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말을 하고

거친 말을 들으면

마음도 거칠어져요

 

고운 말을 하고

고운 말을 들으면

마음도 고와져요

 

거친 말이 나오려 할 때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깊이 쉬면

나오려 하던

거친 말은 사라질 거예요

 

남한테 거친 말을 하면

남뿐 아니라 자기 마음도 안 좋아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운 말 써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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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달리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이런저런 꽃도 피었다

눈 마주친 꽃을 다 담지 못했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마음이 별로여도

꽃을 볼 때만은 좋았다

꽃이 웃는데

어찌 따라 웃지 않을 수 있을까

 

꽃이라고 다 웃는 건 아니겠다

그렇다 해도 웃는다 여기고 싶다

 

사월 반이 가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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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책

──친구

 

 

 

나만이 널 펴보는 건 아니야

널 펴보는 사람은 많아

그건 많은 사람이 책 한권을 보는 것과 같아

책은 내가 잘 찾지 않아도

언제나 그곳에 있겠지만

넌 내가 찾지 않으면 떠나겠지

아니 찾아도 떠날 때 있겠어

떠나면 떠나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널 볼게

 

책 한권을 오래 깊이 보면,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너도 오래 깊이 봐야 알겠지

때론 새로운 걸 찾기도 할 것 같아

언제까지고 알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널 오래 보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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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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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어머니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한테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밥을 하는 것도 어머니가 아닐 때도 있지만 거의 어머니가 하지요. 많은 어머니가 아버지나 자식을 위해 밥을 합니다. 자식은 다 어머니(때로는 아버지)가 한 음식을 먹고 자라요. 나중에 집을 떠난 자식은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 그립기도 하겠지요. 그런 기억이 있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책을 다 보고는 어머니나 누군가 음식을 해준 일이 있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주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어요. 언젠가는 사라진다 해도.

 

 요새 저는 나중에 헤어지고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없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에서 그런 사람을 보고는 사는 게 거런 거지 했는데, 저도 책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생각했군요. 큰 어려움이 없다 해도 사는 게 쉽지 않아서. 아니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는 게 쉽지 않아서요. 그건 집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저와 다르게 많은 사람은 집에서는 그럭저럭 지내는 듯한데 저는 그것도 잘 못하는군요. 가끔 혼자였다면 지금 제가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건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제가 혼자였다면 부모가 있기를 바랐을 거면서. 본래 사람이 그렇지요. 늘 자신한테 없는 걸 생각하는 거. 없는 것을 바라기보다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저랑 별로 상관없어요. 다른 사람 삶을 봐도 자신을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여기에 나오는 사람 이름도 없었군요. ‘나’와 어머니. 어머니가 죽고 어머니를 떠올리는 ‘나’네요.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수줍음이 많아서 좋아하게 된 아버지와 살림을 차리지만, 아버지가 버는 돈만으로 살기 어려웠어요. 어머니는 빚을 얻어 국숫집을 차리고 스무해 동안이나 국수를 팔았어요. 부엌칼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떠돌이 칼장수한테 산 칼로 스물다섯해 넘게 썼어요. 그 칼로 만든 음식을 ‘나’도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 삶을 돌아보면 슬플 듯합니다. 아니 어머니 삶만은 아니군요. 거기에는 ‘나’도 있고 아버지도 있고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겪을 일이고 벌써 겪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이 책을 보고 조금 슬펐던 건 그런 제 앞날을 생각해설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나’처럼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온다면 더 나중이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난다거나 제가 잘 하지는 못하겠지만. 빈 말이라도 잘 하겠다 해야 할까요. 저는 그런 말은 못하겠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다 죽습니다. 그것을 안다 해도 사람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야겠지요. 그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까요. 언제쯤 그럴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지만 오지 않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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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사생활 - 수술대 위에서 기록한 신경외과 의사의 그림일기
김정욱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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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세상은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 이건 예전에도 그랬던가. 여러 가지를 하고 그 안에서 더 잘하는 걸 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한가지도 잘 못하는데.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다 해도 그러지 않는 사람은 이것저것 하기 어렵겠지. 난 아주 좋아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조금 달랐을까. 생각나지 않는다. 나도 어렸을 때는 아주 조금은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을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하기 싫고 잘 못하는구나 한 거겠지. 잘 못해서 못하겠다고 한 건지 관심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 건지. 이 책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 내가 책을 보면서 한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냥 쓰다보니 이렇게 생각했다.

