과 강남의 차이를 모르겠더라. 그저 다리 하나 차인데 뭐가 다르다는건지..)이지만 교통도 편하고, 멀리 한강도 보이는 꽤나 전망 좋은 집이였지만 아파트는 너무나 좁았고(15평쯤 되려나?), 층간 소음이 너무 심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였다. 아파트에 지내 본 적이 없기에 2주정도 머무는데 매일 밤잠을 설쳤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아파트 값이 우리 집의 3배가 넘는다는 말에 뒷골이 땡겼다. 우리집보다 2.5배나 작은 집인데 새삼 서울이 다시 보였다.

남동생이 결혼을 생각하며 여기저기 집 시세를 알아보더니 도무지 답이 안나온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빚을 얻어 내 집 마련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전세를 얻을 것인지 고민하는 사이 집값은 또 치솟았고, 결혼계획은 미뤄져 버렸다. 열심히 벌어서 과연 집을 살 수 있는 날은 올 것인가? 결혼이 늦고, 출산율이 낮다고 아무리 정책을 세우면 뭐하는가 결혼해서 살 집이 없는데..

내 집 마련의 여왕을 보면서’을 보면서 재밌기 보다는 한숨이 나왔다. 나처럼 재테크를 잘 모르고, 욕심 없는 사람에게 과연 내 명의로 된 집을 가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려는 부자가 있다는데 희망이 보였다. (부디 그런 분이 소설 속에서만 그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집’에 목메달고 살까? 그렇다면 과연 ‘내 집’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삶이 행복해질까? 물론 강남의 수많은 빌딩과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를 볼 때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멋진 집을 볼 때마다 ‘한번쯤 저런 집에서 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나 쪽방촌 사람들의 피곤한 삶을 볼 때마다 ‘나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의 모든 것이라면 슬플 것 같다.

쏟아지는 재테크 책들, 누구는 얼마를 벌었네 누구는 투자의 달인이네 하며 주목받는 사람들만큼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나(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내 집 마련의 여왕’은 집을 찾으면서 자신의 삶(유형의 집보단 때론 무형의 행복하고 만족하는 삶이 더 중요할 때가 있으니)의 방향을 찾아 또다른 행복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여왕이 아닐까 생각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하나만 가지고 있을 땐 그것이 세상 하나뿐이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애뜻했는데 두개로 늘어나버리니 그 마음이 덜해 하나만 있을 때 보다 못하더란 구절이 있다. 나 역시 매사 욕심 없이 살도록 노력하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다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좀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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