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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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그 안에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오래전에는 그걸 법으로 못하게도 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옛날에도 있었을 거다. 꼭 자신과 다른 성을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닐 텐데, 사람은 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인류가 잘못 생각한 건 그것만이 아니기는 하구나. 여러 가지를 받아들이게 된 지금이지만, 부모는 그게 자기 자식일 때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은 상관없지만 자기 자식은 안 된다 생각하는 사람 많겠지. 부모는 자식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건 자식을 위해 생각하는 걸까, 부모 마음이 편하려고 그러는 걸까. 남이 어떻게 볼지 생각하는 사람 많겠지. 난 남의 얘기 안 하지만 그걸 즐겁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부모는 자식이 공부 잘하고 대학을 나오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기를 바라는 거겠지. 이제는 그런 부모만 있는 건 아닐까.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엄마, 대학에서 강의를 다니는 동성애자 딸. 이럴 때 딸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엄마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제목이 《딸에 대하여》니 어울린다고 해야겠다. 엄마는 딸이 서른 중반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일곱해 정도를 살았는데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이라도 딸이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란다. 엄마는 딸한테 돈을 빌려줄 형편이 안 돼서 집에 들어와 살게 하는데 딸이 함께 살던 레인도 함께 온다. 엄마는 그걸 무척 견디지 못하면서도 받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 아니 딸이 함께 살던 레인한테 집을 나가라는 말도 한다. 예전에 본 다른 소설에서도 동성애자가 이름이 아닌 다른 호칭을 쓰던데, 동성애자는 정말 그럴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사람 이름은 거의 남이 지어주기는 한다. 어릴 때는 그 이름을 써도 나이를 먹은 다음에 바꾸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지어준 이름이 있다는 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그 사람을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는 거니. 아이 이름을 적당이 짓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마는 정말 딸이 예전에는 대단한 일을 하고 지금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젠처럼 되리라 생각한 걸까. 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혼자였다. 사람은 치매만 아니면 조금 힘들어도 자기 힘으로 혼자 사는 게 나을 듯하다. 요양원이 여기 나온 것처럼 다 안 좋은 건 아니겠지만. 요양원을 보니 부모 없는 아이를 돌보는 곳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릴 때는 그런 곳에서 자란 사람이 나이 들고 병든 다음에는 요양원에서 보내면 우울하겠다. 아니 자신은 그것을 모를까. 엄마는 딸이 남 일을 생각하고 시위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엄마는 요양원에서 젠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하자 그걸 막으려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겼을 때는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가 인정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엄마는 일을 그냥 하지 않고 늘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했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그런 것에도 좋은 점이 있고 안 좋은 점이 있겠지. 돈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좋겠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난 딸이 남자와 결혼하고 싸우고 사는 것보다 레인과 함께 조용하게 사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딸이 남자와 결혼한다고 꼭 싸우지는 않겠지만. 식구라는 건 여자 남자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만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는 딸이 나중에 혼자 쓸쓸하게 죽을 것을 걱정하는 듯하다. 그래서 젠을 집으로 데리고 온 건 아닐까. 젠이 엄마를 만나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젠은 지저분한 요양원에서 하루 내내 자다가 숨이 끊어졌을 거다. 젠은 잠시라도 따스한 집에서 지냈다. 피를 나눈 식구가 아니어도 딸과 레인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결혼한 부부도 남으로 만났구나). 그래도 엄마는 둘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닌 듯하다.

 

 결혼한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남남이 되는 거나 동성인 두 사람이 함께 살다 헤어지는 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성애자는 그저 동성을 좋아하는 것일 뿐인데, 이성애자와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이것도 바뀌어야 할 텐데.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동성애자여서 일을 그만둬야 했던 사람도 있겠다. 세상이 바뀌면 부모가 덜 걱정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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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 즐거웠던 적도 있었지요

그건 처음 알았을 때였을까요

더 오래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무엇이든 바뀌지 않기를 바라지만

바뀌지 않는 건 없습니다

당신도 저도 달라졌겠지요

 

영원한 건 없기도 있기도 합니다

없다 믿으면 없고

있다 믿으면 있겠지요

저는 있다 믿고 싶어요

 

빠르게 쉽게 바뀌는 세상일지라도

하나쯤 바뀌지 않는 것도 있을 거예요

그건 순간일까요

그러면 순간을 믿어야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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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내가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걸 처음 알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을 텐데 난 그런 적 없다. 어렸을 때 병아리를 키운 적 있는데, 잠깐 살다 죽어도 그렇게 슬프게 여기지 않았다. 죽음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그런 감정을 잘 몰랐던 게 아닐까 싶다.

 

 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누군가 죽으면 어쩐지 슬펐다. 잠시 슬퍼하고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이 죽어서 슬펐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일이 나한테 일어난 일이 아니다는 걸 알았겠지. 내 일이 아니어서 오래 슬프지 않았을 거다. 두해 넘게 기른 햄스터가 죽었을 때는 무척 슬펐다. 그리고 그 슬픔이 오래 갔다. 그렇게 작은 동물이 죽었을 때 그랬는데 가까운 사람이라면 슬픔이 더 크겠다. 고양이나 개여도 그렇겠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언젠가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죽겠다는 생각을 해설지도. 사람, 아니 우주 자체는 나고 살다 죽는다. 우리가 사는 별 지구 더 넓게는 우주도 언젠가 사라진다. 그런 걸 모든 사람이 볼 수 없겠지. 볼 수 없기에 실감하지 못할지도. 죽음이라는 것도 가까운 사람한테 찾아오지 않으면 잊고 산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도.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해도, 난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게 살 거다. 앞으로도 게으르게 살겠지. 게으르게 살더라도 지금을 살아야겠다. 이것은 조금 어려운 건가. 지금은 바로 지나가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이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하는 게 나은 건 덜 미루도록 해야겠다. 미루지 않고 잘 하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지킬 수 없으니.