 

 한국에서 의사고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그런 글을 자주 만나지 않은 것일 뿐이고 적지 않겠지. 정신과 의사가 쓴 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그것도 있다는 것만 알고 별로 읽지 못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쓴 것도 그렇게 많이 못 봤다. 의사는 어쩐지 그림이나 글과 멀 것 같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겠지. 의사도 공부할 때 그림을 그린다. 그건 의사가 아니고 의과대학생인가. 의사가 되고도 공부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조금 다르다 해도 평범한 사람도 평생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학교에 다닐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늘 공부해야 생각한다면 겸손할 텐데. 누구한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알고 가진 사람이 못가진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으면 좋겠다. 왜 이런 말로 흘렀지. 무언가를 알면 알수록 자신이 아는 게 얼마나 적은지 알게 된다. 책도 읽으면 읽을수록 만나봐야 할 게 많다는 걸 알지만, 한사람이 평생 볼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을 쓴 김정욱도 말했지만 나도 신경외과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전에 한번 신경외과 의사가 쓴 책을 봤으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거기에서 본 건 뇌수술이나 뇌종양에 걸린 사람 이야기였다. 주로 뇌를 보는 곳이 신경외과다. 여기에서 뇌와 척수로 나뉠까. 외과 가운데서도 신경외과가 가장 힘들고 의사가 적다고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도 무척 힘들어 보인다. 잠도 잘 못 자고 집에도 거의 못 간다. 아예 집에 안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공무원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만 일하고 돈은 아주 많이 받는 사람도 있다. 프리랜서 의사로 자신은 실패하지 않는다 한다. 그건 만화가 원작이어서 지나친 면이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블랙 잭>에 나오는 의사 블랙 잭도 실력이 무척 뛰어나지만 돈을 아주 많이 받는다), 실제 그런 의사 있어도 괜찮겠다. 돈은 좀 적게 받고. 난 병원에는 잘 가지 않는다. 아픈 데가 없어서 그렇구나. 앞으로도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어딘가 아프면 그냥 살다 죽고 싶다. 돈 들고 힘든 수술을 하는 것보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옛날 사람은 병원에 잘 안 간 것 같은데. 그러고도 잘 살지 않았나. 병원, 의사가 있어서 산 사람도 많지만. 살았다기보다 목숨을 조금 더 이었을 뿐이다. 사람은 다 언젠가는 죽는다.

 

 바쁘게 지내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게 김정욱한테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마주하고 아픈 사람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도 더 잘 봤겠지. 김정욱은 좋은 의사가 될 것 같다. 벌써 의사구나. 아직 더 경험을 쌓아야겠지만. 김정욱은 의대에 들어가고 인턴이 됐을 때도 수술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다. 사람 일은 그렇게 처음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자신이 한 결정이 옳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한 듯하다. 그건 앞으로도 가끔 할까. 안 하는 게 나을까. 아픈 사람이 죽은 걸 보호자한테 말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 그런 일은 앞으로도 겪겠다. 힘든 일이 더 많겠지만 거기에서 좋은 것도 찾았으면 한다. 지금도 찾고 있겠구나. 병이 아닌 사람을 보기를 바란다. 의사한테 많은 걸 바라면 안 될까.

 

 의사가 아픈 사람을 낫게 하지만 자기 몸은 잘 모르기도 한다. 일이 바쁘고 힘들어서 자기 몸을 잘 생각하지 못하는 거겠지. 의사기에 자기 몸을 잘 돌봤으면 한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 멋지지만, 이제는 그런 것만 바라는 세상이 아니다. 의사뿐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한테도 친절을 베풀 거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으라는 건 아니다. 웃지 않아도 따스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상대도 그 마음을 알 거다. 그런 의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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