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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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어머니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한테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밥을 하는 것도 어머니가 아닐 때도 있지만 거의 어머니가 하지요. 많은 어머니가 아버지나 자식을 위해 밥을 합니다. 자식은 다 어머니(때로는 아버지)가 한 음식을 먹고 자라요. 나중에 집을 떠난 자식은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 그립기도 하겠지요. 그런 기억이 있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책을 다 보고는 어머니나 누군가 음식을 해준 일이 있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주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어요. 언젠가는 사라진다 해도.

 

 요새 저는 나중에 헤어지고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없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에서 그런 사람을 보고는 사는 게 거런 거지 했는데, 저도 책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생각했군요. 큰 어려움이 없다 해도 사는 게 쉽지 않아서. 아니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는 게 쉽지 않아서요. 그건 집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저와 다르게 많은 사람은 집에서는 그럭저럭 지내는 듯한데 저는 그것도 잘 못하는군요. 가끔 혼자였다면 지금 제가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건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제가 혼자였다면 부모가 있기를 바랐을 거면서. 본래 사람이 그렇지요. 늘 자신한테 없는 걸 생각하는 거. 없는 것을 바라기보다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저랑 별로 상관없어요. 다른 사람 삶을 봐도 자신을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여기에 나오는 사람 이름도 없었군요. ‘나’와 어머니. 어머니가 죽고 어머니를 떠올리는 ‘나’네요.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수줍음이 많아서 좋아하게 된 아버지와 살림을 차리지만, 아버지가 버는 돈만으로 살기 어려웠어요. 어머니는 빚을 얻어 국숫집을 차리고 스무해 동안이나 국수를 팔았어요. 부엌칼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떠돌이 칼장수한테 산 칼로 스물다섯해 넘게 썼어요. 그 칼로 만든 음식을 ‘나’도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 삶을 돌아보면 슬플 듯합니다. 아니 어머니 삶만은 아니군요. 거기에는 ‘나’도 있고 아버지도 있고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겪을 일이고 벌써 겪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이 책을 보고 조금 슬펐던 건 그런 제 앞날을 생각해설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나’처럼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온다면 더 나중이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난다거나 제가 잘 하지는 못하겠지만. 빈 말이라도 잘 하겠다 해야 할까요. 저는 그런 말은 못하겠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다 죽습니다. 그것을 안다 해도 사람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야겠지요. 그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까요. 언제쯤 그럴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지만 오지 않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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