 

 한사람 삶이 끝난다고 해도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인류는 그대로 삶을 이어갈 거다. 언젠가 지구가 사라질 날까지. 우주보다 지구가 먼저 사라지겠지. 모든 게 사라진다 해도 살아야 한다. 난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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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는 걸 부럽게 여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기를

 

남이 가진 걸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걸 생각하기를

 

남은 저런데

자신은 왜 이럴까 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없다

 

남이 가진 좋은 점을 잘 보는 것도 좋고,

자기 자신이 가진 좋은 점을 잘 보면 더 좋다

 

남은 남이고

자신은 자신이다

잊지 말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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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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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다른 사람을 다 알기 어렵다. 이런 말 처음은 아니구나.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를 때도 있다. 앞에서는 친절한 척하고 뒤에서 나쁜 짓하는 것보다 차라리 누구한테나 잘 하지 않고 욕먹는 사람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자기 평판이 어떨지 마음 쓰고 남을 속이지 않을 거다. 겉으로 보이는 게 괜찮은 사람이 다 남모르게 안 좋은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럴 때가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 사람이 본래 그런 성격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다른 사람(거의 부모) 때문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다. 아이는 부모한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옳고 그른 것도 잘 구별해야 할 텐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아니 사춘기 때는 더 이리저리 흔들리고 자신을 부풀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클까.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 거겠구나.

 

 계급은 없지만 책속 나라는 1지구에서 9지구까지 나뉘었다. 1지구에는 잘사는 사람뿐 아니라 고위공무원이 많다. 그와 반대로 9지구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라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을 1부터 9까지 나누는 것도 계급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구나. 1지구 사람은 1지구 사람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1지구에 사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을 거다.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공을 세우면 되겠지. 오래전, 60년전 9지구에서 힘들게 살다 어른 꼬임에 넘어가 12월의 폭동을 일으킨 사람이 있었다. 그때 일을 누군가는 좋은 나라로 바꾸려 한 거였다 생각했지만 1지구 사람은 그저 폭동이라 생각했다. 9지구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고 한 저항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다윈 영은 1지구에 살고 학교는 한해에 200명밖에 들어갈 수 없는 프라임스쿨에 다녔다. 아버지 니스 영은 문화교육부 차관이었다. 니스 영은 열여섯살에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친구 제이 헌터 추도식을 서른해 동안 돕고 그곳에 갔다. 아들인 다윈도 늘 데리고 다녔다. 다윈은 제이 헌터 동생 조이 헌터 딸인 루미 헌터를 추도식에서 보고 관심을 가졌다. 열여섯살이 된 지금에야 다윈은 루미한테 말을 하고 친구가 된다. 루미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삼촌 제이를 우상으로 생각했다. 자기 아버지는 아주 업신여기고 다윈 아버지 니스 영은 우러러 보았다. 그것도 사춘기여서 그럴까. 자식이나 형이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다면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려고 할지도 모를 텐데, 제이 어머니나 동생은 굳이 범인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9지구 사람이 죽였다는 말은 범인을 찾기 어렵다는 말과 같았다. 서른해가 지나고 루미는 삼촌 제이를 죽인 범인을 찾으려 한다. 루미는 다윈과 법을 어기기도 하고 제이를 죽인 범인이 9지구 사람이 아닌 1지구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서른해 전에 제이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는 바로 드러난다. 의심하게 한 다음인가. 열여섯살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있을까. 아버지 일이 드러난다고 해도 그렇게 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열여섯살이기에 그게 드러나면 자신은 끝이다 생각한 걸지도. 서른해 전 일로만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그 일은 대를 잇는다. 그런 식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됐을까. 처음부터 숨겨서 그런 건 아닐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제이는 죽어서 멋진 사람이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제이는 어머니가 부정을 저지른 걸 알고, 동생과 아버지가 다르다는 걸 알고 괴롭혔다. 어머니를 감시하게 한 건 아버지지만. 아버지 해리 헌터는 이름이 잘 알려진 종군기자였다. 그런 모습만 아는 사람은 해리 헌터를 존경했는데. 제이는 자신이 어머니와 동생을 괴롭히는 건 잘못이라 여기지 않고, 조금이라도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 숨막힐 듯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평생 숨기고 괴롭게 사는 것보다 자수하고 죗값을 치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하다. 1지구에 살면서 특권을 누려야 하니 말이다. 자신이나 부모 지난 일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 아주 없지 않다.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 《모래그릇》이 그랬다. 음악인으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아들은 어느 날 아버지가 한센병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죽인다. 노비였던 사람이 신분을 바꾸고 그걸 아는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도 있을지도. 이것뿐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했는데 별로 못 썼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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